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나 내 느낌이지만, 한국과 미국에서 메타버스를 생각하는 온도 차이는 꽤 크게 다른 듯 하다. 미국에서 메타버스를 외치는 사람들은 주로 기업인이다. 페이스북 이름을 메타로 바꾼 마크 저커버그가 대표적이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도 빠질 수 없다. 가령 지난주 게임 기업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한다는 딜을 발표하면서 나델라는 "메타버스"라는 말을 최소 다섯 번 이상 했다고 한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역사상 최대의 인수합병 계약을 발표하는 나델라가 게임이 아닌 메타버스를 강조한 데는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이 두 기업이나 에픽게임즈, 로블록스 같은 게임회사 외에도 디즈니, 나이키, 월마트까지 많은 기업이 메타버스의 열기에 올라탔다.
하지만 이들은 기업, 더 중요하게는 상장기업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상장기업의 CEO라면 이렇게 핫한 키워드가 나왔다면 밴드웨건(bandwagon)에 올라타는 건 당연하다. 테크를 잘 모르는 투자자들이 "월마트가 메타버스를 한대? 역시 리테일의 거인은 다 계획이 있구나"라는 생각에 주식을 사거나, 최소한 팔지 않도록 만들어야 하니까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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