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은 왜 모두 💩이 될까? ④ 곰인형 이론
• 댓글 남기기구매자 독점: 스포티파이
독점에는 두 가지가 있다. 가장 흔한 형태가 판매자가 하나인 공급독점, 즉 모노폴리(monopoly)라면, 드물게는 구매자가 하나인 수요독점, 즉 모놉소니(monopsony)라는 게 존재한다. 하나의 구매자가 모든 공급처에서 재화를 사들이는 이런 형태도 자유시장을 방해하는 독점.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기업이 세계 최대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Spotify)다.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시작된 스포티파이는 2000년대 후반,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미국의 3대 음반사인 유니버설, 소니, 워너와 계약을 체결한다. 그런데 음반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세 개의 음반사가 가진 음원의 상당수는 다른 음반사들을 인수하면서 확보하게 된 것들이다. 이런 종류의 합병은 레이건 대통령 이전에는 불가능했겠지만, 이 세 기업은 정치적 기류 변화의 틈을 타서 초거대 음반사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스포티파이는 이들에게 다가가 "저희가 어떻게 하면 여러분이 가진 음원을 저희 스트리밍 서비스에 올려놓을 수 있을까요?"하고 물었다. 이에 3대 음반사는 단순히 음원을 파는 게 아니라 스포티파이의 지분을 갖겠다고 했다. 그렇게 하면 음반사들과 스포티파이는 이해가 일치하게 된다. 만약 음반사가 음원의 사용권으로 돈을 번다면 그렇게 번 돈을 노동자, 즉 음악을 만든 가수, 작곡가 등과 나눠 가져야 하지만, 스포티파이의 소유주로 벌게 되는 돈이라면 가수와 나눠 가질 필요가 없다.
각 음원의 스트리밍 비용을 높게 책정할 경우, 스포티파이의 사업은 확장하기 힘들어지고 음반사가 가진 스포티파이 지분의 가치는 작아진다. 하지만 스트리밍 비용을 낮게 유지하면 더 많은 사용자들이 이 서비스에 가입하고, 스포티파이의 가치는 올라가고, 그 지분을 소유한 음반사의 가치도 올라간다. 물론 손해를 보는 건 그 음악을 만든 가수와 작곡가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계약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음반사들은 스포티파이와의 계약 조건에 다른 어떤 음반사도 자기네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스트리밍 사용료를 받을 수 없도록 못박았다. 그러니 이들의 계약으로 시장의 30%에 해당하는 소규모, 독립 음반사들이 스포티파이에 스트리밍을 제공할 때도 자동으로 음반 3사의 요금과 같은 수준으로 아주 낮은 요금이 책정된다. 작은 음반사들은 3대 음반사가 스포티파이의 지분 소유주로 받는 다양한 혜택에서 제외될 뿐 아니라, 스포티파이의 지분 참여도 불가능했다. 반면 3대 음반사는 스포티파이의 주식 상장 때 큰돈을 벌 수 있었다.
미국의 전통적인 반독점 규제의 틀에서는 공급자들이 하나의 업체에 다른 업체에는 주지 않는 특혜 조건을 적용하는 것을 막았지만, 음반사와 스포티파이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빠져나갔다.
그렇다면 음악을 비롯한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이렇게 자신들에게 불리한 대형 플랫폼을 피하려 하지 않을까? 이럴 때 플랫폼 기업들이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커다란 곰인형이다.
커다란 곰인형 이론
나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자랐다. 그곳에는 CNE(Canadian National Exhibition)이라는 카니발이 인기였다. 그곳에서는 아침 10시쯤 되면 방문객 중 누군가는 커다란 곰인형을 들고 다닌다. 이 곰인형은 상품으로, 공 세 개를 바구니 안에 모두 넣으면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해보면 공을 모두 넣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 그 사람들은 어떻게 저렇게 커다란 곰인형을 상품으로 받은 걸까?
왜냐하면 카니발을 운영하는 회사가 손님을 골라서 쉬운 조건으로 곰인형을 받게 해주기 때문이다. 예쁘고 잘생긴 손님 하나가 오전 일찍 와서 바구니에 공을 하나만 넣으면 열쇠고리를 주면서 "하나를 더 넣으면 열쇠고리를 하나 더 주겠다"라며, "만약 원한다면 열쇠고리 두 개와 커다란 곰인형을 바꿀 수 있다"라고 제안한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도 그러는 건 아니고, 한 사람을 골라 그렇게 한다.
그렇게 남들보다 쉽게 곰인형을 받은 손님은 그걸 들고 카니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게 되고, 그가 들고 다니는 커다란 곰인형을 본 다른 사람들은 '어? 저 사람이 받았으면 나도 할 수 있을 거 같은데?'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사람들은 공 던지기에 몰려가 5달러를 내고 시도한다. 하지만 세 개를 모두 넣는 건 불가능에 가깝고, 이들에게는 (하나를 성공시켰다고) 열쇠고리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카니발 회사는 곰인형을 받은 사람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누구나 그걸 받을 수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는 홍보를 하도록 게임을 조작한 거다.
