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중동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미군을 투입하고 싶지 않다. 지금 하는 것처럼 항공모함을 띄우고 전투기를 출격시켜 거점을 타격하는 것까지는 큰 반대에 부딪히지 않지만, 본격적인 '참전'은 얘기가 다르다. 특히 상대가 단순 무장 단체가 아니라, 이란과 같은 주권 국가를 직접 공격하는 건—아무리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해도—크고 오래 지속되는 부작용을 낳기 때문에 최대한 피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아무리 싫어도 미국이 이란을 직접 공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존재한다. 중동 지역을 담당하는 미군의 중부사령부(Central Command)에서 끊임없이 논의되는 질문이 "어떤 조건에서 미국이 이란을 공격해야 하는가?"이다. 첫째, 이란이 직접 미군을 공격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정보기관이 이란에서 미사일 발사 준비를 하는 정황이 포착될 경우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 비슷한 상황은 이미 일어나고 있다. 이라크나 예멘에 있는 무장 단체들이 미사일 발사 준비를 할 경우 그 나라 정부와 상의하지 않고 폭격해서 위협 요소를 제거한다. 아직 이란은 시도를 하지 않고 있지만, 만약 그런 징후가 보이면 미국은 이란을 공격할 수 밖에 없다.

둘째, 미군을 죽인 공격에 이란이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는 증거가 있을 때다.

타워 22 기지에 대한 공격으로 미군 사망자가 발생한 직후, 이란은 "저항 단체들은 이란의 지시를 받지 않으며, 이란은 그들이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거나 스스로를 방어하는 결정에 개입하지 않는다"라고 발표했다. 생어가 말한 '이란 직접 공격의 조건'에 들어가지 않기 위함이다.

이스라엘 가자 지구의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모두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 단체들이지만, 이란의 '지시'를 받지는 않는다. 이 단체들을 총지휘하는 중심이 없다는 건 이들의 공격에 대응하는 입장에서 아주 힘든 일이지만, 이들이 서로 협력해서 조직적인 공격을 하는 상황은 미국에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미국과 미국의 우방국들이 바라는 건 이 단체들 사이의 반목과 갈등으로 그런 협력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상태로 남아있는 것이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 단체들은 종종 함께 만난다. 하지만 그들이 연합해서 군사 행동을 할 수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작년 10월 하마스의 테러 이후 이란의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주재로 중동 지역의 무장 단체들이 회동을 가졌다. 이란은 이들의 모임을 "저항의 축(the axis of resistence)"이라 부르며, 하마스의 테러는 "위대한 승리"라고 추켜세웠다. 이란은 지난 40년 동안 이들 단체를 지원하고 훈련시켰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축하하는 이란 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 (이미지 출처: The Wall Street Journal)

중동 지역의 무장 단체들이 정말로 연합 작전을 편다면? 미국은 지금보다 훨씬 더 큰 분쟁에 휘말리게 된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세 개의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이스라엘에 대한 전면전이다. 미국은 현대 이스라엘이 탄생하던 해리 트루먼 대통령 때부터 이스라엘을 지키겠다고 공언해 온 나라다. 현재 바이든과 네타냐후 사이에 갈등이 아무리 커도 이스라엘이 공격받는다면 바이든은 지체없이 이스라엘 방어에 나설 것이다.

둘째, 중동에 주둔한 미군을 상대로 한 광범위한 공격이다. 이미 이 지역에서 미군은 미사일과 로켓, 드론 공격을 꾸준히 받고 있다. 다행히 미군 기지의 방공망이 이들을 잡아내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사망 사고가 없었지만, 아주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그런데 방공망이 뚫려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다면 큰 일이다. 특히 올해는 미국의 대선이 있는 해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할 경우 바이든은 아주 단호한 반격을 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게 될 거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인터뷰가 나온 직후에 미군 기지가 드론 공격을 받아 3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을 입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이 기지의 방공망이 드론의 접근을 감지했지만, 마침 이 기지를 출발했던 미군 드론이 복귀하는 시점과 겹치는 바람에 혼동이 생겼다고 한다. 미국은 적절한 대응 수준을 고민하고 있다.

