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요르단에 주둔한 미군 기지를 친이란 무장세력이 드론으로 공격해서 미군 3명이 사망하고 30명 이상이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 일이 일어나기 3일 전 뉴욕타임즈의 외교·안보 전문기자인 데이비드 생어(David E. Sanger)는 한 매체와의 긴 인터뷰에 나와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우려스러운 일로 이란이 지원하는 중동의 무장 단체의 공격으로 미군이 사망하는 상황을 얘기했다. 생어 기자가—그리고 미국 정부가 —그 상황을 우려한 이유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중동의 다른 지역으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미국이 개입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의 우려가 곧바로 현실화한 거다.

2022년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2023년 말에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전혀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2024년이 되었고, 이 두 전쟁은 세계 정세를 빠르게 바꿔놓는 중이다. 이런 정세 변화에서 감초 역할을 하는 나라가 자신을 '저항의 축'이라 부르면서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에 도전하는 이란이다. (이 '축'에는 현재 전쟁 중인 러시아와 대만 침공을 노리는 중국도 포함된다.) 지금 중동에서 벌어지는 일을 이란의 역할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빠르게 변하는 국제 정세가 훨씬 더 쉽게 이해된다. 데이비드 생어 기자는 글도 좋지만, 조리 있는 말솜씨로 큰 틀을 설명하고 예측하는 데 뛰어나기 때문에 좋은 도움이 된다. 그의 인터뷰를 번역, 편집해서 설명을 덧붙였다.

미군의 타워 22 기지와 그 위치 (이미지 출처: PBS, Barron's)

간략한 상황 정리

지난해 10월 7일, 가자지구의 무장 단체 하마스이스라엘을 공격해 1,200명을 죽인 사건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이스라엘이 겪은 최악의 인명 피해였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스라엘은 몇 주 후 하마스를 상대로 공격을 시작하며 가자지구를 침공했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쉬지 않고 공격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런데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공격을 두고 딱 한 번 "무차별 폭격(indiscriminate bombing)"이라는 비판적인 표현을 사용했을 뿐, 공식적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밝히고 있다.

이스라엘의 북쪽에 있는 레바논에는 하마스와는 다른, 헤즈볼라라는 무장단체가 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싸우는 동안 헤즈볼라도 이스라엘의 북부에 포격을 가했다. 하지만 아직 전면전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남쪽에는 후티 반군이 있다. 후티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위치한 아라비아반도 남부에 있는 예멘에서 정부군을 상대로 싸워 수도 사나를 비롯한 서부 지역을 장악하고 있다. 아래에서 좀 더 설명하겠지만, 이들은 사실상 예멘을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미국-이스라엘과의 항전을 선언하고 홍해로 들어가는 배들을 공격하고 있다. 알다시피 홍해는 수에즈 운하를 통해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해운의 요충지로, 이 뱃길이 막히면 화물선들은 아프리카 대륙을 돌아가야 한다. 후티는 이스라엘로 가는 물류를 막는다고 하지만, 무차별 공격을 하고 있기 때문에 머스크(Maersk) 같은 대형 선사가 홍해 통과를 거부하고 아프리카 희망봉을 도는 항로를 택했다. 그 결과, 세계 무역에 큰 차질이 생겼고, 미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후티의 거점을 폭격하고 있지만, 큰 효과는 없다.

그뿐 아니라, 헤즈볼라에서 파생된 다양한 무장 단체들이 이라크와 시리아를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고 (이번에 타워 22 기지를 공격한 것도 이들로 추정된다—옮긴이) 이런 무장 단체 외에도 이란도 파키스탄과 이라크 등에 있는 다른 "테러 단체들"을 공격하는 등, 사태가 중동 지역 곳곳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직후에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우려했던 그대로다.  

