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공지능(AI)의 열풍으로 가장 큰 수익을 내는 기업 중 하나가 엔비디아(Nvidia)다. 타이완계 미국인 젠슨 황(Jensen Huang)이 다른 두 명의 공동설립자와 함께 1993년에 세운 이 회사는 CPU 대신 그래픽 칩을 만들며 업계에서 실력을 쌓았다. 몇 년 전 가상화폐의 인기로 잠시 주가가 치솟았다가 떨어졌지만, 테크 업계를 사로잡고 있는 이번 AI 열풍은 엔비디아를 함부로 넘보기 힘든 "1조 달러 기업"으로 만들어 주었다.

며칠 전 국립타이완대학교에서 있었던 졸업식에서 엔비디아의 설립자 젠슨 황이 축사를 했다. 최근 워낙 주목받고 있는 인물이어서 이 행사에서 그가 했던 연설은 큰 관심을 끌었다. 역사는 승자가 쓴다는 말이 있고, 성공한 기업인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자리이니 어느 정도 윤색(潤色)의 가능성을 감안하고 들어야 하지만, 현재의 시점에서 한번 들어볼 만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아 맨 앞의 인사말을 제외한 전문을 번역했다. (영어 원문은 여기에서 읽을 수 있다.)


국립타이완대학교에 다시 찾아와 여러분의 졸업식 축사를 하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제가 오레건 주립 대학교를 졸업할 때만 해도 세상은 지금보다 단순했습니다. TV의 화면은 지금처럼 평평하지 않았고, 케이블 TV도, MTV도 없었죠. "모바일"이라는 단어와 "폰"이라는 단어는 붙어 다니지 않았던 시절입니다.

그때가 1984년이었습니다. IBM PC AT와 애플의 매킨토시가 개인용 컴퓨터(PC) 혁명을 일으켰고, 오늘날 우리가 잘 아는 반도체(칩) 산업과 소프트웨어 산업이 출발하게 되었죠. 여러분은 그때와 비교하면 훨씬 더 복잡한 세상, 지정학적, 사회적, 환경적 변화와 도전이 가득한 세상에 진출하게 됩니다.

우리는 테크놀로지에 둘러싸여 삽니다. 그리고 이제는 실제 세상과 평행하게 존재하는 디지털 세상에 영원히 연결되고 우리는 그 안에 몰입되어 살고 있습니다. 자동차들이 스스로 운전하기 시작했죠. 컴퓨터 산업이 가정용 PC를 만든 지 4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을 만들어 냈습니다. 자동차를 운전하고 X선 사진을 판독하는 등, AI 소프트웨어는 이제 컴퓨터가 우리가 하는 일을 자동화하도록 해줍니다. 의료업과 금융업, 운송업과 제조업처럼 수천조 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업종들이 자동화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젠슨 황 (이미지 출처: VentureBeat)

AI는 엄청난 기회의 문을 열었습니다. 민첩한 기업들은 AI를 활용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것이고, 그렇게 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사라질 것입니다. 과거의 창업가들이 매 시기에 그랬던 것처럼 오늘날의 창업가들은 새로운 회사를 시작하겠죠. AI는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입니다. 데이터 엔지니어링, AI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AI 공장 운영자, AI 안전 엔지니어 같은 일자리들은 예전에는 없었던 것들입니다. 물론 자동화와 함께 사라지는 직업들이 생기고, 모든 직업이 AI의 영향으로 변화를 겪게 됩니다. 프로그래머와 디자이너, 아티스트와 마케터, 제조 설계사 같은 사람들이 AI의 도움을 받아 생산성이 많이 증가하게 됩니다.

과거 모든 세대가 성공을 위해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던 것처럼, 모든 기업들, 그리고 여러분은 AI를 활용하는 법을 익히셔야 하고, AI 코파일럿(부조종사)과 함께 깜짝 놀랄 일을 하게 될 겁니다. 어떤 사람들은 AI가 자기의 일자리를 빼앗을 거라고 걱정하지만, AI를 활용하는 전문가들은 다른 사람들의 일을 가져오게 됩니다.