셋째,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는 상황이다. 아직 이란이 이 작업을 재개했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이란은 핵 임계국(nuclear threshold state)이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마음만 먹으면 며칠 안에—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수준의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다. 물론 이를 핵무기로 만드는 데까지는 1년 이상이 걸리겠지만, 만약 그 작업에 들어간 게 확인될 경우 미국은 이스라엘과 함께 마지막으로 외교적 해결을 시도하고, 실패할 경우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비밀 군사작전을 통해 이란의 핵 시설을 파괴할 것이다.  

러시아, 중국, 이란, 그리고 북한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로 세계에 일어난 일련의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아마도 러시아, 중국, 이란의 태도 변화일 것이다. 세상이 얼마나 변했는지 보려면 9년 전인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된다.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협상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만 해도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 EU와 같은 편에서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려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미국이 다시 이란과 핵 문제로 협상을 시작한다면?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과 힘을 합칠 가능성은 전혀 없다. 그 두 나라는 이란의 편을 들거나, 아예 그 문제에서 빠져있을 게 분명하다.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났을까?

우선 중국은 미국과 서방 국가들에 저항하려는 이란의 노력("저항의 축")을 돕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다. 중국은 최강대국이 되기 위한 미국과의 경쟁 과정에서 다른 나라들과 동맹 관계를 맺거나, 최소한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기를 바라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하는 드론 때문에 이를 공급하는 이란에 대한 의존도가 아주 커졌다. 이란은 지금 러시아에 드론을 팔아 큰돈을 벌고 있고, 그렇게 수출한 드론이 우크라이나군을 공격하는 모습을 우리는 거의 매일 확인할 수 있다. 이란은 러시아에 미사일은 아직 팔고 있지 않지만, 미국은 머지않아 미사일 판매가 시작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란의 지하 드론 기지 (이미지 출처: The Guardian)

그리고 북한이 있다. 북한은 국제적 합의 없이 핵무기를 개발한 나라("nuclear rogue state")일 뿐 아니라, 현재 러시아에 포탄과 미사일을 공급하고 있다. 그 결과, 어느덧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이 미국과 서방 세계에 대항하는 데 힘을 합칠 만한 공통의 목표가 생긴 것이다.

전부 독재국가인 이 네 나라가 힘을 합쳐 국제 분쟁을 지원할 경우 세계가 어떤 상황에 빠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위험한 일이지만, 이 국가들이 섣불리 문제를 키우는 것을 꺼릴 만한 이유도 있다. 우선 중국의 경우 중동의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아주 높다. (반면 미국은 사실상 원유 순 수출국이 되었다—옮긴이) 따라서 중동 분쟁으로 석유 운송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시리아에 군사기지를 갖고 있는 러시아의 경우, 이를 위협할 수 있는 분쟁을 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나라들은 '저항의 축'을 표방하면서도 중동에 전면전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만한 이해관계가 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이 중동 지역 분쟁에 말려들어 가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바이든은 취임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집중하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중동의 전면전 발발을 저지하는 데 외교 역량의 절반 이상을 소모하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이란 무기의 성능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무기 수입국이었던 이란이 무기 수출국이 될 거라고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당장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는 이란이 그렇게 높은 정확도를 가진 정교한 드론을 대량 생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러시아에 드론을 공급해서 이란이 얻는 건 단순히 금전적 이익만이 아니다. 모든 무기가 그렇듯, 실전에 투입되어야 진정한 테스트를 할 수 있고, 사용하면서 얻게 되는 피드백으로 장비를 개선할 수 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가 이란제 드론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방공장비는 미국이 제공한 것들이다. 따라서 이란은 자기네가 만든 드론을 세계 최고의 미국 제품을 상대로 테스트하고 있는 셈이다. 이란의 드론은 러시아뿐 아니라 중동 지역에도 공급되어 사우디아라비아를 공격하는 데도 이용된 적이 있고, 현재 후티 반군이 홍해에 있는 미군을 공격하는 데도 사용한다.

