지난주 금요일 오후, 오픈AI의 이사회가 느닷없이 CEO 샘 얼트먼을 해고하면서 시작된 사태는 주말을 지나면서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우선 얼트먼을 해고한 이유가 "malfeasance," 그러니까 그의 불법 행위나 비윤리적 행위 때문이 아니라는 게 확인되면서 언론은 이런 이사회 쿠데타를 주도한 이사들의 배경을 살펴봤고, 그 결과 이들이 '효과적 이타주의(이에 관해 짧게 쓴 글)' 운동과 관련이 있고, 특히 AI의 안전 문제에 민감한 사람들임을 알게 되었다.

사건의 시작

언론에서 내린 잠정적인 결론은 이렇다. 효과적 이타주의 운동과 관련이 있거나 동조하는 이사들은 비영리 단체로 출발한 오픈AI가 애초의 미션에 충실하기를 바라고, 그러기 위해서는 챗GPT를 비롯한 인기 제품의 빠른 상업화가 아니라, 느려도 안전하고 책임 있는 개발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데, 샘 얼트먼은 오픈AI의 일부를 영리화하면서 수익과 성장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 이런 갈등은 11월 6일, 오픈AI의 개발자 컨퍼런스 때를 기점으로 심각해졌고, 이후 열흘 만에 이사들이 모여 CEO 해임을 가결, 통보한 거다.

이사들이 가진 신념의 정당성을 떠나 이런 식의 일 처리는 문제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오픈AI에 무려 130억 달러를 투자해서 지분의 49%를 갖고 있는데, CEO 해임을 결정하기까지 아무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사티아 나델라가 샘 얼트먼의 해고 소식을 듣게 된 건 언론에 발표하기 1분 전이었다고 한다. 뉴욕타임즈는 이런 일이 일반적인 기업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오픈AI가 비영리로 시작했기 때문에 갖게 된 특이한 거버넌스 구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한다.

수습 시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되었다고 판단한 얼트먼은 그날 저녁에 벌써 새로운 회사를 만들기로 하고 투자자들을 상대로 피칭을 시작했다는 말도—확인되지는 않았지만—있다. 얼트먼의 해고와 함께 이사회 의장에서 해임된 그레그 브로크먼도 함께 했다고 한다.

이 모든 상황에 가장 분노한 건 마이크로소프트였을 거다. 나델라는 얼트먼을 훌륭한 CEO이자 좋은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고, 그런 얼트먼이 지휘하는 오픈AI에 투자한 건데, 최대 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의견을 무시하고 이사들이 해고한 거니까 그렇다. 그래서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이사회에 결정을 재고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얘기가 있다. 이것도 확인되지는 않은 얘기지만, 아주 당연한 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첫 뉴스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사회가 얼트먼을 다시 불러들이려고 그와 협상 중"이라는 소식이 돌았다. 해고를 철회하려고 한다는 얘기. 그 소문을 뒷받침하듯, 해고된 얼트먼이 오픈AI 사무실에 방문자 패스를 받아 들고 들어간 셀카를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내가 이걸 차는 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말과 함께. 협상이 성공하면 다시 CEO가 되니 방문자 패스가 필요 없을 거고, 결렬되면 다시 들어올 일이 없으니 방문자 패스를 목에 걸 이유가 없다.

나델라의 결정

하지만 협상은 실패하고, 얼트먼의 오픈AI 복귀는 무산된다. 얼트먼으로서는 그냥 순순히 복귀할 수는 없었을 거다.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그리고 이런 일을 벌인 책임을 묻는 조치를 요구했을 거고, 그걸 이사회가 받아들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 소식과 거의 동시에 "샘 얼트먼과 그레그 브로크먼이 마이크로소프트에 합류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이건 공식 발표. 마이크로소프트로서는 얼트먼이 오픈AI로 복귀해서 예전처럼 협업하는 관계를 회복하는 게 가장 좋겠지만, 그게 안 된다면 마이크로소프트에 들어와서 계속해서 AI 개발을 하라는 제안을 한 것. 얼트먼과 브로크먼은 그게 가장 나은 대안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직원들의 반란

그런데 이 과정에서 오픈AI의 직원들은 아무런 의견 개진을 할 기회가 없었고, 벌어지는 일도 그저 뉴스로 듣는 게 고작이었다. 이사회가 저지른 많은 실수 중 하나가 이거다. 직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일부 이사들과 달리 오픈AI의 엔지니어들은 CEO인 얼트먼에 대해 좋게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단 회사의 가치를 단기간 내에 이렇게 크게 높여 놓은 CEO를 찾기도 쉽지 않다. 이대로 잘 성장하면 자신이 받은 지분을 행사해서 큰 수익도 낼 수 있는데 이사회가 뜬금없는 일을—뉴욕타임즈의 테크 전문기자 케빈 루스는 자기 기자 인생을 통틀어 이런 황당한 일은 처음 본다고 했다—직원들과의 아무런 의견 공유도 없이 벌였으니 기분이 좋을 리 없다. 그래서 어제 나온 소식이 직원들이 연판장을 돌려 "얼트먼을 CEO로 복귀시키지 않으면 회사를 나가겠다"고 선언했다는 것. 직원 770명 중 700명이 서명을 했다고 하니까, 이사회로서는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되었다.