조 로건(Joe Rogan, 인기 팟캐스터)은 2020년, 스포티파이와 1억 달러, 약 1,320억 원의 전속 팟캐스트 계약을 체결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틱톡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도 큰 수익을 올리는 사례가 심심찮게 들린다. 아마존의 e북 리더인 킨들 역시 초창기에는 많은 독립 작가를 발굴해서 엄청난 수익을 안겨줬고, 서브스택(Substack)도 초기에는 작가들과 계약해서 한 달 수익 개런티를 제공했다.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서브스택이 저널리즘의 미래라고 했다.
그런데 이런 플랫폼들이 크리에이터들에게 안겨준 건 이런 커다란 곰인형이었다. 우버도 다르지 않아서 많은 우버 기사가 소셜미디어에 자기가 한 달에 번 액수를 자랑하게 했다. 하지만 이건 앞의 글에서 설명한 것처럼 '고르는 유형'의 운전기사들을 '개미 유형'의 기사들로 전환하려는 작업이었다.
커다란 곰인형을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는 곳이 바로 틱톡이다. 틱톡 영상의 인기는 엄청나서, 심지어 틱톡을 비판하는 사람들조차 틱톡은 사용자들이 원하는 영상을 잘 골라낸다고 말한다. 틱톡의 사용자들은 영상을 검색하는 대신 그냥 틱톡이 추천하는 영상을 보고, 이 플랫폼에 영상을 업로드한 사람들은 자신의 영상이 바이럴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니 사람들은 틱톡이 고른 영상은 알고리듬에 의해 선택된, 많은 사람이 보고 싶어 하는 영상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가 포브스의 기자가 틱톡에 히팅(heating) 버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틱톡의 본사에서 누군가 특정 영상이 바이럴이 되게 하고 싶으면 조작을 통해 더 많은 사용자에게 보이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알고리듬이 그 영상을 원하지 않아도 인위적으로 개입해 퍼뜨릴 수 있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임시로 '잉여'를 특정 크리에이터에게 몰아주어 그들이 틱톡에 의존하게 만들 수 있다. 이건 우버가 '고르는 유형'의 운전 기사에게 하는 것과 동일한 방법임은 말할 것도 없다.
만약 틱톡이 스포츠 콘텐츠를 키우고 싶다면 그런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를 찾아 커다란 곰인형을 안겨주면 이들의 콘텐츠가 바이럴 되고, 만드는 비디오마다 1천만 뷰가 나오게 된다. 이 크리에이터가 원래 유튜브에도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었다고 하자. 틱톡이 가진 독특한 형식 때문에 유튜브와 틱톡에 올릴 영상은 따로 편집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런데 같은 콘텐츠인데도 틱톡에서 유튜브보다 10배 많은 트래픽을 끌어들인다면? 다른 플랫폼을 포기하고 틱톡에 전념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인기는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난 게 아니라 틱톡 내부의 결정이다. 따라서 틱톡이 원하면 언제든지 다시 뺏을 수 있다. 틱톡의 경영진이 어느 날 "스포츠 콘텐츠는 그만 띄우고 이제는 점성술 콘텐츠를 띄우자"고 결정하면 그만이다. 그러면 스포츠 콘텐츠가 바이럴되는 일이 끝나고 점성술 콘텐츠가 퍼지는 거다.