카이바르 셰칸 미사일 (이미지 출처: X, Iran Press)

이란의 미사일도 눈여겨봐야 한다. 이란은 근래 들어 카이바르 셰칸 탄도 미사일을 공개했다. 사거리가 1,450km에 달하는 이 미사일은 고체 연료를 사용한다. 액체 연료를 사용하는 탄도 미사일의 경우, 미사일을 밖으로 꺼내어 연료를 주입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1~2시간이 걸리는 이 작업을 하는 동안 미국은 인공위성을 통해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는 것을 파악할 수 있게 되고 전투기를 보내 발사 전에 파괴할 수 있다. 하지만 고체 연료라면 미사일을 비밀 장소에 보관했다가 꺼내는 즉시 발사가 가능하다.

카이바르 셰칸의 1450km의 사거리는 이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이스라엘을 겨냥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다른 나라들이 이란을 함부로 공격하지 못하게 하는 방어적 의미 외에도, 러시아를 포함한 다른 나라에 수출할 수 있다는, 일종의 세일즈 피치인 셈이다.

이란이 이런 기술을 갖게 된 건 지난 20년 동안 일어난 기술 혁명이 세상을 어떻게 바꿨는지 보여준다. 과거 이 정도의 기술은 초강대국들이나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중국이나 다른 곳에서 만든 부품을 암시장을 통해 구입해 이란과 같은 나라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이란은 새로운 첨단 기술을 적용한 무기를 미국과 서방 세계에 저항하는 국가와 무장 단체에 공급하고 있다.

미국의 고민

여기서부터는 타워 22 습격 이후에 데이비드 생어가 쓴 기사에 기반한 내용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바로 이런 일이 벌어질 경우 어떤 대응을 해야 할지를 두고 많은 논의를 해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이 택할 수 있는 옵션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거나(unsatisfying) 아주 위험한(highly risky) 것들이다.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바이든은 최근 미국이 해오고 있는 것처럼 이 지역의 무장 단체들을 폭격할 수 있다. 이 방법은 피해를 입히고는 있지만, 이들의 공격을 저지하지는 못한다. 좀 더 근본적인 방법으로는 무장 단체에 드론을 제공한 이란의 생산 시설과 부품 공급업체를 파괴하는 것이다.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이란의 드론 생산 공장의 위치는 물론, 그들에게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까지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파괴한다는 것은 그 시설이 위치한 이란의 군부대를 공격한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는 이란과의 전쟁을 의미한다.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이 지역의 군사 강국이다. 아무리 미국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고 해도 이런 나라의 군을 공격한다는 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공격을 받은 이란은 곧바로 핵무기 개발에 돌입할 가능성도 크다.

이런 양극단의 방법들 외 다른 방법이 없지는 않다. 이란에 확실한 보복을 하면서 동시에 비공식 루트를 통해 이란에 "전쟁을 시작할 의도는 아니니, 이번 공격은 그냥 참고 있으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런 일은 종종 있다. 2020년 트럼프가 이란 혁명 수비대 산하 쿠드스군의 지휘관 가셈 솔레이마니를 무인기로 암살했을 때 이란이 이렇다 할 보복을 하지 않은 것도 미국과의 의사소통 때문이다. 양쪽 다 확전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타워 22 습격 직후에 이란이 지체하지 않고 "우리가 명령한 게 아니다"라고 밝힌 것은 무장 단체들이 이런 공격을 할 경우 이란이 배후로 지목될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이 무장 단체를 통해 대리전을 하는 것이 가진 위험성이 여기에 있다. 보복 공격의 표적이 되지 않으면서 적에게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번 미군 부대 습격처럼 이란도 지나치다고 생각할 일을 무장 단체가 감행할 경우 제어가 불가능하다.

이란이 벌이는 전쟁이지만, 정작 이란은 통제할 수 없는 전쟁이다. 🦦

군사 드론을 바라보는 이란의 성직자 (이미지 출처: Reu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