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지난주에 직원 150명을 해고했다. 구독자가 11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는 발표가 나온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내린 결정이다. 물론 단순히 구독자가 감소했다고 해서 직원을 해고하지는 않는다. 그 사이에는 고려해야 할 것들이 있다. 가령 구독자 감소가 알려진 이후에 주가가 떨어진 게 그렇다. 한 때 700달러 선을 넘보던 주가는 180달러 선을 간신히 지키고 있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이면 주주들에게 경영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하고 직원 감축은 그런 자구책의 일환이다. 스캇 갤로웨이는 이를 두고 "(실패한) CNN플러스에 투입되었던 인력과 맞먹는 수의 직원이 해고된 거다. 즉, CNN플러스가 하나가 날아간 셈"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큰 사건이라는 얘기다.

‎Pivot: Billionaires Shouldn’t Tweet, Netflix Layoffs, and Guest Rebecca Traister on Apple Podcasts
‎Show Pivot, Ep Billionaires Shouldn’t Tweet, Netflix Layoffs, and Guest Rebecca Traister - 20 May 2022
환상의 콤비 카라 스위셔와 스캇 갤로웨이가 진행하는 Pivot은 테크업계 소식을 다루는 최고의 팟캐스트 중 하나다.

하지만 단순히 직원 감축만으로는 경영 개선의 노력을 보여줄 수 없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 말고, 매출이 늘어나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잘 알려진 것처럼 넷플릭스는 가입자들이 계정을 공유하는 것을 단속하고, 광고를 넣은 저가 구독 모델을 개발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이런 방법으로 경영이 개선될까? 정말로 개선될 수 있다면 현재 넷플릭스가 당면한 문제는 직원이 너무 많고, 가입자들이 계정을 공유하고, 저가 모델이 없기 때문에 생겼다고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 이런 변화로 경영이 개선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도 그게 넷플릭스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1) 팬데믹이 끝나가면서 사람들이 더 이상 집에 갇혀 스트리밍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졌고 2) 그 사이 경쟁자들(이라고 쓰지만 사실은 디즈니 플러스)이 생겨서 구독자들이 다른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고 3) 미국을 비롯해 많은 지역에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집집마다 지출을 줄일 곳을 찾고 있고 4) 넷플릭스의 콘텐츠가 예전만큼 매력적이라고 느끼지 않는 것이 업계에서 생각하는 진짜 원인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들을 해결하는 게 넷플릭스의 탈출구다.

이와 관련해서 합리적인 진단과 해결책을 이야기한 기사가 있다. 제목은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업계 선발주자라는 이점을 허비했다 (Netflix has squandered its early lead in the streaming world)." 하지만 단순히 넷플릭스의 문제만이 아니라 스트리밍 업계에 관한 인사이트를 주기 때문에 내용을 요약해서 소개한다.


넷플릭스의 문제는 사용자들의 계정 공유가 아니라, (콘텐츠가) 너무 얇고 너무 넓게 퍼졌다는 데 있다. 콘텐츠는 불필요하게 많은데 정작 좋은 콘텐츠는 부족한 상태. 넷플릭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한 달에 8달러로 구독할 수 있었다. 적은 돈을 내고 옛날 TV에서 볼 수 있던 영화, 드라마들을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앱은 빠르고 깔끔해서 사람들이 넷플릭스를 구독하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미디어 업계가 전부 스트리밍으로 몰려들면서 넷플릭스는 수성(守成)을 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고, 150억 달러라는 엄청난 돈을 빌려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었다. 그러는 과정에서 넷플릭스는 단순히 '편리한 서비스'에서 '콘텐츠를 마구 만들어내고 그중에서 성공하는 걸 찾는 머신'으로 변했다.

그런데 그렇게 만들어진 것들 중에는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Sex Education)'이나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 같은 훌륭한 콘텐츠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저 양을 늘리기 위한 것들이었다. '오징어 게임 (Squid Game)' 같은 히트작이 나오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소수의 프로그램만을 위해 구독료를 내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물론 진짜 심각한 문제는 디즈니 플러스의 등장. 스타워즈나 마블 같은 프랜차이즈의 힘으로 벌써 1억 3천만 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넷플릭스는 2억 2천만 명이지만 디즈니 플러스의 구독자 증가 속도가 훨씬 빠르다.)

게다가 PR의 문제도 있었다. 코미디언 데이브 샤펠이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 중에 했던 트랜스젠더 혐오 발언이 문제가 되었을 때 '보기 싫은 사람은 안 보면 된다'는 식의 대응으로 반발을 샀고, 이번에 직원을 감축하면서도 회사 내에서 가장 약자에 속하는(marginalized) 직원들이 많은 부서를 중심으로 해고를 했다.

결론적으로 경쟁자들이 등장했고, 그저 그런 콘텐츠만 많고 히트작은 적으며, 진보적인 기업이라는 이미지는 사라졌고,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상황에서 가격은 높다는 게 문제다. 그럼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 첫째, 엄청난 콘텐츠(back catalogue)를 가진 디즈니 플러스와 정면 승부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고품질의 콘텐츠, 특히 (어린아이들이 있는 가정이 구독하는) 디즈니는 절대 시도할 수 없는 어른들용 콘텐츠를 집중해야 한다.
  • 둘째, 빚을 내서라도 콘텐츠를 만들면 사람들이 몰아보기를 하고 싶을 만한 콘텐츠가 나올 거라는 생각을 이제 버려야 한다. 넷플릭스는 너무 많은 콘텐츠를 너무 빨리 만들어내면서 콘텐츠의 퀄리티가 떨어졌다. 시청자와 평론가들 모두 좋아해서 넷플릭스를 돋보이게 하는 콘텐츠("halo shows")를 찾아내는 데 집중하라.
  • 마지막으로, 넷플릭스는 기업의 이익과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 사이에서 반드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광고를 보여주는 대신 저가의 구독료를 받는 모델을 준비하고 있지만, 구독료 인상에 대한 구독자들의 반발은 사람들의 지불 의사를 넷플릭스가 착각했음을 보여준다.

분명한 것은 계정 공유가 넷플릭스가 가진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계정을 공유한 사용자들을 탓하지 말고, 거울 속에서 쇠퇴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앞서 소개한 팟캐스트에서 스캇 갤로웨이는 이 시점에서 넷플릭스가 로쿠(Roku)와 같은 기업을 인수해서 덩치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게 불가능하다면 애플이나 아마존 같은 대형 플랫폼이 넷플릭스를 인수해서 디즈니와 맞대결하는 방법도 있지만 미국 정부가 반독점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는 상황에서 그런 인수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국 넷플릭스에게는 올 것이 왔다고 보는 게 맞다. 하지만 이제까지 비즈니스를 잘 설계해온 넷플릭스가 이런 상황에 좀 더 잘 대비할 수는 있었다. 넷플릭스의 경영진이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하는지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