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미디어 리터러시의 영향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와이먼씨께서 모교(고등학교)에 가셔서 특강을 하신 적이 있다고 들었어요. 그곳에서 요즘 고등학생들이 영화에 관해 하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고 하셨는데, 어떤 이야기였는지, 그리고 소셜미디어의 영향으로 사람들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좀 들려주시겠습니까?

와이먼: 제가 예술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요, 그 학교의 한 재학생이 모교에 와서 영화 이야기를 해줄 수 있냐고 하더라고요. 커리어에 관한 얘기를 해달라는 게 아니고, 순전히 영화반 아이들과 영화에 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길래 저도 무척 기뻤습니다. 그렇게 해서 찾아갔죠. 한 교실에 학생들이 모여있었고, 별로 많지도 않았기 때문에 아주 친밀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영화 이야기를 하며 사용하는 표현이 너무나 섬세하고 정확해서 깜짝 놀랐어요. 제가 고등학생 때는 절대 사용할 수 없는 수준이었거든요.

그러고 생각해 보니 그 아이들이 인터넷에서 배우는 게 많았어요. 아이들은 그렇게 배우면서 자기가 보는 것 중에서 믿어야 할 것과 조심해서 받아들여야 할 것을 구분하고 있고, 영화에서 정말 많은 걸 읽어내고 있었죠. 아이들이 그렇게 많은 걸 흡수하는 걸 보니 놀랍고 기뻤습니다. 그뿐 아니라 그 아이들은 제가 전혀 모르는 영화들도 많이 알고 있었어요. 그런 아이들의 설명을 들으니 제가 다 흥분이 되더라고요. 아이들과 레터박스드에서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뭔지도 서로 이야기했는데, 아이들이 알고 있는 것들에 비하면 저는 정말 기초적인 수준이었어요. (함께 웃음)

레터박스드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특화된 소셜미디어로, 사용자가 자기 취향에 맞는 영화를 찾고 함께 이야기하는 곳이다.

진행자: 아이들이 무슨 영화를 이야기하던가요? 냉전 시대 영화였나요? (웃음)

와이먼: 네, 우울한 분위기 소련 영화들 얘기를 했어요. (진행자 놀람) 아마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틈새(niche) 영화들일 거예요.  

진행자: 제가 어린 시절에는 그런 영화에 관해 들을 수 있는 통로도 없었는데, 요즘 아이들이 접하고 있다면 유튜브와 틱톡 영화를 소개하는 채널을 통해 접하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드는 생각인데요, 이렇게 관객들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좋은 영화들이 더 많은 관객을 만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영화를 알아보는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와이먼: 그렇다고 확신합니다. 저는 유튜브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틈새 영화들에 관해 이야기하지는 않아요. 유튜브의 알고리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좀 더 잘 알려진 영화를 가지고 이야기하게 되는 것도 있고, 제가 영화들이 문화에 미치는 영향에 중점을 두어 이야기하다보니 유명한 영화를 이야기하게 되기도 하죠. 하지만 레터박스드 같은 서비스들은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들을 소개하고, 그런 영화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소셜 공간을 만들어 주죠. 참 좋은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인스타그램도 잘하고 있어요. 인스타그램이 브랜드가 활용하기 좋은 플랫폼이기도 하지만, 제가 협업하고 있는 한 계정의 경우도 인스타그램이 비주얼에 기반한 미디어라는 점을 잘 활용해서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를 사람들에게 소개하죠. 크라이테리온(Criterion)도 엄선한 영화들을 소개하고요. 저는 소셜미디어가 사람들이 새로운 영화 전반에 대해 알아가기에 좋은 공간이라고 봅니다.

진행자: 와이먼씨께서 초기에 만든 인기 영상이 '기생충'에 관한 설명이었죠. 물론 봉준호 감독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미 알려져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팬이 생길 수밖에 없었지만, 그 영화가 가진 복잡성과 다양한 층위의 문화적, 경제적 의미를 생각하면 와이먼씨의 채널과 같은 곳에서 설명을 제공하는 바람에 사람들이 깊은 의미를 이해하고 더 많은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고 봅니다.

마야 와이먼의 채널(Broey Deschanel)은 '기생충'을 후기 자본주의의 틀에서 설명하면서, 어느쪽이 진짜 기생충인지 묻는다.