중요한 건 크리에이터들이 이런 플랫폼의 결정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자신이 잘해서 인기인 건지, 아니면 플랫폼의 전략적 선택으로 커다란 곰인형을 받았을 뿐인지 구분할 수 없다. 하지만 이걸 구분하는 게 크리에이터들에게 중요하다. 다음번 콘텐츠가 인기를 끌 것인지, 아닌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플랫폼의 알고리듬을 역공학(reverse engineering, 이미 만들어진 제품을 들여다보고 작동원리를 파악하는 과정)으로 확인하려 한다. 하지만 이런 시도를 할 경우 플랫폼은 크리에이터/사용자가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MCA)의 1201조를 위반했다고 소송을 걸 수 있다. 이 조항은 역공학을 광범위하게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컴퓨터 사기 및 남용 방지법, 상표권과 저작권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미국 의회는 주주들의 이익을 훼손하는 것을 금하는 법을 만들지 않았지만, 기업들은 가능한 모든 법을 동원해서 비즈니스 모델과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려 한다. A라는 사람이 아이폰용 앱을 만들었다고 하자. 사용자 B는 1,000달러를 지불하고 아이폰을 샀다. A는 앱을 만들었고, 그에 대한 저작권도 갖고 있지만 애플에 앱 매출의 30%를 주고 싶지 않다. 그런데 아이폰을 가진 B도 A의 생각에 동의한다고 해보자. 앱의 저작권을 가진 A가 애플의 앱스토어에서 판매하는 대신 B가 직접 아이폰에 그 앱을 설치할 수 있는 도구를 주고 앱을 사용하게 하면 어떨까? 1201조에 따르면 A는 중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최고 징역 5년, 벌금 50만 달러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엄격한 잣대를 다른 기업과 사용자들에게 적용하는 애플은 자기들이 금지하는 바로 그 행동을 직접 하면서 성장했다. 애플의 초기,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피스 제품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고, 애플의 맥 컴퓨터에서 제공하는 워드프로세서는 형편없었기 때문에 애플의 사용자들은 MS 오피스 제품을 사용하고 싶었다. 스티브 잡스는 엔지니어들에게 MS 오피스를 역공학으로 뜯어본 후에 경쟁 상품인 아이워크(iWork)를 만들게 했고, 이를 통해 맥에서도 MS 오피스의 파일을 읽고 쓸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애플이 그렇게 할 때는 "기술의 진보"이고, 우리 같은 사람들이 할 때는 절도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기업의 제품을 뜯어보고 성장해서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들이 이런 식으로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을 막는 거다.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소비자의 보이콧인 애드블록(AdBlock, 온라인 광고 차단)의 경우를 보자. 애드블록이 가능했던 이유는 웹(Web)이 오픈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만약 똑같은 프로그램을 앱(app)에 만들면 어떨까? 그러려면 일단 앱을 역공학으로 열어봐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건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MCA) 위반이다.
앱에 뜨는 광고가 웹에 뜨는 것보다 더 지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앱에서 보는 광고는 보이는 것만 거슬리는 게 아니라, 사용자의 정보 수집과 활용에도 더 적극적이다. 앱이 무슬림 사원을 방문하거나 임신 중지 수술을 받은 사람들을 추적했다는 끔찍한 사례들이 나오는 이유는 기업의 트위들링을 막을 힘이 사용자에게 없으면 기업들은 아무런 제한 없이 사용자들을 상대로 트위들링을 휘두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독점 규제의 가능성
미국의 연방거래위원회(FTC)는 페이스북을 조사 중이고, 법무부는 구글이 트위들링을 사용한 혐의로 반독점법 위반을 조사 중이다. 그렇다면 이들에 대한 규제는 성공할 수 있을까?
독점을 막기에 가장 좋은 시점은 40년 전이고, 그 다음으로 좋은 시점은 지금이다. 사람들은 (디지털) 테크놀로지에서는 승자독식이 불가피하다는, 테크 예외주의(tech exceptionalism)를 주장하기도 한다. 테크는 다르다는 거다. 하지만 그게 과연 맞는 얘기일까? 오컴의 면도날(Occam's Razor)에 따라 가장 단순한 설명을 찾아 보자. 미국 정부가 반독점법을 사용했을 때는 독점이 없었는데, 그 법의 적용을 멈추자 독점이 크게 증가했다. 이게 맞을까, 아니면 디지털 테크놀로지라는 게 특별해서 독점이 늘어났다는 설명이 맞을까?
바이든 행정부에서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으로 임명한 리나 칸(Lina Khan)은 2017년, 예일 대학교 법과 대학원 3년 차에 'Amazon's Antitrust Paradox(아마존의 반독점 역설)'라는 논문을 발표해서 큰 관심을 받았다. 그의 논문은 앞의 글에서 언급한 로버트 보크(Robert Bork)의 주장을 정면으로, 통렬하게 반박한 것이다. 그리고 몇 년 후에 그는 FTC 위원장으로 임명되었다.
리나 칸은 연방거래위원회법의 5조가 지난 40년 동안 사용되지 않았음을 발견했다. 그는 이 조항이 기만적이고 불공정한 기업 행위들을 막을 수 있는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고 보았고, 이를 기반으로 현재 경쟁금지조항(non-compete clause, '경업금지,' '경쟁사 이직금지' 등으로도 번역된다–옮긴이)의 사용을 금지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리나 칸은 능력이 뛰어난 테크노크라트(technocrat)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람이다. 어떤 레버를 당겨야 하는지 안다면 그 레버를 당기는 것을 겁내지 않는다. 그러면 놀라운 일을 해낼 수 있다.
현재 지금 반독점 규제는 힘을 받고 있다. 리나 칸만이 아니라, 레베카 슬로터(Rebecca Slaughter)가 FTC 위원이 되었고, 독점 규제를 외쳐온 조너선 캔터(Jonathan Kanter)가 법무부의 반독점국장으로 임명되었고, 독점 규제 방법을 만들어 온 팀 우(Tim Wu)가 백악관에서 일하고 있다. 백악관은 모든 부처가 미국 경제 전반에 걸쳐 독점을 규제하는 작업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플랫폼은 왜 모두 💩이 될까? ⑤ 존 디어'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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