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글은 트위터에서 근무하다가 해고된 직원이 긴 트윗으로 남긴 것이다. 에스터 크로포드(Esther Crawford)라는 이 직원의 이야기는 오터레터의 '트위터 인수 뒷이야기 ③'에서 잠깐 소개한 적이 있다. 그는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다고 했을 때 환영한 직원 중 하나였고, 그의 지시를 받고 불철주야 일하면서 퇴근하는 대신 회의실 바닥에서 침낭에 들어가 자는 모습을 자랑스럽게 트윗한 사람이다. 하지만 얼마후 그 역시 특별한 이유없이 해고되는 바람에 온라인에서 조롱감이 되었다.

그런 크로포드가 트위터에 남긴 글이 오늘 꽤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머스크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을 내용도 있고, 머스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을 내용도 있지만, 그래서 더욱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읽다 보면 글쓴이가 지나치게 순진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나는 읽으면서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몇 군데 있었다. 하지만 나와 다른 사람의 생각은–그게 그 사람의 진심이라면–한번은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소개한다. 어쩌면 독자들 중에는 전적으로 동의할 분들도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원문은 여기(트위터)에서 읽을 수 있고, 트윗 맨 아래를 보면 이 글을 직접 읽는 영상도 있다.


글쓴이 에스터 크로포드 (이미지 출처: 글쓴이의 트위터)

트위터가 X로 브랜드를 바꾸는 것을 두고 모든 트위터 사용자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다. 나도 하고 싶은 말이 많다. 그런 지금이 내가 트위터에서 일했던 경험을 이야기하기에 적절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많은 사용자가 그렇듯 나도 아무도 읽지 않는 트윗을 몇 년 동안 혼자서 열심히 했다. 그러다가 2020년 트위터가 내 회사를 인수하면서 트위터에 들어가게 되었고, 회사의 내부를 보게 되었다. 안에서 본 트위터는 놀랍기도 하고 끔찍하기도(both amazing and terrible) 했다. 하지만 원래 어느 회사나 그렇고, 인생도 그렇다.

나처럼 항상 위급함(sense of urgency)을 장착하고 사는 사람에게 트위터는 직원들이 고립되어 있고 관료적인 조직으로 느껴질 때가 있었다. 쓸데없는 내부 권력다툼, 인력 재배치, 그리고 순전히 누군가의 자존심을 위해서 팀의 이름을 바꾸는 일은 항상 일어났고, 사람들이 일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했다. 만들기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었고, 정치를 할 줄 알아야 했다.

나는 트위터의 인프라가 얼마나 낡고, 맞춤형(bespoke, 업계의 표준이 아닌 트위터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옮긴이)으로 되어 있는지 알고 충격을 받았지만, 사내에서는 분기별 실적 외에 다른 일에 신경을 쓰려는 의지가 없었다. 상장기업인 트위터에서는 모두가 mDAU(monetized daily active users, 회사에 수익이 되는 일일 활성 사용자)와 매출 증대의 노예가 되어 있었다. 회사는 테이프와 본드를 덕지덕지 붙여서 무너지지 않고 간신히 버티는 것 같았고, 많은 직원이 제품을 아주 조금 바꾸는 데도 몇 개월, 혹은 몇 분기가 걸리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트위터 본사 (이미지 출처: Curbed SF)

경영진은 지나치게 비대해져서 직원들이 자신의 커리어 성장을 도모하기 힘들었고, 내게는 기업의 문화가 지나치게 조심스럽게(soft) 느껴졌고, 모두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당연시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건강한 토론과 비판은 "그건 불가능해요," "그건 다른 팀의 소관이니 손대면 안 됩니다" 같은 말로 대체되었다. 팀들이 기능 하나를 만드는 데 몇 달씩 걸렸고, 그렇게 만들고 난 후에도 막판에 시끄러운 일이 벌어지고 너무 위험하다는 이유로 킬(kill) 당하는 일이 생겼다.

고객과 직접 이야기를 해보자는 제안 하나가 사내에서 영역 싸움으로 번졌고, 각 기능이 대립하는 교착상태로 가곤 했다. 팀원 한 사람이 크리에이터 몇 명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려 했는데, 회사에서 그걸 허가해 주는 데 한 달이 걸렸다. 위로 3단계의 상사들을 설득하고, 6개의 서로 다른 기능 팀과 이야기해야 했다. 결국 고객을 만나도 좋다고 최종 허가를 내주는 데 임원 4명의 동의가 필요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고, 나는 그런 일이 생길 때마다 가장 성과가 우수한 직원들이 번아웃을 경험하고 사기가 떨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트위터의 직원들은 대부분 능력이 있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는 직원을 내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트위터는 그런 직원들을 해고하는 대신 다른 팀으로 재배치하는 방법을 택했다. 성과가 나쁜 직원을 해고할 의지도, 방법도 모르는 상사들이 많았다.

많은 성과를 내는 조직문화(high performance culture)는 모든 직원을 끌어올리지만, 그 반대의 문화는 모든 사람을 끌어내린다. 나는 트위터가 잠재력을 낭비하는 회사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그런 모습을 목격하면 슬프고, 화도 난다. 내가 트위터에서 근무하는 동안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참지 않고 비전을 보여준 사람은 케이본 베이크푸어(Keyvon Beykpour)였지만, 그는 CEO가 아니었고, 트위터는 그에게 충분히 힘을 실어주지 않았다.

