릭 프럼 교수는 존슨에게 에드윈 리스트가 체포되던 당시의 웹사이트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존슨은 자신이 확인했을 때는 이미 웹사이트가 폐쇄된 상태였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는 그에게 프럼은 자기가 리스트의 웹사이트 전체를 스크린샷으로 저장해 두었다며 보여줬다. 존슨은 자기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그렇게 리스트의 웹사이트를 들여다보던 두 사람은 리스트의 깃털을 팔고 있던 문제의 인물, 고쿠로 추정되는 인물을 단 한 명으로 압축할 수 있었다. 그의 실명은 롱 응우옌(Long Nguyen)이었다. 리스트와 같은 나이에, 플라이 미끼 제작에 뛰어난 솜씨를 가진 인물로, 노르웨이에 살고 있었다.

존슨은 응우옌이 리스트를 도와서 훔친 깃털을 팔고 있다는 증거를 페이스북에서 오간 대화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박스가 잘 도착했느냐"고 묻는 대목이 있었고, 일본에서 두 사람이 만난 사진도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만난 직후 응우옌은 갑자기 새로운 새의 깃털을 팔기 시작한 걸 볼 수 있었다. 그뿐 아니라 응우옌이 속한 커뮤니티에서 다른 회원들이 응우옌이 리스트를 돕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당신이 공범인 거 다 알아. 얼마 못 갈 걸"이라고 경고하는 글도 있었다.

에드윈 리스트와 롱 응우옌 (이미지 출처: X)

이를 알게 된 존슨은 리스트에게 응우옌에 관해 추궁했지만, 리스트는 응우옌은 새 표본을 훔치는 데 참여하지 않았으며, 온라인에서 비난하는 사람들이 모르고 그러는 거라고 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리스트는 존슨에게 응우옌의 말을 들어보라며 연락처를 주었다.

존슨의 연락을 받은 롱 응우옌은 만나서 이야기하겠다며 인터뷰 요청을 승낙했다.

오슬로의 응우옌

노르웨이 오슬로에 사는 응우옌을 만나러 갈 때만 해도 존슨은 그가 에드윈 리스트를 도와 함께 박물관을 털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큰일을 아무런 도움 없이 리스트 혼자 해냈다고 믿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어쩌면 응우옌이 배후의 인물이고, 리스트를 뒤에서 조종해서 새들을 훔치게 했을지도 모른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응우옌은 사악한 부자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리스트는 그저 장기판의 졸에 불과했던 건 아닐까?

오슬로 공항에 내린 존슨은 기차를 타고 응우옌이 살고 있는 오슬로 근교로 이동했고, 기차역으로 마중 나온 응우옌을 만났다. 십 대처럼 보이는 어린 얼굴의 응우옌은 척 테일러 운동화를 신고 있었고, 잘 웃는 평범한 20대 남자였다. 존슨은 응우옌을 설득해서 그의 집에서 인터뷰를 하자고 했다.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혹시나 그의 집에서 깃털이나 숨겨둔 새 표본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이미지 출처: ABC News)

응우옌의 아파트에서 존슨을 맞이한 건 리스트가 훔친 새 표본이 아니라, 살아있는 초록색 앵무새였다. 응우옌은 앵무새를 집 안에 풀어놓고 기르고 있었고, 그 새는 응우옌을 인터뷰하는 7시간 내내 존슨의 어깨에 앉아서 부리로 존슨의 귀를 갖고 놀았다. 존슨은 그렇게 응우옌과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응우옌에 관해 가졌던 선입견이 완전히 틀렸음을 깨달았다. 응우옌은 트링 박물관을 털도록 리스트를 조종했을 가능성이 전혀 없는 인물이었다.

롱 응우옌은 1970년대, 전쟁을 피해 노르웨이로 온 베트남 난민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그의 집은 문제가 많았고, 부모는 베트남에 머무른 때가 많았던 것 같다. 백인이 대다수인 북유럽 국가에서 베트남 난민 아이로 자라면서 친구도 거의 없었던 응우옌이 플라이 미끼에 취미를 붙이게 된 건 그런 현실에서 탈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플라이 미끼를 만들면서 온라인에서 동호인들을 알게 되었고, 그중에서도 자기 또래의 미국인 아이가 뛰어난 솜씨를 갖고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에드윈 리스트였다.

리스트에 관해 처음 알게 된 건 응우옌이 15, 16살 때였는데, 같은 나이인 리스트는 이미 그 시점에 동호인들 사이에서 유명인이었다. 응우옌은 리스트를 우러러봤고, 온라인에서 만나 대화를 하는 사이가 되었다. 서로 공통점이 많다는 걸 알게 된 두 사람은 오프라인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때는 리스트가 이미 새 표본을 훔친 후였고, 아직 경찰에 체포되기 전이었다. 존슨이 페이스북에서 발견한, 응우옌과 존슨이 일본에서 만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은 그들이 처음 직접 대면했을 때 찍은 것이다. 그렇게 만난 두 사람은 함께 플라이 미끼를 만들며 시간을 보냈다.