이 상황을 지켜만 볼 수 없는 미국은 물론 중요한 플레이어다. 전쟁 중인 이스라엘에 무기와 정보를 제공하면서 돕고 있지만, 바이든과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와의 관계는 원만하지 않다. 미국은 빨리 휴전을 선언하고, '두 국가' 해법을 추진하기를 바라지만, 네타냐후는 이에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후티와 관련해서 미국은 홍해의 항로를 안전하게 지키려고 하지만 그러는 과정에서 지역 문제에 미군을 개입해야 하는,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에 말려들 위험이 있다.

후티 반군과 그들의 예멘 내 점령지(파란색 표시된 지역). 2022년 기준. (이미지 출처: Responsible Statecraft, Control Risks)

지금(이 인터뷰가 나온 1월 25일 시점)까지는 미군의 피해가 일부 병사의 심각한 부상에 그치고 있지만, 중동의 무장 단체들이 미군을 직접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하게 된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보다 훨씬 강하고 단호한 조처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백악관, 국방부, 국무부 사람들과 만나 보면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사태가 그런 개입이다.

공격의 연결 고리, 이란

그런데 이렇게 넓은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분쟁의 공통 분모가 있다. 바로 이란이다. 이란은 중동의 무장 단체들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고, 필요에 따라서는 타격 대상에 관한 정보까지 제공하고 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란은 무장 단체와 국가들을 연결하는 '고리'일 뿐, 공격을 지휘하거나 그들에게 명령을 내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 모든 분쟁을 통제하는 중앙 지휘부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더 위험할 수도 있다.

미국은 물론 영국, 독일, 프랑스의 정보기관도 동의하는 것은 이란이 미국과의 직접 대결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전면전으로 맞붙는다면 결과는 뻔하기 때문에 이란은 지금처럼 곳곳의 무장 단체들을 도와서 미국과 이스라엘을 상대로 대리전을 치르게 하는 쪽을 선호한다. 따라서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질문은 이란은 과연 지금처럼 곳곳에서 대리전을 지원하다가 선을 넘어 미국이나 미국의 우방국가—가령 이스라엘—와 전면전을 치르게 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물론 분쟁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부인할 수는 있겠지만 이란이 지금처럼 무기 지원을 이어간다면 미국과 미국의 우방들과의 대결을 영원히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후티 반군의 사례

예멘의 서부를 장악하고 홍해의 상선을 공격하고 있는 후티 반군의 경우를 보자. 후티는 처음에는 예멘 정부에 반대하는 한 부족 집단으로 출발했지만, 지난 몇 년 사이 예멘 영토의 상당 부분을 점령하고 정부와 일종의 휴전 상태에 들어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들을 공격하기도 했지만, 그 이후로 사우디도, 미국도 이 지역에서 전쟁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내버려두고 있었다.

하지만 후티의 세력은 점점 커졌고, 예멘 정부를 능가하게 되었다. 문제는 이들이 무장단체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정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점에서는 이스라엘과 싸우고 있는 하마스도 비슷하다—옮긴이) 따라서 이들에게는 끊임없이 전쟁할 상대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거주지를 침공하고, 미국이 이를 지지하는 상황은 그들에게 공격을 시작할 좋은 빌미를 주었고, 더 나아가 존재의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의 상대가 되지 못하는 후티가 미국의 함대가 지키는 홍해로 로켓을 쏠 수 있는 이유는 미국이 예멘에 지상군을 보내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갔다가 오래 세월을 보내고 간신히 빠져나왔는데—특히 아프가니스탄 철수 때 벌어진 일은 바이든의 정부에 큰 부담이 되었다—또 다시 무슬림 국가에 들어가서 싸우면서 외교 노력을 망치고 세계 정세를 불안하게 끌고 가고 싶지 않다.

따라서 후티 반군은 미국 항공모함에서 날아오는 F-18 슈퍼호넷의 폭격만 잘 버텨내면 된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이란은 그런 후티 반군에 무기만 보내주면 미국과의 대리전을 이어나가게 할 수 있는 거다.