케이본 베이크푸어는 트위터가 2015년에 인수한 개인 생방송 플랫폼 '페리스코프'의 공동 창업자로, 글쓴이와 마찬가지로 기업 인수와 함께 트위터에 참여했다. (이미지 출처: Business Insider

그런 심각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나는 트위터의 프로덕트, 디자인, 엔지니어링, 연구, 법무, 사업개발(BD), 신뢰와 안전, 홍보 등의 팀에서 아주 유능한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기업에서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에 의문을 제기해서 큰 임팩트를 만들어 내는 건 서로 다른 재능을 가졌지만 내적인 동기부여가 된 소수의 사람들이 모인 팀인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들과 일하는 것은 아주 재미있지만 트위터에서는 그런 팀을 만나는 것은 일상이라기보다는 예외적인 경우에 가까웠다.

2022년, 일론 머스크의 인수 협상이 마무리되기를 기다리는 과정은 특히 느리고 힘들게 느껴졌다. 그 과정에서 경영진은 변호사와 법률 용어 뒤에 숨어있는 듯했다. 회사의 미래와 관련한 답변에는 "수탁자의 신의성실 의무(fiduciary duty)"라는 표현이 빠지지 않고 들어갔다. 동료들은 트위터의 경영진이 회사의 오래된 문제를 해결할 방안도, 능력도 없기 때문에 회사를 파는 거라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했다.

나는 일론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지만, 조심스럽게나마 희망을 갖고 있었다. 나는 머스크가 테슬라와 스페이스X처럼 놀랍고 튼튼한 회사를 만든 사람이니, 그가 자기 돈으로 회사를 인수하면 조직을 재정비하고 회사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인수 이후로 트위터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그걸 직접 경험해 본 사람으로서는 간단한 말로 표현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왜 트위터를 떠나지 않고 남아있었냐는 질문에는 쉽게 답할 수 있다. 낙관적 태도, 호기심, 개인적 성장, 그리고 돈이 그 이유였다.

나는 인수 직후부터 일론이 내린 결정들 중에는 현명한 결정도 있지만, 멍청한 결정들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회사에서 일을 할 때는 "칭찬은 공개로, 비판은 비공개로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나는 회의 때 입을 다물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내 생각을 숨기지 않고 말했고, 잘못된 결정에는 저항했다. 머스크가 인수하기 전에도, 인수한 후에도 그랬다.

나는 트위터 2.0(머스크 인수 후의 트위터–옮긴이)에서는 심리적 안전망이 사라졌음을 받아들였다. 이 말은 내가 언제든, 아무런 이유도 없이 해고될 수 있음을 의미했다. 그런 일이 다른 직원들에게 일어나는 걸 거듭해서 목격했고, 그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팀의 사기가 떨어지는 것도 지켜봐야 했다. 내게는 그 상황을 바꿀 힘이 없었지만, 중요한 일을 하는 팀원들을 응원했고, 트위터가 갖게 된 잔인한 하드코어 문화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팀원들에게는 감정적인 지원을 해주는 리더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미지 출처: Entrepreneur)

개인적으로 만나보면 일론은 묘한 매력이 있고, 진짜로 웃긴(genuinely funny) 사람이다. 똑같은 얘기와 이미 했던 농담을 계속 반복하는 버릇도 있다. 문제는 그의 성격과 행동이 한순간에 돌변해서 신이 나 있던 사람이 화를 내기도 한다는 거다. 그가 지금 어떤 기분인지 알 수 없고, 그래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직원들은 곧 그와 미팅을 하는 걸 두려워하기 시작했고, 그에게 좋지 않은 뉴스를 전달하는 걸 겁냈다.

일론과 가까운 사람들로 이뤄진 이너써클은 그가 하는 모든 말에 지나치게 열정적이고 광적으로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는 것 같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내게 일론에게 말할 때는 조심하라고 충고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고맙지만 그 충고는 따르지 않겠다고 정중하게 사양했다. 일론을 화나게 할까 두려워 다들 계란 위를 걷는 것처럼 조심하는 공포스런 문화에 나까지 일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의 직언을 고맙게 생각하든가 아니면 나를 해고하면 될 문제였다. 어느 쪽이든 나는 개의치 않았다.

나는 일론이 내리는 제품 결정, 사업 결정이 거의 예외 없이 그가 느끼는 감(gut instinct)에 따라 내려진다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되었다. 그는 자신이 내리는 결정에 도움이 될 만한 데이터나 전문 지식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느끼는 것 같지 않았다. 내게는 이 점이 특히 힘들었다. 트위터라는 조직이 쌓아온 지식을 사용하면 그가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Elon Musk’s Inner Circle Is Openly Telling Us What It Thinks
The All-In podcast is an infuriating, fascinating safe space for Silicon Valley’s money men.
머스크의 이너써클을 소개한 기사

일론은 데이터와 경험자들의 전문 지식보다는 트위터에서 여론 조사를 하거나, 가까운 친구에게 물었고, 심지어 자신의 전기를 쓰는 작가(월터 아이작슨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옮긴이)에게 제품에 관해 묻기도 했다. 어떤 때는 그가 특정 문제에 관해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평생을 바친 사람들보다 모르는 사람에게서 무작위로 받는 피드백을 더 신뢰한다는 인상도 받았다. 나는 그가 왜 그러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나는 트위터가 겪은 힘들고 극적인 상황을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론이 반드시 실패할 거라고 생각하지도,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는 똑똑할 뿐 아니라, 많은 실수를 하고 일이 잘못되어도 다시 바로 잡을 만큼의 돈을 가지고 있다. 트위터의 대주주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기업가치를 폭락시켜도 되지만, 결국에는 회사를 정상화해야 한다.


'트위터를 떠나며 ②'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