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재료를 사용하게 되는 건 전자업계도 마찬가지다. 다른 업체들과 가격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 수리업계를 대표하는 수리인연합(Repair Association)의 게이 고든번(Gay Gordon-Byrne)에 따르면 디자이너들은 괜찮다고 하지만, 점점 더 많은 부품이 금속 대신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고, 붙일 때도 나사 대신 접착제를 사용한다. "제품을 오래가지 않게 만드는 분명한 디자인 트렌드가 있어요. 제 친구 하나는 HP 제품을 판매하는데 과거에 사무실에서 사용하던 4,000달러짜리 HP 레이저 프린터는 트럭에 싣다가 떨어뜨려도 전원만 연결하면 작동했죠. 새로 나오는 프린터들은 그렇지 않아요. 갈수록 플라스틱 부품이 늘어나서 그래요."

게다가 기업들이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비용 절감 방법이 있다. 바로 낮은 임금과 초과 노동이다. 기업들은 노동자들이 제품을 생산하고, 배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점점 더 단축하고 있다. 하지만 속도와 품질은 항상 반비례한다. 소비자들은 하루 배송, 이틀 배송을 갈수록 선호하는데, 이런 추세에 실시간으로 변하는 마이크로트렌드(microtrends)가 더해지면 기업들은 그저 빠르게 찍어내기에 바빠진다.

울트라 패스트패션 기업 쉬인(Shein)이 1,000억 달러(약 140조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것을 보라. 소셜미디어는 유행의 주기는 더욱 짧게 만들었고, 소비자들은 1980년대에 비해 무려 5배나 많은 옷을 사고 있다. 제품을 그렇게 빨리 만들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희생해야 한다. 하나는 제품의 질이고, 다른 하나는 노동자의 삶의 질이다. 소비자들이 유행에 따라, 소셜미디어에서 소개하는 것에 끌려 제품을 구매하게 하려고 제품 가격을 낮추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가격이 내려가는 것처럼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희생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