와이먼: 그런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얘기이기도 해요. 저희가 영향(influence)을 주기도 했지만, 저희가 유튜브에서 영향을 받기도 했습니다.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받지 않았으면 제가 만든 그 영상도 그렇게 조회수가 폭발하지는 않았겠죠. 그런 의미에서 양쪽 다 중요한 요소인데, 어쨌거나 영화 작품을 중심으로 그렇게 문화적인 담론을 형성하는 일은 흥미진진합니다.

제가 소피아 코폴라(Sophia Coppola) 감독의 작품들을 이야기한 영상으로도 그런 일이 있었어요. 틱톡에서 많은 젊은 여성들이 제가 만든 설명 영상을 인용하면서 다른 "소프트한 여성 영화들(soft girl movies)"과 연계하기도 했죠. 영화 작품을 두고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야말로 소셜미디어가 바꾸는 영화계의 한 모습인 건 분명합니다.

오터레터에서 소피아 코폴라의 영화 '로스트 인 트랜슬레이션'에 대해 쓴 글 '밀레니얼, 자신을 보다'도 있지만, 와이먼이 이야기하는 영상(Sofia Coppola: The Politics of Pretty)은 사회 격변기에 부유한 환경에서 살던 여성들의 모습을 다룬 세 작품(처녀 자살 소동, 마리 앙투아네트, 매혹당한 사람들)을 다뤘다. 마야 와이먼의 설명 방식과 그 깊이를 잘 보여주는 예.

진행자: 소셜미디어에서 영화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스펙트럼에서 와이먼씨와 반대쪽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좀 해보죠. 유튜브보다는 틱톡에서 주로 활동하고, 영화 비평가들에 반대하는, 스스로를 인플루언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말입니다. 와이먼씨에게 그 사람들의 입장을 묻는 건 적절한 질문은 아니겠지만, 아무래도 그들에 대해 잘 알고 계실 것 같아서 여쭌다면, 그런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어떤 목표(mission)를 갖고 작동하나요?

와이먼: 뉴욕타임즈가 최근 영화 틱토커들에 관한 기사를 발행했죠. 그 기사는 영화 틱토커들이 영화를 엔터테인먼트로 바꾸려 한다고 했어요. 그 기사에 등장한 한 틱토커가 자기는 영화를 끌어내리려 하는 게 아니라 더 돋보이게 만든다고 했죠. 그 말이 참 흥미로웠던 것이, A.O. 스캇이 영화 평론을 중단하면서 했던 인터뷰에서 지금의 블록버스터 시대가 영화 평론가와 일반 관객들의 사이를 멀어지게 했다고 말했거든요.

스캇은 평론가는 영화에 관해 껄끄러운(challenging)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하고, 그러면서도 관객의 신뢰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어요. 사람들은 싫어했지만 자기는 좋았던 영화로 '프레디 갓 핑거드(Freddy Got Fingered)'를 들었죠. 자기가 쓴 그 영화 리뷰를 본 독자들이 '나는 동의하지 않지만, 흥미로운 글이네'라고 받아들이면 된다는 거죠.

재미있는 건, 영화 틱토커들이 자기가 영화 평론가들과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우리는 관객과 더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려 한다'라고 하는 거예요. 평론가들은 안 그런다고 생각하는 거죠. 두 집단 모두 관객과 친밀한 신뢰 관계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서로 '내가 저들과 다른' 이유로 같은 얘기를 하는 게 흥미롭습니다.

뉴욕타임즈 기사 "영화 리뷰를 하지만, 평론가로 불리기를 거부하는 사람들"

진행자: 영화 틱토커들이 영화를 기반으로—가령 마블 영화의 팬들을 모아서—하나의 커뮤니티를 만들면서 '우리는 예술 작품을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감상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좋아하는 좋아한다'라고 한다면, 평론가들과는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그렇게 다른 자세로 접근한다면 영화를 보는 방법도, 영화에서 얻는 것도 다를 텐데요.

와이먼: 저는 그게 소셜미디어에서 예술이 콘텐츠화(contentization)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고 봅니다. 우리 모두가 주목 경제(attention economy, 주의력 경제) 안에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취미로 돈을 벌 수 있는(monetizing) 콘텐츠를 만드는 거죠. 스트리밍 서비스를 두고도 그런 설명을 합니다. 과거에는 영화관에서 큰 인기를 끄는 영화가 시대를 대표하는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되었지만, 스트리밍 시대에는 모든 영화들이 거대한 콘텐츠 리스트의 한 조각이 되어버렸다는 얘기입니다.