우리는 PC와 인터넷, 모바일과 클라우드 컴퓨팅처럼 거대한 테크놀로지가 등장하는 시점에 있습니다. 하지만 AI는 훨씬 더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컴퓨팅의 모든 단계(layer, 층)가 새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소프트웨어를 쓰는 방법부터 소프트웨어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까지, AI는 컴퓨팅을 바닥부터 완전히 새롭게 바꾸고 있습니다.

모든 면에서 AI는 컴퓨터 산업의 새로운 탄생이고, 타이완 기업들에는 황금 같은 기회입니다. 여러분은 컴퓨터 산업의 기초이자, 기반입니다. 앞으로 10년 동안 컴퓨터 업계는 세계에 존재하는 수천조 원 규모의 전통적인 컴퓨터를 새롭고 빠른 AI 컴퓨터로 교체하게 됩니다.

제 여정은 여러분보다 40년 먼저 시작되었습니다. 1984년은 대학 졸업생에게 더없이 좋은 시점이었죠. 저는 2023년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해에 졸업하시는 여러분께 제가 어떤 말씀을 드리면 좋을까요?

젊은 시절의 젠슨 황 (이미지 출처: VentureBeat)

오늘은 여러분이 살아온 날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날입니다. 여러분은 국립타이완대학교를 졸업하십니다. 저도 여러분들처럼 성공적이었습니다... 엔비디아(Nvidia)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저는 엔비디아에서 많은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그 중에는 아주 큰 실패들도 있었지만, 작아도 하나같이 굴욕스럽고 창피한 실패들이었습니다. 그중에는 회사를 파산 직전까지 몰아간 것들도 많았습니다. 저는 그중에서 엔비디아를 오늘날의 기업으로 만들어 준 세 가지 이야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SEGA 게임 콘솔

저희는 가속 컴퓨팅(accelerated computing, 특수한 하드웨어를 통해 작업 속도를 대폭 개선하는 방법)을 위해 엔비디아를 설립했습니다. 저희가 처음 만든 애플리케이션은 PC 게임용 3D 그래픽스였죠. 엔비디아는 '포워드 텍스처 매핑과 커브(forward texture mapping and curves)'라고 불리는 파격적인 3D 접근법을 발명했습니다. 저희 방법을 사용하면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었죠. 저희는 세가(SEGA)가 게임 콘솔을 만드는 데 참여하는 계약을 따냈습니다. 그렇게 해서 게임들이 저희 플랫폼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엔비디아는 자금을 얻을 수 있었죠.

그런데 개발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나면서 우리는 우리가 설계한 아키텍처가 잘못된 전략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기술적으로 형편없었고, 마침 마이크로소프트는 역 텍스처 매핑 (inverse texture mapping) 과 삼각형 프리미티브를 이용한 윈도우 95 다이렉트 3D를 발표하기 직전이었습니다.

많은 기업이 마이크로소프트의 표준을 지원하는 3D 칩을 설계하고 있었죠. 우리가 세가의 게임 콘솔을 완성한다면 이 콘솔은 뒤떨어진 기술을 기반으로 하게 될 것이었고, 윈도우와 호환도 되지 않을 것이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술은 우리가 따라 잡기에는 너무나 앞서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자금 부족에 빠지게 될 것이었습니다. 이렇든 저렇든 엔비디아는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세가의 CEO에게 전화해서 엔비디아가 개발한 게 틀린 접근법이었음을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아닌 다른 파트너를 찾으시라고 하면서, 엔비디아는 계약을 준수할 수도, 콘솔을 완성할 수도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우리는 작업을 계속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세가에서 작업을 완수하고 받기로 한 돈을 전부 받지 않으면 엔비디아는 파산할 상황이었죠. 저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그 돈이 필요하다고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세가의 CEO는 그렇게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분이 이해와 너그러움으로 엔비디아는 수명을 6개월 연장할 수 있었습니다.