후티 반군의 공격과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을 설명하는 뉴스 영상

이란의 사정

그럼 이란의 계산은 어떨까? 우선 이란은 미국을 상대할 만한 군사력이 없지만, 우수한 성능의 미사일과 드론을 보유하고 있다. 이건 이란이 러시아에 수출한 드론이 우크라이나군을 공격하는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공군력이 보잘 것 없기 때문에 이라크와 요르단을 넘어 이스라엘을 공격할 방법은 미사일 정도다.

게다가 이란에는 두 개의 중대한 이슈가 있다. 하나는 현재 80대 중반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후계 문제. 오바마 정부 후반이었던 2015년에 미국이 이란과의 핵 합의에 거의 도달했을 때만 해도—문서의 서명까지는 가지 못했고,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합의는 원점으로 돌아갔다—오바마 행정부에서 하메네이가 10년 후에도 살아있으리라 생각한 사람은 없었고, 이란에 차기 정권이 들어설 때까지만 이란의 핵 문제가 악화되지 않게 막으면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2024년이 된 지금, 이란은 차기 지도자를 물색하기에 바쁘다.

다른 하나는 핵무기 개발 계획이다. 이란은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농축 우라늄 생산에 거의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핵무기 제조의 마지막 단계(=90% 농축)에 들어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유가 뭘까? 그 단계에 들어가는 순간 이스라엘과 미국이 개입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이란은 핵무기 보유국이 아니라, 핵 임계국(nuclear threshold state, 핵 무기 보유 직전 단계에 있는 국가)의 지위에 만족한다. 언제든지 핵무기를 만들어 낼 수 있지만, 그 단계에 도달하지 않음으로써 핵을 보유하는 순간 불가피한 미국, 이스라엘의 공격을 미룰 수 있다.  

헤즈볼라의 역할

하지만 이란이 이스라엘 북쪽 레바논에 있는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유는 조금 다른 데 있다. 이란은 헤즈볼라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보험으로 생각한다. 이스라엘은 요르단과 이라크를 넘어 이란까지 전투기를 보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하기도 하고, 핵무기 개발자를 암살하기도 한다. 이렇듯 두 나라 사이에는 언제든지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만에 하나 이스라엘이 이란을 본격적으로 공격할 경우 이스라엘 국경 지대에 있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깊숙히 대포와 미사일을 쏘게 할 수 있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 헤즈볼라가 가진 (이란에서 받은) 무기로 이스라엘 중부에 있는 예루살렘이나 헤브론 같은 대도시를 타격할 수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눈엣가시처럼 생각한다.

헤즈볼라가 보유한 각종 로켓의 사정거리 (이미지: Operation Lifeshield)

실제로 작년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 직후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에 있는 하마스는 물론, 북쪽의 헤즈볼라도 함께 공격하고 싶어 했다고 전해진다. 이를 막은 것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었다. 하마스의 테러가 지역 전쟁으로 발발하는 것을 우려했고, 하마스가 시작한 일이니 이스라엘의 전쟁 자산을 가자 한 곳에 집중하는 게 낫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게다가 미국의 첩보에 따르면 헤즈볼라가 하마스의 공격을 사전에 인지했다거나, 준비를 도왔다는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공격할 명분도 없었다. 그건 이란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이란과 헤즈볼라를 감시하는 첩보 자산이 엄청나기 때문에 이들의 움직임을 상당히 자세하게 파악하고 있다.) 네타냐후는 이런 미국의 논리와 설득에 헤즈볼라에 대해서는 산발적인 공격에 그쳤지만, 자신의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그는 이스라엘을 위험에 빠트리고 공격을 허용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어 정치 생명이 불안한 상황이다—하마스 다음 표적은 헤즈볼라가 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이란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벌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런 일이 일어나서 헤즈볼라의 근거지가 파괴되고 전쟁 자산을 잃는 것은 이스라엘에 대비한 자국의 자산, 혹은 가장 강력한 보험을 잃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위협에 끊임없이 신경 쓰게 되기를 원한다.


'이란의 전쟁 ②'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