진행자: 맞아요. 모든 영화나 TV 시리즈의 콘텐츠 경험이 유튜브, 틱톡처럼 납작해진다(flattened)는 얘기죠. 우리는 모든 작품을 똑같은 노트북 컴퓨터에 틀어놓고 저녁을 준비하면서 곁눈질로 보니까요. 과거에는–다시 그런 시절이 돌아오는 걸 수도 있지만–영화관에 가서 봤을 영화들을 넷플릭스에 보고 싶은 영화들을 찜해두고 배경 음악처럼 다른 일을 하면서 보는 시청 방식 말입니다.

그리고 콘텐츠로 돈을 버는 일(monetization)을 말씀하셨는데, 틱톡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그리고 틱톡보다는 소수이지만 유튜브에서도—영화사에서 돈을 받고 홍보를 해주는 경우가 있죠. 이건 어느 정도로 심각한 문제일까요?

와이먼: 저는 그 문제를 이렇게 생각합니다. 온라인에서 영화를 다루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영화를 연구하는 학자들과 영화를 리뷰하고 평하는 사람들이 그들이죠. 그런데 여기에 간극이 존재합니다. 그 간극은 영화 저널리즘이 채워야 하는데, 저널리스트들은 온라인, 특히 소셜미디어에서 자기 자리를 찾지 못했어요. 그러지 못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소셜미디어가 광고에 의존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영화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이해의 충돌(conflict of interest)이 발생하거든요.

유명 영화 틱토커 매디 코크(Maddi Koch)가 미션 임파서블 시사회에 참여한 모습 (이미지 출처: Yahoo)

저는 다행히 그런 상황에 있지 않지만, 영화 틱토커들의 경우 전통적인 영화 평론가들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린다고 들었습니다. 얼마나 인기 있는 틱토커이냐에 따라 다르고 홍보하는 영화에 따라 다르겠지만, 영화사에게서 받는 돈이 엄청나다고 해요. 제가 조사한 게 아니라, 기사에서 읽은 거니까 정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요. (웃음)

그게 무슨 의미냐면, 이 사람들은 기업의 이익과 연계되기 때문에 영화에 대해서 부정적인 말을 할 수 없고, 독립 비평가들이 하는 것처럼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도 없어요. 물론 그 사람들은 "영상에서 기업의 후원(스폰서)을 받았다고 분명히 밝힌다"라고 주장하고, 그런 협업 영상이 "전부는 아니고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영화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의 이익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됩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런 후원 기회를 얻으려면 말이죠. 그러니 심각한 이해의 충돌이 발생합니다.

진행자: 그렇죠. 제가 우려하는 건 개별 영화를 두고 이 사람들이 돈을 받았는지 여부가 아니거든요. 영화사의 후원을 받고 '미션 임파서블'이 재미있다고 소개하는 거냐, 아니냐보다는, 그게 그 사람들의 사고방식(mindset)을 대표하지 않느냐는 생각입니다. 내가 지금 이야기하는 영화의 이해관계와 나를 분리할 필요를 느끼지 않고,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런 그들의 말을 듣는 저로서는 우려할 일이죠.

와이먼씨께서는 특정 영화를 좋아한다고 하시거나, 추천할 때도 영화사에서 돈을 받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말씀하신 걸 봤습니다. 영화를 비평적 입장에서 볼 수 있어야 하고, 영화가 좋지 않을 때는 사실대로 말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말이죠.

와이먼: 거기에 더해 저는 어떤 영화를 사랑한다면 그 영화가 가진 흠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게는 그게 아주 중요해요. 가령, 저는—영화는 아니지만—'섹스 앤 더 씨티(Sex and the City)'를 아주 좋아해서 그 영화에 관한 영상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영상에서 저는 그 작품이 아름답게 늙지 않았다(hasn't aged well, 세월이 흐른 후에 다시 보니 예전만큼 좋지 않았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를 이야기했습니다.

와이먼은 '섹스 앤 더 시티'가 남성 작가의 작품이며 여성을 제대로 묘사하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그게 제가 '섹스 앤 더 시티'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흠이 많거든요. 그런 작품들이 많아요. 저는 작품이 가진 흠을 보지 못하고 맹목적으로 좋아한다면, 작품에 관해 입체적인 의견을 갖지 못한다면 정말로 그 영화를 좋아하는 거라 생각하지 않아요.


'소셜미디어가 바꾼 영화산업 ④'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