젠슨 황은 이름을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당시 세가의 CEO는 나카야마 하야오였다. 당시 닌텐도와 세가 사이의 콘솔 다툼은 유명했고, 이를 다룬 다큐멘터리 'Console Wars (콘솔 전쟁)'에 따르면 나카야마는 화를 잘 내는 무시무시한 보스였다고 한다. (이미지 출처: Polygon)

그렇게 얻은 반년의 시간으로 엔비디아는 RIVA 128을 만들었습니다. 그걸 완성하면서 돈이 다 떨어졌죠. 하지만 RIVA 128은 이제 막 성장하고 있던 3D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고, 사람들은 엔비디아를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워낙 수요가 많았기 때문에 저는 제가 4살 때 떠난 타이완으로 찾아와 TSMC의 설립자 모리스 창(Morris Chang)을 만났습니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양사의 파트너십이 25년 동안 이어졌습니다.

실수를 인정하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겸손함이 파산할 뻔한 엔비디아를 살렸습니다. 이 두 가지는 지금 이 자리에 앉아 계신 여러분처럼 똑똑한 사람들, 성공적인 사람들이 정말 하기 힘들어하는 것입니다.

CUDA GPU

2007년에 엔비디아는 CUDA GPU를 사용한 가속 컴퓨팅을 발표했습니다. 저희의 바램은 CUDA가 과학용 컴퓨팅, 물리학 시뮬레이션, 그리고 이미지 처리와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래밍 모델이 되는 것이었죠. 새로운 컴퓨팅 모델을 만드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고, 역사적으로 성공한 예가 드뭅니다. CPU를 이용한 컴퓨팅 모델은 IBM이 시스템 360을 발표한 이래로 무려 60년 동안 표준으로 남아있으니까요.

CUDA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GPU의 이점을 증명할 수 있는 개발자들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개발자들은 CUDA가 설치된 대규모의 기반(base)이 필요했고, 그런 기반이 마련되려면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많은 소비자가 사줘야 했죠. 결국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엔비디아의 게임용 GPU인 지포스(GeForce)를 사용했습니다. 이걸 설치한 게이머가 많아서 큰 시장, 즉 설치된 기반을 갖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CUDA에 들어간 추가 비용이 아주 많았기 때문에 엔비디아는 수익에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저희 회사의 시가 총액은 수년 동안 10억 달러를 조금 넘는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이 글을 번역하는 시점에서 엔비디아의 시가 총액이 1조 달러에 도달했다는 기사가 나왔다–옮긴이) 저희는 수년 동안의 실적 부진을 겪었습니다. 주주들은 CUDA에 회의적이었고, 엔비디아가 이보다는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추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인내심을 갖고 버텼습니다. 저희는 가속 컴퓨팅의 시대가 올 것을 믿었습니다. 저희는 CUDA를 전 세계에 끊임없이 알리기 위해 GTC라는 컨퍼런스도 만들었습니다. 그러다가 CUDA를 사용한 애플리케이션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죠. 지진 활동 프로세싱, CT 재구성, 분자 역학, 입자 물리학, 유체 역학, 이미지 처리 같은 애플리케이션이었습니다. 과학 분야가 하나 둘씩 CUDA를 사용하기 시작한 거죠. 저희는 각각의 개발자와 함께 작업해서 알고리듬을 만들었고, 놀라운 속도 향상을 달성했습니다.

2019년 GTC에서 엔비디아가 선보인 이미지 생성기. 단순한 스케치를 사실적인 이미지로 바꿔준다. (이미지 출처: TechCrunch)

그렇게 2012년이 되자 AI 연구자들이 CUDA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 분야에서 유명한 알렉스넷(AlexNet)은 지포스 GTX 580에서 트레이닝을 받아 AI의 빅뱅을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저희는 완전히 새로운 소프트웨어 접근법으로서의 딥러닝의 잠재력을 깨닫고, 엔비디아라는 회사를 이 새로운 분야를 발전시키는 쪽으로 전부 뜯어고쳤습니다.

