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간으로 화요일 오후,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의 트위터 계정의 영구정지(permaban)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라는 속보가 나왔다. 머스크는 스스로를 '발언의 자유 절대론자(absolutist)'로 내세워왔고 트럼프 정부와 사이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반대로 바이든과는 사이가 좋지 않다) 그가 트위터를 인수하게 될 경우 트럼프의 계정이 복구될 것이라는 예측은 꾸준히 나왔었다. 하지만 트럼프가 마지막으로 임명한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이 대법원에 들어가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을 거라는 예상을 많은 사람이 했어도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이 충격적인 것처럼, 머스크의 발표 역시 충격적인 것은 사실이다.

이 뉴스가 큰 파장을 불러오자 머스크는 이례적으로 해명성의 트윗을 했다. "나의 설명을 전부 들어보는 게 중요하다(Important to listen to my full explanation)"라는 것. 머스크는 특별한 기자회견이나 성명 발표를 한 게 아니고 파이낸셜타임즈가 주최한 행사에서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받은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이야기한 것이다. 본인이 설명하는 것처럼 아직 인수 절차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당장 트럼프의 계정이 복구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조치는 지금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따라서 머스크가 내세운 이유를 전부 들어보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전문을 번역했다.

캐주얼한 대화라서 행간의 의미나 생략된 부분은 괄호 안에 설명했다. 즉, 괄호 안에 들어간 말은 머스크가 직접 한 말이 아니다. 그의 말은 아래에서 삽입된 영상에서 직접 들을 수 있다.


진행자: 도널드 트럼프를 (트위터에) 복귀시킬 계획입니까?

머스크: 질문을 일반화해보죠. 트위터에 (계정의) 영구정지가 존재해야 할까요? 저는 잭 도시(트위터의 공동창업자, 전 CEO)와 이 문제로 이야기를 해왔어요. 도시와 저는 영구정지는 극도로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하고, 정말로..(여기에서 머스크는 '어떤 행동을 하려는 사람들'을 설명하려다가 멈추고 봇, 스팸으로 말을 바꾼다–옮긴이) 봇이나 스팸, 스팸계정처럼 전혀 정당성이 없는 계정에만 국한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합니다.

저는 트럼프의 트위터 사용을 금지한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 결정이 실수였던 이유는 미국 인구 중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소외시켰기 때문이고, 트럼프의 발언권을 궁극적으로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머스크의 문장이 정확하지 않지만, '트럼프의 입을 막지 못했다'는 의미로 들린다–옮긴이) 트럼프는 이제 트루스 소셜(Truth Social, 트럼프가 세운 소셜미디어)로 갔고, 미국 보수층의 많은 수가 그리로 갔습니다. 따라서 저는 솔직하게 말해 이게 모든 사람이 토론할 수 있는 단일한 포럼을 갖는 것보다 더 나쁜 결과로 이어졌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제가 영구정지를 철회하는 게 답일 것 같아요. 제가 아직 트위터를 정식으로 소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트럼프 계정 영구정지의 철회가) 반드시 일어날 일이라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제가 트위터를 소유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제 의견에는–그리고 이건 잭 도시도 동의하는 의견임을 분명히 하고 싶어요–(트위터에) 계정의 영구정지 조치는 없어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나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만약 불법적인 발언이나 세상을 파괴하려는 발언을 할 경우 타임아웃(timeout)이나 일시 정지를 당할 수 있고, 특정 트윗이 보이지 않게 처리하거나 확산을 최소화하는 조치를 당할 수 있겠죠. 그러나 영구정지라는 조치는 트위터가 가진, 누구나 와서 이야기할 수 있는 공론장(town square)의 기능을 근본적으로 해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는 건 근본적... 저는 그렇게 하는 건 도덕적으로 나쁜 결정이라는 걸 분명히 하고 싶고, 극단적으로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봅니다.

진행자: 트럼프가 사람들을 부추겨서 의사당으로 몰려가게 했고, 그들 중 일부는 올가미(noose, 교수형에 사용하는 올가미로, 2021년 1월 의사당 습격 때 펜스 부통령을 죽이겠다는 의미로 올가미를 들고 간 사람들이 있었다–옮긴이)를 들고 갔는데도 말인가요? 그래도 트럼프를 금지한 것이 실수라고 보시나요?

머스크: 잘못된 트윗, 나쁜 트윗이 있다면 지우거나 보이지 않게 처리해야 한다고 봅니다. 일시정지, 한시적인 사용금지는 적절합니다. 하지만 영구정지는 아닙니다.

진행자: 그럼 인수절차가 완료되면 트럼프는 트위터에 돌아올 수 있겠네요. 다만 자신이 (과거에 한 것과) 비슷한 행동을 할 경우 다시 (일시정지를) 당할 수 있다는 걸 알고 돌아와야 하겠네요.

머스크: 트럼프는 공개적으로 자신은 트위터에 돌아오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은 트루스 소셜에서만 활동하겠다고요. 사람들이 잘 이해를 못 하는 것 같은데 이게 제가 하려는 얘기입니다. 트럼프가 트위터에 오지 못하게 막았다고 해서 그의 발언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그의 발언은 보수층에서만 증폭됩니다. 그래서 이게 도덕적으로 잘못이고, 완전히 멍청한 결정인 거죠.


머스크의 이번 발언은 꽤 흥미롭다. 그가 트럼프의 계정을 다시 살릴 수 있다고 말해서가 아니라, 트위터에서 발언의 자유가 100% 보장되지 않을 수 있음을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위의 발언에서 볼드체로 표시한 대목이 그 내용을 담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착각'에서 소개한 이샨 웡의 주장처럼 "인간의 행동은 무한하고" 그 결과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소셜미디어는 원칙을 세워야 하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 룰은 점점 복잡해"진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하기 전까지는 모든 발언은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인수를 추진할 즈음에는 "봇과 스팸을 제외한" 모든 발언은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샨 웡은 '봇과 스팸 역시 누군가의 발언'이라며 머스크의 논리의 허점을 지적한다. 이 발언이 들어간 스레드는 현재 번역 중으로 곧 오터레터에 소개할 예정). 아니, 이번 발언의 앞에서도 "어떤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려다가 멈추고 봇과 스팸으로 말을 옮겼다.

하지만 결국 뒤에 가서는 특정한 발언에 관해서는 제재를 할 수 있다고 밝혔고, 그 방법은 계정 일시정지와 트윗 삭제, 확산의 강제 저지라고 분명히 이야기한 것이다. 웡의 말처럼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것과 소유, 운영하는 건 전혀 다른 얘기고, 머스크는 그 사실을 조금씩 깨닫고 있는 중으로 보인다. 이번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트위터 복귀보다 더 중요한 건 바로 이런 머스크의 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