응우옌과 친해진 리스트는 그에게 부탁을 하기 시작했다. 새를 팔아달라는 것이었다. 이윤을 나누자는 제안이 아니라, 그냥 가볍게 "친구로서" 하는 부탁이었다고 한다. 리스트는 "이런 걸 발견했는데 나를 대신해서 온라인에 포스팅을 해주지 않겠냐"고 물었고, 응우옌은 친구라면 당연히 들어줘야 하는 부탁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했다고 한다. 리스트가 꼭 사고 싶은 플루트를 사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기꺼이 들어주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리스트처럼 유명한 사람이 자기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게 너무나 좋았다.

(이미지 출처: gb&d magazine)

응우옌이 해준 것도 대단한 일이 아니라, 리스트가 이미 올려둔 광고를 새 사진까지 그대로 복사해다가 다시 포스팅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리스트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뽑아서 분류한 깃털을 응우옌에게 보냈다. 그렇게 보낸 박스에는 깃털이 그대로 남아있는 새 표본(스킨)도 두세 마리 포함되어 있었다. 응우옌은 그중 일부를 팔았지만, 그게 박물관에서 훔친 물건인 줄은 몰랐다고 주장한다.

리스트도 응우옌은 박물관 도난과 관련해서는 알지 못했다고 했다. 자기가 새들의 출처에 대해서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였기 때문에 응우옌으로서는 거짓말을 의심했어야 정상이지만, 리스트를 소중한 친구로 생각한 응우옌의 머리에는 그런 의심이 자리를 잡지 못했다. 존슨에게 이야기를 하던 응우옌은 "지금 생각해 보면 리스트는 직접 훔친 물건을 팔다가 발각될 것을 염려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존슨은 응우옌에게 리스트가 친구인 당신을 이용한 거 아니냐고 다그치자 응우옌은 "그런 것 같다"고 수긍했다. 그가 새로 생긴 이 우정을 어떻게 하면 이어갈 수 있을지 몰라 고민하던 차에 리스트의 절도 사실이 밝혀졌고, 온라인에서는 사람들이 응우옌도 공범이라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응우옌은 우정을 포기하고 리스트에 등을 돌릴까 생각했단다. 리스트가 친구라면 자기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되는 일이었다. 결국 리스트는 절도 행위가 들통날 경우에 대비해서 응우옌을 이용한 것이었으니까.

남은 새들의 행방

하지만 존슨이 가장 궁금했던 것은 남은 64마리의 행방이었다. 하지만 단도직입적으로 응우옌에게 묻는 대신 드라마 속 형사들이 하는 것처럼 대수롭지 않은 듯, 에둘러가며 질문을 던졌다. 응우옌의 태도는 점점 방어적으로 변했고, 마치 청문회에 나온 사람처럼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는 말로 대답을 회피했다. 가령, 온라인에서 새를 팔면 리스트가 직접 돈을 챙겼는지, 아니면 응우옌이 대신 받아줬는지와 같은 단순하고 명백한 질문에도 "그 돈을 누가 받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답하는 식이었다. 존슨은 화가 나는 걸 꾹 참고 추궁했다.

"수천 달러씩이나 하는 물건을 온라인에서 팔면 돈을 누가 받았는지는 기억하지 않나요?"
"그렇죠."
"그럼 기억하실 거 아녜요."
"저는 수천 달러어치를 팔지는 않았던 거 같고, 그냥 작은 단위로 팔았던 기억만 납니다."

참고 참던 존슨이 "제가 무례하게 굴고 싶은 건 아닙니다만, 그래도 그게 기억나지 않는다는 건 너무...."라고 하자, 응우옌은 "기분 이해합니다만, 사실 저로서도 지난 4년 동안 그때의 일을 잊으려고 애써왔어요. 존슨 씨는 지금 이 일을 다시 수면 위로 꺼내려고 하시는 거잖아요. 하지만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아요. 저는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아직도 행방을 알 수 없는 새들이 많잖아요."
"네, 사람들이 제가 그 새 표본들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 압니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 같으세요?"
"제가 리스트와 가까운 사이였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자연스럽겠죠."
"맞아요. 사람들로서는 아주 논리적인 추론 아닙니까"
"네, 그렇죠."
"그런데 그게 사실이 아니면 그걸 어떻게 증명해야 할까요?"
"저는 증명 못 하죠."
"그럼 다른 질문을 해보죠. 남은 새들은 어디에 있을까요?"
"저는 모르죠."
"그게 어떻게 가능합니까? 어떻게 모르실 수가 있죠?"

