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토크쇼 코미디언은 지독한 사람들이다. 한국에서 정치인의 말과 행동을 정면으로 조롱하는 코미디는 비교적 근래에 등장했고 여전히 조심스럽게 다루지만, 미국에서 코미디언들이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자들을 조롱한 역사는 길다. 특히 대통령이 정치적 성향과 상관없이 웃음거리가 될 만한 사람일 경우, 한번 물면 절대 놓치지 않는 핏불처럼 조롱을 쏟아낸다.

가령, 백악관에서 인턴 직원과 성 추문을 벌인 빌 클린턴이나, 말실수가 잦은 조지 W. 부시의 경우 밤시간 토크쇼를 먹여 살렸다고 할 만큼 손쉬운 웃음거리를 제공했다. 조롱감이 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만, 'It comes with the territory'(영토와 함께 온다)라는 영어 표현처럼, 특정한 영역에서 일하기로 한 사람이라면 피할 수 없는 일이라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는, 그런 일에 속한다.

서양에서는 왕의 옆에서 웃음을 선사하는 광대만이 왕을 조롱하는 말을 할 수 있었다. 동양적 사고방식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전통이지만, 그런 광대의 말을 웃어넘김으로써 왕은 자기 도량의 크기를 보여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런 농담을 통해 불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왕도 알게 되고, 그걸 전달했다는 것만으로도 다른 귀족과 국민의 불만, 혹은 분노의 압력솥에서 김을 빼주는 기능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