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세상을 구성하는 산업들 중에서 지난 10, 20년 동안 영화산업만큼 빠르게 변한 것도 찾기 힘들다. (아마도 리테일 비즈니스 정도가 예외가 아닐까 싶다.) 흔히 넷플릭스의 등장과 디즈니의 독점으로 설명되는 영화산업의 변화는 시네마 천국, 시네마 지옥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그건 공급자를 중심으로 보는 해석이었다. 영화산업은 수용자 측면에서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수용자 측면의 변화는 사람들이 영화를 두고 하는 이야기를 듣거나 영화를 보는 방식에서 뚜렷하게 드러나지만, 워낙 자연스러워 보여서 그 변화의 폭과 깊이를 눈치채기 쉽지 않다. 그런데 이걸 아주 잘 설명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유튜브에서 영화를 설명하는 채널을 운영하는 마야 와이먼(Maia Wyman)이다. 아래는 와이먼이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팟캐스트 중 하나인 팟 세이브 어메리카(Pod Save America)의 자매 프로그램인 오프라인(Offline)에 나와서 대담한 내용으로, 원래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람은 존 패브로(Jon Favreau, 영화배우 존 패브로가 아니라 오바마 백악관에서 일한 존 패브로)이지만, 이 에피소드에서는 맥스 피셔(Max Fisher)가 게스트 호스트로 진행했다.

두 사람의 대화는 내용도 풍부하지만, 진행자가 세심하게 고른 질문도 아주 돋보인다. 이 에피소드는 여기에서 팟캐스트로 들을 수 있고, 여기에서는 영상으로도 볼 수 있다.


진행자: 우리가 영화를 보는 방법이 바뀌고 있습니다. 로튼토마토(Rotten Tomatoes)나 레터박스드(Letterboxd) 같은 웹사이트의 영향이기도 하고, 우리가 소셜미디어에서 영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유튜브와 틱톡에서 영화 속 장면을 보기 때문이기도 하죠. 소셜미디어에는 새로운 종류의 영화 평론이 자리를 잡았고, 영화 프랜차이즈들의 거대한 팬덤이 형성되었습니다.

이건 아주 중요한 변화입니다. 사회는 영화를 통해서 세상을 이해하죠. '오펜하이머'를 보면서 역사를 이해하고, '바비'를 보면서 페미니즘, 젠더 문제에 직면합니다. 우리는 영화를 통해 선과 악, 영웅과 악당을 생각합니다. 과거에 우리는 신문사에 소속된 영화 평론가들의 도움을 받아 이런 영화를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소셜미디어가 그 역할을 하게 되었고, 이런 변화는 영화를 넘어 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마야 와이먼(Maia Wyman)이 그런 변화의 일부입니다. 와이먼은 유튜브에서 브로이 디샤넬(Broey Deschanel)이라는 예명으로 영상을 올립니다. 2019년에 발표된 한국 영화 '기생충'을 정치적인 관점으로 설명하고, 2010년대 초에 왜 관객들이 느닷없이 '스프링 브레이커스(Spring Breakers)' 같은 섹스가 넘쳐나는 인디 영화들에 열광했는지를 설명하기도 합니다. 와이먼의 설명은 뛰어나고 많은 사람이 좋아합니다. 하지만 와이먼처럼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평론가들도 많죠. 이렇게 서로 다른 두 집단은 인터넷이 영화와 영화 문화에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를 두고 공개적인 토론을 벌이기도 합니다.

마야 와이먼의 유튜브 채널, '브로이 디샤넬'에서 설명하는 '기생충'의 정치학. '문화적 헤게모니' 같은 사회과학 개념을 동원해 설명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오늘은 와이먼씨를 모시고 그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최근 언론에 등장한 글 두 편이 온라인 영화 커뮤니티에 큰 논쟁을 불러왔습니다. 하나는 가디언에서 발행한 기사로, 영화 제작사들이 기존의 평론가들을 제치고 소셜미디어의 인플루언서들을 시사회에 초청해서 영화에 대한 찬사로 가득한 홍보를–때로는 돈을 주면서–하게 한다는 내용이었고, 다른 하나는 영화 틱토커들과의 인터뷰를 한 뉴욕타임즈의 기사였죠. 영화 틱토커들은 전통적인 평론을 거부하고, 영화의 팬들이 듣기 좋아하는 이야기를 하며 영화를 홍보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추세는 올해 등장한 게 아니라 지난 몇 년 동안 점점 뚜렷해졌죠. 그런데 왜 갑자기 사람들이 이걸 논의하기 시작했을까요?

마야 와이먼: 근래 들어 영화계에 등장한 몇 가지 변화들이 겹치면서 사람들이 긴장하게 된 것 같아요. 아시다시피 얼마 전에 뉴욕타임즈의 수석 영화 평론가 A.O. 스캇(Scott)이 뉴욕타임즈를 떠난 일이 있었죠. (정확하게는 영화 평론을 중단한 것이고, 현재 뉴욕타임즈에서 도서 평론을 하고 있다–옮긴이) 스캇은 자신이 영화 평론을 그만하기로 한 이유로 '팬덤 문화(fandom culture)'를 들었습니다. 요즘 만들어지는 영화들은 비평을 하기 힘들도록 팬들만을 대상으로 만들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다른 생각을 말하려고 해도 팬들이 공격하기 때문에 정직한 영화 평론을 하기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영화계 자체의 문제도 있습니다. 헐리우드의 작가와 배우들이 파업을 하는 과정에서 영화계 내 노동조건이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죠. 극장 수입이 줄어들고 있고, 그나마 극장에 가서 볼 수 있는 영화들은 하나같이 영화사들이 투자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만든 프랜차이즈 영화의 후속 블록버스터들뿐입니다.