이런 추궁에 응우옌은 자기는 표본들의 극히 일부만 팔아줬을 뿐이기 때문에 나머지 새들의 행방을 모른다고 자기를 탓할 수는 없다고 했고, 답을 얻는 데 실패한 존슨은 빈손으로 응우옌의 아파트를 나왔다. 응우옌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화가 치밀었다. 그는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응우옌이 나중에 다시 만나줄 것 같지도 않았다.

존슨은 호텔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오슬로에 있는 뭉크 미술관 (이미지 출처: The Economist)

다음 날 아침, 의외의 일이 일어났다. 응우옌이 그의 호텔로 찾아와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요즘 희귀 새의 깃털로 플라이 미끼 만드는 일을 그만할까 생각 중이라고 했다. 그런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은 이유는 그의 몇 안 되는 친구들이 그 동호회 사람들이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응우옌을 좋아하는 유일한 이유는 그가 플라이 미끼를 잘 만들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렇게 다시 시작된 두 사람의 대화는 이틀 동안 이어졌다. 얘기만 한 게 아니라 함께 오슬로 시내를 걸으며 관광객들이 가는 유명한 곳들을 구경했다. 그들은 뭉크 미술관 앞 계단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뭉크의 대표작 '절규'는 1994년에 도난당했던 적이 있다. 도둑들은 이 미술관의 창문을 깨고 들어와 그림을 훔쳐 갔다. 그런 역사에 생각이 미치자, 존슨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강하게 추궁하기로 했다. 이제는 밑져야 본전이었기 때문이다.

"제가 두 사람에게서 들은 바에 따르면, 응우옌 씨가 작년에 인디언 까마귀가 너무 많은데, 그걸 어떻게 처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던데요. 응우옌 씨에게는 쓸모가 없다고 했다고요."
"사람들이 하는 말을 믿고 싶으시면..."
"그런데 사실인가요?"
"네."
"인디언 까마귀를 많이 갖고 계신다는 거죠?"
"아뇨, 그게 그러니까... 제가 팔기로 한 것 중에 못 팔고 남은 게 있어요."

드디어 응우옌의 입을 여는 데 성공했다.

(이미지 출처: Smithsonian Magazine)

응우옌이 털어놓은 바에 따르면, 그는 리스트가 체포된 후에도 깃털을 보관하고 있었다. 스킨은 반환했지만 깃털은 보내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도대체 얼마나 갖고 있다는 얘길까? 존슨은 계속 추궁했고, 응우옌은 점점 울상이 되어갔다. 리스트에게서 전달받은 것 중 600~800개 정도의 깃털을 보관하고 있었단다.

"800개면 아주 많은 거잖아요."
"그렇죠."

하지만 나중에 그중 절반 정도를 팔았기 때문에 지금은 그렇게 많지는 않고, 판 것도 리스트가 체포되기 전의 일이고, 그 이후에는 팔지 못하고 자기가 플라이 미끼를 만드는 데 사용해 왔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은 100개 정도의 깃털이 남았단다. 응우옌은 또한 리스트가 자기에게 보낸 새의 숫자도 처음에 말했던 것과 달리 10~20마리 정도로 많았다는 말도 했다. (이 부분은 나중에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했다.)

어쨌거나 존슨은 이제 이 사건을 종결할 수 있을 만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는 경찰도, 박물관 담당자도 아니었지만 수년 동안 사라진 새와 깃털을 추적해 왔기 때문에 그에게는 꼭 필요한 답이었다. 그리고 그런 마무리를 위해 응우옌이 보관 중이던, 그리고 존슨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깃털을 보여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 부탁에 응우옌은 그러겠다고 대답하면서 울기 시작했다. 그는 자기는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가족들도 모른다고 했다. 세상 누구에게도 사실을 털어놓지 않았단다. 존슨은 그런 응우옌에게서 리스트에게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모습을 발견했다. 리스트는 긴 인터뷰를 하는 동안 한 번도 눈물은커녕 후회하는 기색도 보이지 않았는데, 그를 도운 응우옌에게서 비로소 처음으로 참회의 표정을 본 거다.