직원들의 집단 항명 소식을 접하게 되면서 얼트먼 해고에 동의한 이사 중에서 결정을 공개적으로 후회하는 사람이 나왔다. 일리아 수츠케버. 그는 자신이 얼트먼 해고에 동참한 것을 후회한다며, 회사를 재결합하기 위해 모든 것을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수츠케버는 얼트먼과 함께 회사를 나가게 된 브로크먼이 결혼할 때 주례를 선 사람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사회 쿠데타가 일어난 후 브로크먼의 아내가 울면서 "결정을 번복해 달라"고 얘기했다는 소문도 있다. 그게 얼마나 사실인지, 그런 호소가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 일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트렸다는 걸 보여주는 일화.

샘 얼트먼(왼쪽)과 일리아 수츠케버 (이미지 출처: Business Insider)

앞으로의 전개

언론에서는 이번 사태에서 최종적으로 가장 이득을 본 건 마이크로소프트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얼마나 현실화할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직원들이 오픈AI를 나와 얼트먼과 브로크먼을 따라 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하게 된다면 49%의 지분을 갖고 있다가 100%를 갖게 되는 효과가 있다는 것. 보통 이렇게 스타트업의 인재들을 한 번에 데려오려면 회사를 인수하는 형식으로 acqui-hire(인수-채용)를 하는데, 오픈AI 이사회의 헛발질로 인수 없이 인재를 쓸어 담을 수 있게 된 거다. 다만 이미 많은 투자를 했고 이런 재편 과정에서 잃게 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을 생각하면 무조건 이득이라고 쉽게 말하기는 힘들다.

샘 얼트먼 입장에서는 사장이었다가 직원이 되는 셈이지만, 이를 협상하는 과정에서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많은 걸 받아냈을 가능성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워낙 거대한 기업이기 때문에 사티아 나델라 입장에서도 오픈AI에서 데려오는 인재들이 단순한 직원이 되는 건 원하지 않을 거다. 따라서 막강한 자금 지원 외에도 랩(lab) 형태로 독립성을 보장해 줄 것으로 보인다.

그럼 얼트먼과 브로크먼은 오픈AI 같은 스타트업을 하겠다면 돈가방을 들고 쫓아올 투자자들이 줄을 섰는데 왜 굳이 대기업 사원이 되면서까지 마이크로소프트에 들어갈까? 플래포머의 케이시 뉴튼 기자에 따르면 이렇다. 새로운 스타트업을 만들어 투자를 유치하고, 직원을 뽑고,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아무리 빨리 해도 1년 넘게 걸리는데, 지금 경쟁사들의 AI 발전 속도를 생각하면 이 과정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의 최대 지분을 가진 기업이기 때문에 얼트먼이 이끌게 될 기업 내 AI 팀이 오픈AI의 리소스를 고스란히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오픈AI 사무실 (이미지 출처: Wikipedia)

그렇다면 얼트먼이 이끌게 될 마이크로소프트의 AI 팀과 오픈AI의 차이가 뭐냐는 질문이 나온다. 그 두 조직의 경계는 어디가 되어야 할까? 나델라는 앞으로도 오픈AI와 계속 협력하겠다는 교과서 같은 입장을 밝혔다. (좋은 리더는 당연히 그렇게 말해야 한다.) 다만 이번 기회에 오픈AI에 이사로 참여하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다. 이번 사태를 보아하니 아무래도 'adult supervision(어른의 감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하지만 이 정도로 사태가 마무리될 거라고 전망하는 사람은 없다. 일단 직원들이 이사회 사퇴를 요구하면서 집단 퇴사라는 배수진을 치고 있기 때문에 이사회는 뭐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고, 오래 버틸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들 한다. 직원들이 나가게 되는 사태는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에 모두 좋지 않다. 회사에 동요가 생기면 헤드헌터들의 전화가 빗발치고, 이들을 데려가려는 경쟁기업들이 줄을 섰기 때문이다.

"알트먼이 CEO로 복귀할 가능성이 없는 게 아니다"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이거다. 이사회가 압력에 굴복해서 총사퇴하고 나델라를 포함한 새로운 이사진이 구성되면 알트먼을 CEO로 임명할 수 있다. 오픈AI에 막대한 투자를 한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는 어쩌면 그게 가장 바라는 해결책일 수 있다. 그렇다면 알트먼을 데려오겠다고 한 건 압력 수단이었을 수도 있다.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이번 사건으로 주말을 밤샘 취재로 날린 테크 기자들은 앞으로 어떤 결론이 나도 놀라지 않겠다는 태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