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 댓글 남기기오사카 나오미 선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지난달 오터레터에서 소개한 글, '오사카 나오미, Full Text'를 아직 읽지 않으셨다면 꼭 먼저 읽어보시길 바란다). 프랑스 오픈에서 기자회견을 거부한 이후 많은 공격을 받은 후 결국 대회 출전을 포기한 지 약 한 달 만에 그동안의 심정을 정리한 글을 타임에 기고한 것이다. 아래 원문에 달린 링크들에서 알 수 있듯이 타임은 이 문제를 다른 언론보다 좀 더 자세하게 다뤄왔는데, 아마 그래서 이곳에 기고했을 것 같기도 하다.
글에서 잘 드러나지만, 오사카 나오미는 그가 기자회견 때 말하는 것과 똑같은 목소리로 글을 쓴다. 슈퍼스타의 허세는 전혀 보이지 않고, 기자나 독자들이 듣고 싶은 말을 전달하려고 서두르지도 않는다. 불필요한 수사법도 사용하지 않지만 한 줄 한 줄이 많은 생각의 결과로 보인다.
타임은 이 글의 제목을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It's O.K. Not to Be O.K.)'로 뽑았다.
삶은 여정입니다. Life is a journey.
지난 몇 주 동안 제 여정은 예상하지 못한 길을 향했지만 제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고, 저를 성장시켰습니다. 저는 중요한 교훈을 몇 가지 얻게 되었습니다. In the past few weeks, my journey took an unexpected path but one that has taught me so much and helped me grow. I learned a couple of key lessons.
첫 번째 교훈: 당신은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해줄 수 없습니다. 저는 이제 겨우 23년을 살았지만 제 기억에 지금만큼 세상이 분열된 적은 없었습니다. 팬데믹 동안에 마스크를 쓰라거나 인종주의 반대 운동에 지지를 표하기 위해 무릎을 꿇는 것처럼 제 눈에는 지극히 당연해 보이는 문제들을 두고도 사람들은 사납게 싸웁니다. 어이가 없죠. 따라서 제가 제 정신 건강을 챙기기 위해서 프랑스 오픈에서 기자회견을 하지 않겠다고 했을 때 저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각오했어야 했습니다. Lesson one: you can never please everyone. The world is as divided now as I can remember in my short 23 years. Issues that are so obvious to me at face value, like wearing a mask in a pandemic or kneeling to show support for anti-racism, are ferociously contested. I mean, wow. So, when I said I needed to miss French Open press conferences to take care of myself mentally, I should have been prepared for what unfolded.
두 번째 교훈은 어쩌면 좀 더 힘이 되는 내용입니다. 저는 사실상 세상의 모든 사람이 정신건강과 관련된 문제로 힘들어하거나, 그런 문제를 가진 사람들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정말로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제게 보내온 메시지가 그 사실을 확인시켜주었습니다. 저는 대부분의 사람이 우리는 모두 인간이며, 느낌과 감정의 영향 아래 있다는 사실에 동의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Lesson two was perhaps more enriching. It has become apparent to me that literally everyone either suffers from issues related to their mental health or knows someone who does. The number of messages I received from such a vast cross section of people confirms that. I think we can almost universally agree that each of us is a human being and subject to feelings and emotions.
서로 약간 다른 두 개의 이슈가 섞여 있었기 때문에 아마도 어떤 분들에게는 저의 행동이 모호하게 비쳤을 수 있습니다. 그 둘이 제 머릿속에서는 서로 겹쳐있고, 그래서 제가 그 둘을 함께 언급했던 겁니다. 하지만 논의를 위해 그 둘을 구분해보겠습니다. Perhaps my actions were confusing to some because there are two slightly different issues at play. In my mind they overlap, and that’s why I spoke about them together, but let’s separate them for the sake of discussion.
하나는 언론입니다. 언론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기자회견이 가진 전통적인 형식에 관한 것입니다. 뒤에 앉아계신 분들을 위해 한 번 더 말하겠습니다. (오사카는 기자회견에서 뒤에 앉는 바람에 말이 잘 들리지 않는 기자들을 위해서 다시 또렷하게 말하는 상황을 빗대서 '오해할지 모르니 분명하게 이야기하겠다'는 의미로 쓴 말이다. 나오미의 재치가 돋보이는 대목—옮긴이) 저는 언론을 사랑합니다. 다만 모든 기자회견을 좋아하지는 않을 뿐입니다. The first is the press. This was never about the press, but rather the traditional format of the press conference. I’ll say it again for those at the back: I love the press; I do not love all press conferences.