Who needs film critics when studios can be sure influencers will praise their films?
A shift from knowledgable writers to those simply in search of free tickets devalues cinema – and audience experience
영화사들이 평론가들을 무시하고 인플루언서들을 선호한다는 가디언의 기사

그리고 물론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의 성장이 있습니다. 그 덕분에 영화 제작 전반에 더 많은 돈이 흘러들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지는 영화들은 대개 캐릭터 중심으로 진행되는,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mid-budget)의 영화들이고 알고리듬에 의존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과거처럼 하나의 문화 현상(cultural event)이 되는 작품들이 되지 못합니다.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영화계 전반을 불신하게 되었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과정에서 평론가들도 함께 불신하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소셜미디어와 영화 커뮤니티의 성장까지 더해지니 분위기는 더 사나워졌죠. 지금의 긴장이 생기게 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좋은 지적입니다. 게다가 이번 여름에는 '오펜하이머'와 '바비'의 인기로 영화가 다시 돌아왔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는 아이러니가 있죠. 사람들이 영화나 영화에 대한 담론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 겁니다. 그런데 방송 전에 와이먼씨가 SAG-AFTRA(영화배우조합-미국 텔레비전·라디오방송인 조합)이 파업을 하면서 영화 평론가들이 평론을 하는 것은 좋지만, 인플루언서들이 영화를 홍보하는 것은 금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는 얘기를 하셨죠. 그 바람에 사람들은 자기가 인플루언서인지, 아니면 평론가인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요.

와이먼씨는 평론가와 인플루언서를 어떻게 구분하시는지, 그리고 본인은 어느 쪽에 속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와이먼: SAG-AFTRA는 (작가, 배우들의 파업을 이끌면서)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인플루언서도 (파업의 대상이 되는) 영화의 홍보를 하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죠. 그바람에 디스코드나 슬랙 채널, 제가 속한 유튜브 등 관련 커뮤니티에서 '여기에서 말하는 홍보가 정확하게 뭘 의미하느냐,' '내가 인플루언서냐 아니냐'는 질문을 하면서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유튜브와 틱톡에는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평론을 하다가도 영화사에서 돈을 받고 홍보를 하거나, 시사회에 초대받아 보고 와서 좋은 리뷰를 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A.O. 스캇이 영화 평론을 떠나는 심정을 담은 글

그런데 저는 유튜브에서 주로 영화를 분석하는 사람들의 그룹에 속해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보통 영화사와 협업을 하지 않아요. 제게도 새로 나오는 영화를 홍보해 줄 수 있냐고 접근하는 배급사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튜브는 알고리듬 측면에서 틱톡보다 까다롭습니다. 유튜브는 틱톡에 비해 긴 영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작정하고 봐야 합니다. 그런데 자기가 아직 보지 않은 영화에 관한 긴 영상을 보기는 쉽지 않죠. 따라서 새로 나오는 영화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해봤자 많은 사람이 보지 않으니 제게는 영화사와 협업을 할 만한 이유가 없고, 그래서 거절하는 경우가 많아요. 게다가 저는 좀 더 독립적으로 활동하려 합니다. 그런 저의 독립성이 저 자신을 (인플루언서가 아닌) 평론가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제가 평론가라고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제가 영화를 연구하는 학자들과 대중 사이에 위치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영화 평론을 하는 사람 중에는 전통적인 언론사에 소속되어 평론을 쓰는 사람들이 있죠. 폴린 케일(Paulin Kael, 뉴요커)이나 로저 이버트(Roger Ebert, 시카고 선타임즈), 빈세트 캔비(Vincent Canby, 뉴욕타임즈), A.O. 스캇(뉴욕타임즈), 데이비드 에얼릭(David Ehrlich, 인디와이어)가 그런 사람들이죠. 반면, 영화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필름 코멘트(Film Comment), 사이트 앤 사운드(Sight and Sound), 카예 뒤 시네마(Cahiers du Cinéma) 같은 저널에 글을 씁니다. 저는 그런 학자들과 일반 대중 사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말하면 저 스스로 대단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웃음) 제가 진지한 평론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저는 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학술적 연구를 가져와야 합니다. 저는 그런 연구를 대중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설명합니다. 왜냐하면 대중은 그런 연구에 접근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죠. 학술 이론을 접하려고 해도 유료로 막혀있곤 하니 제가 가져다 설명하는 거죠. 저는 그런 제 시도가 대부분 성공적이었다고 봅니다. 제가 올린 영상 중에는 대학교 커리큘럼에 들어간 것도 많아요. 저로서는 영광이고 기분이 좋은 일이죠. 하지만 항상 성공적인 건 아녜요. 제가 하는 설명을 듣고 무슨 헛소리를 하느냐, 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진행자 맥스 피셔(왼쪽)와 대화를 나누는 마야 와이먼 (이미지 출처: YouTube)

하지만 제가 그런 작업을 하고, 제가 만드는 영상들이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더 넓은 문화적인 맥락 속에서 설명하기 때문에 저는 영화 평론가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영화의 문화와 역사를 좀 더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작품을 더 큰 담론 속에서 다룰 수 있어야 작품이 기술적으로 어떤 혁신을 가져왔는지, 그 작품이 지금 이 시점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봐요. 저는 그게 평론가와 일반 관객을 구분하는, 가치 있는 차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게 할 수 있으려면 넘어야 할 장애물(자격 조건)이 있는데, 저는 운 좋게도 학교에서 이와 관련한 교육을 받을 수 있었죠. 요즘은 학교에서 그런 공부를 했다는 게 반드시 중요하지는 않지만, 제가 사람들에게 저를 영화 평론가라고 소개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소셜미디어가 바꾼 영화산업 ②'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