엔비디아는 딥러닝을 추구하는 데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나자 AI 혁명이 시작되었고, 엔비디아는 전 세계의 AI 개발자들이 사용하는 엔진이 되었습니다. 저희는 CUDA를 발명했고, 가속 컴퓨팅과 AI를 개척했습니다.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엔비디아는 고통과 어려운 상황을 견디는 기업문화를 갖게 되었습니다.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죠.

폰 시장 철수

마지막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2010년에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뛰어난 그래픽 성능을 가진 모바일 컴퓨터로 개발하기로 합니다. 모바일 폰 업계에는 모뎀을 잘 아는 칩 회사들이 있죠. 그런데 엔비디아는 컴퓨팅과 그래픽 실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안드로이드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이상적인 파트너였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모바일 칩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엔비디아는 빠르게 성공을 거뒀습니다. 장사도 잘되었고 주가도 치솟았죠. 그러자 경쟁 기업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모뎀 칩을 만드는 회사들은 컴퓨팅 칩을 만드는 법을 배웠고, 저희는 모뎀을 만드는 법을 배우며 경쟁했죠.

폰 시장이 워낙 컸기 때문에 저희는 시장 내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싸울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그렇게 하지 않고 시장을 포기하는 힘든 결단을 내렸습니다. 엔비디아의 미션은 일반적인 컴퓨터가 풀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컴퓨터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의 비전을 실현하고, 우리만이 가능한 기여를 하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내린 전략적 후퇴는 주효했습니다. 폰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우리는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쪽으로 생각을 열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신경망 프로세서를 갖춘 로봇이나 AI 알고리듬을 실행할 수 있는 안전 아키텍처를 실현할 새로운 컴퓨터를 상상할 수 있었죠. 당시만 해도 그 시장은 "0억 달러" 시장이었습니다. 거대한 폰 시장에서 철수해서 존재하지 않는 로보틱스 시장에 들어온 결과, 저희는 이제 수십억 달러의 자동차, 로봇 사업을 하고 있고, 새로운 산업을 시작했습니다.

여러분처럼 똑똑하고 성공적인 사람들에게 철수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전략적 철수나 희생, 그리고 무엇을 포기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성공을 만들어 내는 아주 중요한 핵심입니다.

졸업생들과 사진을 찍는 젠슨 황 (이미지 출처: Taiwan News)

2023년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은 이제 세상으로 나가서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제가 PC와 칩 혁명이 일어나는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여러분은 AI의 출발점에 서 있습니다. 모든 산업이 혁명을 겪을 것이고, 새롭게 태어날 것입니다. 이 산업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이 바로 그 아이디어를 제공할 사람들입니다.

지난 40년 동안 우리는 PC를 만들었고, 인터넷과 모바일, 클라우드 컴퓨팅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제는 AI의 시대입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창조하실 겁니까? 그게 무엇이든 그걸 향해 저희 세대가 했던 것처럼 달리십시오. 걷지 마시고 달려야 합니다. 이건 기억하셔야 합니다. 먹잇감을 잡기 위해 뛰든, 먹잇감이 되지 않기 위해 뛰든 여러분은 달려야 합니다. 그런데 그 둘을 구분하기 힘들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달려야 합니다.

그리고 제가 배운 교훈들을 여러분의 여정에 함께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실패를 인정하고, 잘못을 시인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겸손한 자세를 가지십시오. 꿈을 위해서는 고통과 어려움을 견뎌야 합니다. 목적이 있는 삶과 여러분이 인생을 통해 하려는 일에 매진하기 위해 희생을 해야 할 겁니다.

2023년 졸업생 여러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