저는 미디어와의 멋진 관계를 항상 좋아했고, 깊이 있는 일대일 인터뷰를 많이 했습니다. 저보다 선수 생활을 훨씬 더 오래 한 (노박 조코비치, 로저 페더러, 라파엘 나달, 세레나 윌리엄스 같은) 슈퍼스타들을 제외하면 근래 들어 저 만큼 언론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한 선수도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I have always enjoyed an amazing relationship with the media and have given numerous in-depth, one-on-one interviews. Other than those super-stars who have been around much longer than I (Novak, Roger, Rafa, Serena), I’d estimate that I’ve given more time to the press than many other players over recent years.
저는 언제나 마음을 다해 솔직하게 대답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저는 미디어를 상대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제 말은 가감 없이 들으셔도 됩니다. 저는 운동선수가 언론에 의지하고, 언론을 존중하는 것은 그 둘 사이에 상호적인 관계로 봅니다. I always try to answer genuinely and from the heart. I’ve never been media-trained, so what you see is what you get. The way I see it, the reliance and respect from athlete to press is reciprocal.
하지만 제 생각에 (이건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고 대회에 참가하는 모든 테니스 선수들의 생각은 아닙니다) 기자회견이라는 형식은 지나치게 오래되었고, 변화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저는 우리가 기자회견을 더 낫게, 더 흥미롭게, 그리고 (선수와 기자) 양쪽이 모두 즐길 수 있는 형식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주체와 객체(대상) 보다는 대등한(peer to peer) 관계에 가깝게 말이죠. However, in my opinion (and I want to say that this is just my opinion and not that of every tennis player on tour), the press-conference format itself is out of date and in great need of a refresh. I believe that we can make it better, more interesting and more enjoyable for each side. Less subject vs. object; more peer to peer.
돌이켜 보면 테니스를 취재하는 기자들의 대다수는 제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기자는 전통적인 기자회견은 성스러운 것이고, 의문을 제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듯합니다. 그분들이 하시는 염려 중 하나는 제가 위험한 선례를 남길지 모른다는 것인데, 제가 아는 한 제 이후로 기자회견에 빠진 테니스 선수는 하나도 없습니다. 제 의도는 반란을 일으키자는 것이 절대 아니었고, 우리가 일하는 곳을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개선할 여지가 있는지 질문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Upon reflection, it appears to me that the majority of tennis writers do not agree. For most of them, the traditional press conference is sacred and not to be questioned. One of their main concerns was that I might set a dangerous precedent, but to my knowledge, no one in tennis has missed a press conference since. The intention was never to inspire revolt, but rather to look critically at our workplace and ask if we can do better.
저는 롤랑가로스(프랑스 오픈) 때 저 자신을 돌보고 저의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해 기자회견을 생략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진심으로 한 말입니다. 운동선수는 사람입니다. 물론 테니스를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은 특권이고, 거기에는 경기장을 떠나서도 지켜야 할 의무가 수반됩니다. 하지만 출석기록을 그토록 엄격하게 감독하는 직업이 또 있을까요? (저는 투어에 참여한 이후로 7년 동안 단 한 번의 기자회견에만 불참했을 뿐입니다). I communicated that I wanted to skip press conferences at Roland Garros to exercise self-care and preservation of my mental health. I stand by that. Athletes are humans. Tennis is our privileged profession, and of course there are commitments off the court that coincide. But I can’t imagine another profession where a consistent attendance record (I have missed one press conference in my seven years on tour) would be so harshly scrutinized.
우리는 운동선수들이 엄격한 제재를 받지 않고도 미디어의 감시에서 벗어나 정신적인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하지 않을까요? Perhaps we should give athletes the right to take a mental break from media scrutiny on a rare occasion without being subject to strict sanctions.
다른 직업에서는 가끔 개인적인 사정으로 일에서 빠지는 것을 허용합니다. 습관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죠. 여러분의 가장 개인적인 증상들을 고용주에게 이야기하지 않고도 그렇게 할 수 있고, 최소한의 프라이버시는 지켜주는 인사정책이 있을 겁니다. In any other line of work, you would be forgiven for taking a personal day here and there, so long as it’s not habitual. You wouldn’t have to divulge your most personal symptoms to your employer; there would likely be HR measures protecting at least some level of privacy.
제 경우는 제가 가진 증상들을 공개해야 한다는 엄청난 압박을 느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언론과 대회 측이 저를 믿지 않아서였습니다. 저는 다른 선수들이 저와 같은 상황을 겪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선수들, 특히 취약한 상태에 있는 선수들을 보호할 방안을 만들어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제 개인적인 의료기록을 들여다보는 일은 절대로 다시 겪고 싶지 않습니다. 따라서 저는 앞으로 언론과 제가 다시 만나게 되면 어느 정도의 프라이버시 보호와 공감을 부탁드립니다. In my case, I felt under a great amount of pressure to disclose my symptoms—frankly because the press and the tournament did not believe me. I do not wish that on anyone and hope that we can enact measures to protect athletes, especially the fragile ones. I also do not want to have to engage in a scrutiny of my personal medical history ever again. So I ask the press for some level of privacy and empathy next time we meet.