존슨과 응우옌은 기차를 타고 다시 응우옌의 아파트로 갔고, 응우옌은 우표 수집가들이 이용하는 것 같은 앨범 비슷한 바인더를 꺼냈다. 그리고 함께 근처 맥주집으로 가서 바인더를 열었다. 존슨은 플라이 낚시 중에 깃털 도둑 이야기를 처음 들은 지 4년 만에 비로소 실종되었던 깃털을 직접 보게 된 것이다. 트링 박물관 밖에서는 아무도 본 적이 없던 깃털이다. 존슨은 그 바인더에서 알프레드 월리스의 존재를 느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이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All living things were not made for man)"라고 했던 월리스는 자기가 수집한 새의 깃털을 훗날 두 남자가 오슬로 근교의 맥주집에서 들여다보고 있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을 거다.

알프레드 월리스 (이미지 출처: Nature)

응우옌은 바인더에 가득한 깃털 중에서 어느 것이 트링에서 온 거고, 어느 것이 아닌지 일일이 짚어가며 설명했다.

커크 존슨은 자기가 보고 있는 깃털들이 볼품없고 처량하게 느껴졌다. 사라진 새들을 찾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월리스가 정성껏 붙인 태그도 사라졌고, 그저 뽑아낸 깃털들만 남아 있었다. 이 깃털들은 어디에 다시 꽂을 수도 없다. 150년 전에 수집한 새들은 사라졌기 때문이다. 되찾았다 한들 이걸로 뭘 하겠는가. 존슨은 지난 몇 년 동안 꿈꾸던 순간을 맞이했지만, 자랑스럽기는커녕 부끄러움이 찾아들었다. 이건 승리가 아니다.

응우옌이 보관하고 있던 나머지 깃털을 트링의 박물관에 반환하는 게 맞다는 게 존슨의 의견이었다. 그게 옳은 일이었고, 응우옌이 이 모든 일을 잊고 새 출발을 하는 데도 그게 도움이 될 것이었다. 응우옌도 그의 생각에 동의했고, 몇 달이 걸리긴 했지만 결국 박물관으로 보냈다. 발신인의 주소는 적지 않았다.

그 후 존슨은 트링에서 온 게 분명한 새 두 마리가 온라인에서 거래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걸 구매한 사람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살고 있었고, 도난당한 새인 걸 안 후에도 반환을 거부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도 한 구매자가 트링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깃털을 구매했지만, 이미 다른 곳에 팔았다고 주장했다. 응우옌이 10마리를 팔았다고 하면 이제 실종된 새는 32마리로 줄어든다. 하지만 그 새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찾는 것은 이제 불가능할 뿐 아니라, 박물관에서 도난당한 새로 미끼를 만드는 데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세상에 리스트 외에도 많이 있다.

박물관으로 깃털을 돌려보낸다고 해도 별 소용이 있는 건 아니다. 이제 과학적인 가치를 상실한 새의 잔해일 뿐이다. 언젠가, 누군가 학술적 가치에 사용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깃털을 돌려보내는 것은 도덕적 승리(moral victory)에 불과하다. 그게 존슨이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박물관에 쓸모가 없는 물건이 되었다고 해도 그 깃털은 플라이 미끼 동호인들의 것은 아니다. 존슨은 그렇게 훔친 깃털을 구매한 사람들이 박물관에 반환하고 떳떳해지기를 바란다. 물론 존슨이 요구한다고 그렇게 할 사람들이 아니겠지만, 적어도 존슨이 보기에 반환은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다.

(이미지 출처: The Alfred Russel Wallace Website)

하지만 존슨은 이 문제를 더 이상 물고 늘어지지 않기로 했다. 월리스와 리스트에 이어서 자기도 새들에 집착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세대는 다르지만 이 세 사람 모두 같은 새들—종류만 같은 게 아니라, 물리적으로 같은 새들—에 매달려 살았다. 월리스는 지식을 추구했고, 리스트는 아름다운 색과 금전적 가치에 반했고, 존슨 자신은—남들에게는 우습게 들리겠지만—새들의 복수를 하고 싶었다.

그는 플라이 미끼 동호인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자신들이 받는 좋지 않은 시선에서 벗어나는 게 낫다고 믿는다. 부정직한 과거에 관한 기록을 포럼에 지운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으로 플라이 미끼 동호회 포럼에 "트링 박물관이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을 테니 도난 당한 새의 깃털이나 스킨을 가진 사람들은 익명으로라도 반납해주기를 바랍니다. 그걸 구매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아는 것보다 새를 돌려받는 게 박물관에는 훨씬 더 중요합니다"라는 내용을 포스팅을 하고 박물관 우편 주소를 남겨놨다.

하지만 포럼에 들어오는 동호인 40여 명이 존슨의 쓴 내용이 부적절하다며 운영자에게 항의했고, 그의 포스트는 지워졌다. 🦦


더 자세한 이야기는 한국에도 번역, 소개된 커크 존슨의 책 '깃털 도둑'에서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현재 다큐멘터리로 제작 중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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