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북미와 서유럽 지역으로 수온이 높아진 바닷물을 올려보내는 멕시코만류(Gulf Stream)가 멈추려는 징후가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읽고 우울해져서 페이스북에 포스팅했더니 한 분이 이런 댓글을 남겼다: "다음 주 월요일에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에서 최근 5, 6년간 기후변화 근거연구 리뷰한 보고서 나오는 데 이 부분은 어떻게 실렸나 봐야겠네요." 나는 이 댓글을 읽은 후에 마치 시험을 망친 학생이 성적표를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보고서를 기다렸다.

그리고 보고서가 나왔다. 무려 234명의 저자가 1만 4천 개의 연구를 바탕으로 작성한 이 보고서는 현재까지 나온 가장 종합적인 연구 결과인 동시에 지구가 처한 상황에 대한 객관적이고 가감 없는 성적표다. 마침 비슷한 시점에 인터넷을 휩쓴 아래의 사진(그리스의 한 섬에서 산불로 마을이 불타는 모습)이 그 보고서를 요약해주지 않나 싶다. 말로 요약한다면, "이제 지구는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는 상황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여기에서 누구나 다운로드 할 수 있다: 보고서 전문, 정책 입안자들을 위한 요약본, 기술 요약본)

그리스 엘비아섬 주민이 불타는 마을 앞에서 탄식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