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소개하는 책은 어크로스 출판사에서 최근 펴낸 '시스템 에러'입니다. 출판사에서 오터레터 독자 여러분 중에서 10명을 추첨해서 이 책을 선물로 보내신다고 합니다. 아래 책 소개를 읽어보시고 추첨에 참가하고 싶으신 분들은 상단에 있는 [댓글 남기기] 버튼을 눌러 의사를 밝혀주세요!

방식은 이전과 동일하구요, 한국시간으로 토요일(4월 16일) 자정까지 받은 댓글 중에서 무작위 추첨합니다. 물론 직접 구매하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


목차를 다소 추상적으로, 혹은 흥미로운 방식으로 적어서 궁금증을 유발하는 책이 있는가 하면, 각 장의 제목만으로도 책이 어떤 주제를 어느 정도로 다루는지 분명하게 보이는 책이 있다. '시스템 에러'는 후자에 속한다. 디지털 기술 문명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는 책은 항상 나왔고, 특히 21세기 디지털 환경의 문제를 다루는 책은 지난 5, 6년 동안에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어떤 책은 소셜미디어에만 주목하고, 어떤 책은 알고리듬 전반에, 또 어떤 책은 중독 설계, 혹은 사회문제에 집중한다. 그래서 일반인이 21세기 디지털 환경의 다양한 측면을 다루기 위해서는 최소한 몇 권의 책을 읽어봐야 한다.

그런데 이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이 문제에'만' 매달려 독서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지난 주말에 읽은 '시스템 에러: 빅테크 시대의 윤리학'은 이 문제들을 한 권에서 폭넓게 다뤄주려고 작정하고 쓴 책 같다. 이건 단점일 수도, 장점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 들어간 책도 한 두 개 챕터는 다소 늘어지는 느낌을 주는 일이 있는 걸 생각하면 이 책은 꽤 효율적으로 큰 틀을 이해하기에 적절하다.

1부(1-3장)에서는 문제의 근원–최적화 사고방식, 해커와 VC의 만남, 민주주의와 대립하는 테크노크라시–을 이야기하고, 2부(4-7장)에서는 주요한 각론으로 알고리듬, 개인정보, 인공지능과 자동화, 그리고 표현의 자유를 다룬다. 그리고 마지막 3부(8장)에서는 다시 민주주의로 돌아간다.

주요 주제들을 여덟 개의 장에 깔끔하게 나눈 솜씨가 좋아서 생각해보니 저자가 세 명이라는 사실이 눈에 띄었다. 혼자서 고민한 역작이라기보다는 세 명이 회의를 해서 어떤 주제를, 어디에, 어떻게 넣자고 결정한 느낌? 그 결과 이 책은 이런 논의에서 다뤄져야 할 내용들이 모두 들어간 좋은 교과서 같은 책이다. 내용은 (대부분의 경우)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쓰였고, 번역도 깔끔해서 "영문이 씹히는" 일 없이 빠르게 읽힌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건 이 모든 논의를 일관되게 민주주의라는 큰 틀 안에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뿐만 아니라, 빅테크를 다루는 근래의 책들이 이 문제의 핵심을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진단하는 건 적절하고, 그래서 반갑다.

하지만 혁신과 규제 사이의 선택은 잘못된 이분법이다. 민주주의가 기술 정책에 대해 더 큰 집단적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우리가 직면하는 선택지에는 개인이나 민주주의의 이익을 우선하지 않는 세계적인 기술기업들과 중국이 보여주는 권위적인 기술 지배 모델만이 남게 될 것이다.
민주주의는 그 자체가 일종의 기술이다. 개인의 권리를 옹호하고, 시민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끊임없이 변화는 사회환경에 적응하는 것을 가장 큰 미덕으로 삼는 사회문제 해결의 기술인 것이다. 민주주의는 취약하고 현재 그 약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지만, 그 뿌리는 수 세기를 거슬러 올라간다. 민주주의는 과거의 수많은 도전에서 회복력을 입증했다. 기술의 미래에 대한 규제는 다음 도전이 될 것이다. (p. 413)

저자들의 진단처럼 "새로운 기술이 사회에 유익을 가져다주도록 이끄는 것은 민주주의의 역할"이고, 그 "민주주의가 제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요즘 나오고 있는 책들이 이런 결론에 도달한다는 것은 최소한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희망으로 다가온다. 작지만 분명한 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