누구에게나 남들이 모르는 나만의 문제와 씨름하는 때가 있습니다. 인간인 우리는 누구나 어느 수준에서는 그런 일을 겪게 됩니다. 테니스 연맹 지도부에 드리고 싶은 제안이 많지만, 제가 생각하는 가장 시급한 제안은 선수들에게 1년에 며칠은 "병가(sick days)"를 낼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는 것입니다. 선수들이 개인적인 이유를 공개하지 않고도 기자회견의 의무에서 제외될 수 있게 해야 사회의 다른 영역에서 하는 수준을 따라갈 수 있을 겁니다. There can be moments for any of us where we are dealing with issues behind the scenes. Each of us as humans is going through something on some level. I have numerous suggestions to offer the tennis hierarchy, but my No. 1 suggestion would be to allow a small number of “sick days” per year where you are excused from your press commitments without having to disclose your personal reasons. I believe this would bring sport in line with the rest of society.
마지막으로 저를 지지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일일이 이름을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지만 우선 제게 큰 응원을 보내준 가족과 친구들께 감사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싶습니다. 가족, 친구들과의 관계보다 더 중요한 건 없습니다. 또한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공인 중에서 저를 지지, 격려해주시고 따듯한 말을 건네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Finally, I want to thank everyone who supported me. There are too many to name, but I want to start with my family and friends, who have been amazing. There is nothing more important than those relationships. I also want to thank those in the public eye who have supported, encouraged and offered such kind words.
몇 분만 언급하면 미셸 오바마와 마이클 펠프스, 스테프 커리, 노박 조코비치, 메건 마클 같은 분들입니다. 또한 제 스폰서들(brand partners)께도 아낌없는 감사를 드립니다. 제가 의도적으로 리버럴하고, 공감 능력이 있고, 진보적인 브랜드들만 스폰서로 골랐기 때문에 (그들의 지지가) 놀랍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깊고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Michelle Obama, Michael Phelps, Steph Curry, Novak Djokovic, Meghan Markle, to name a few. Furthermore, I am eternally grateful to all my partners. Although I am not surprised as I purposefully chose brand partners that are liberal, empathetic and progressive, I am still tremendously thankful.
저는 지난 몇 주 동안 재충전을 하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과거를 돌아보는 것은 물론, 앞을 내다보는 기회도 가졌습니다. 도쿄에서 경기하게 된 것이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올림픽은 그 자체로도 특별하지만, 일본 팬들 앞에서 경기를 하는 건 꿈이 현실이 된 느낌입니다. 일본에 계신 팬들을 자랑스럽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After taking the past few weeks to recharge and spend time with my loved ones, I have had the time to reflect, but also to look forward. I could not be more excited to play in Tokyo. An Olympic Games itself is special, but to have the opportunity to play in front of the Japanese fans is a dream come true. I hope I can make them proud.
믿지 못하실 수 있겠지만 저는 천성이 내향적이고 주목을 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는 언제나 제가 옳다고 믿는 것을 당당하게 말하라고 저 자신을 푸쉬하지만 그렇게 한 대가로 엄청난 불안감을 느끼게 됩니다. 저는 선수들의 정신건강의 대변자, 혹은 대표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편하지 않습니다. 아직도 제게 낯설고, 제가 모든 질문에 답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이것이 자기 일임을 느낄 수 있기를 희망하고,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이 문제를 이야기해도 된다는 것을 알았으면 합니다. (말을 하면) 도움을 줄 사람들이 있어요. 어떤 터널이든 끝에는 대개 빛이 있습니다. Believe it or not, I am naturally introverted and do not court the spotlight. I always try to push myself to speak up for what I believe to be right, but that often comes at a cost of great anxiety. I feel uncomfortable being the spokesperson or face of athlete mental health as it’s still so new to me and I don’t have all the answers. I do hope that people can relate and understand it’s O.K. to not be O.K., and it’s O.K. to talk about it. There are people who can help, and there is usually light at the end of any tunnel.
마이클 펠프스는 제가 이 문제에 관해 입을 여는 바람에 누군가의 생명을 구했을 수 있다고 제게 말을 해줬습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Michael Phelps told me that by speaking up I may have saved a life. If that’s true, then it was all worth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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