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싱'을 감독한 레베카 홀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게이츠 교수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알게 된 가족사를 어머니 마리아 유잉에게 들려줬다고 한다. 어머니로서는 처음 듣는 일이었다. 유잉은 어린 시절, 자신의 집안에서 인종이 비밀스럽게 다뤄졌던 기억을 갖고 있었단다. 그가 자란 곳은 디트로이트의 백인 동네였는데, 간혹 (아마도 아버지 쪽) 친척들이 찾아오면 차를 집 앞에 주차하는 대신 집 뒤쪽에 세우고 뒷문으로 들어왔고, 집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도 커튼을 모두 내려서 밖에서 안을 들여다 보지 못하게 했단다.

백인으로 패싱한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은 자신의 과거를 지우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항상 발각될 것을 염려하며 살아야 한다.

백인으로 패싱한 클레어와 그의 백인 남편 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