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요약해 보자. 페이스북과 아마존, 틱톡, 트위터 같은 플랫폼들은 점점 더 많은 돈을 벌지만 사용자들의 경험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기업들은 처음에는 손해를 감수하면서 소비자들을 모으고, 다음 단계에서는 대형 공급업체들을 이롭게 하면서 작은 기업들을 없애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플랫폼에 투자한 주주들 외에는 모든 사람이 실망하게 되지만 이미 플랫폼에 묶여버렸기 때문에 아무도 떠날 수 없게 된다. 우리는 이런 일이 왜 일어나는지, 그리고 이게 과연 테크 기업이 과거의 다른 독점기업들과 다른 것인지도 살펴봤다.

자, 그럼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상식적인 규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문제는 플랫폼을 만들고 운영하는 테크 기업들의 저항이다. 기업들의 저항이 효과적인 이유는 이들이 단순히 돈만 많은 게 아니라 단결해 있기 때문이다. 20년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중소규모의 플랫폼 150개 정도가 서로를 미워하며 큰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의원들은 이들 테크 기업에게서 서로 상충하는 메시지를 받곤 했다. 하지만 플랫폼 기업들이 약 5개 정도의 대기업으로 합병되면서 이들은 통일된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테크 기업들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결과, 그들에게만 유리하고 나머지 모두에게 좋지 않은 법을 갖게 된 것이다.

의회가 인터넷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의원들이 나이가 많고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익숙하지 않아 (이메일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원의원들도 있다) 플랫폼을 효과적으로 규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의회 청문회에 출두한 저커버그는 나이든 상원의원에게서 "페이스북은 어떻게 돈을 버느냐"는 단순한 질문을 받기도 했다. (이미지 출처: Brandastic)

하지만 좋은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 테크놀로지에 정통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연방 의회에 미생물학자는 한 명도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인들이 수돗물을 마시고 죽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의원이 테크를 몰라도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상식적 규제를 입법할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청문회를 열어서 진실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이다. 다양한 기업과 이해당사자들이 청문회에 나와서 격론을 벌이며 자기의 주장을 펼치고, 업계의 로비스트에 휘둘리지 않는 규제 전문가들이 기업의 주장을 평가하면 좋은 법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고, 플랫폼을 규제하지 못하는 쓸모없는 법만 존재한다.

1990년대 이후로 잊을 만하면 의회에 등장하는 주장이 "암호화 기술을 만들어서 범죄조직이나 외국의 간첩으로부터 정보를 보호하게 하자"는 거다. 하지만 암호화를 하되 미국의 경찰이 필요하면 열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빌 클린턴 때 등장한 '클리퍼칩(Clipper Chip)'이라는 게 대표적인 예다. 음성과 텍스트를 암호화할 수 있는데, 경찰이 필요하면 들여다볼 수 있는 백도어(back door)를 마련했다고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암호화는 없다. 경찰이 열 수 있다면 범죄자도 열 수 있다. 현재 영국에서는 메시징 앱과 관련해서 그런 기술을 개발하자는 법안이 계류 중이다.

의원들은 테크 전문가들이 노력만 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당신들은 천재 아니냐는 거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들도 할 수 없는 게 있다. 따라서 어떤 것은 불가능하다고 의원들에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들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들 중에는 불가능한 게 아니라 하기 싫은 것들도 포함되어 있다. 검색 엔진을 운영하는 기업에 "사용자를 감시하지 않는 검색 엔진을 만들 수 없느냐"라고 물으면 그들은 "그것 습기가 없는 물을 만들어 달라는 것과 같다"고 답한다.

개인 정보의 수집

플랫폼을 설계한 기업들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가져다 사용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유지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지만, 왜 그런 건지를 설명하는 곳은 거의 없다. 플랫폼 기업은 대개 광고로 돈을 벌고, 그들의 게재하는 광고는 사용자들의 '행동(behavior)'을 기반으로 한다. 이를 온라인 맞춤형 광고 (online behavioral ads)라 부른다. 하지만 20년 전만해도 광고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았다.

맞춤형 광고가 작동하는 방식을 설명하면 이렇다. 사용자가 특정 웹페이지를 방문했다고 하자. 그 웹페이지를 만든 퍼블리셔는 광고 기술의 감시 시스템을 통해 그 사용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여기에는 그 사용자가 다른 곳에서 산 물건이 무엇인지, 어디에 갔었는지, 어떤 친구들이 있는지, 나이와 성별 등의 정보, 심지어 주소까지 다양한 것들이 포함된다. 만약 그 사용자 A가 뉴욕에 살고 있는 아무개이고, 지난주에 가정용 에어컨을 사는 걸 고려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 웹사이트는 이 정보를 광고 플랫폼에 보내고, 광고 플랫폼은 광고주들에게 A의 정보를 살 의사가 있는지 묻는다.

온라인 광고의 경매 과정을 보여주는 구글의 설명 

이 모든 게 순식간에 자동으로 일어나는 경매다. 하지만 아주 눈 깜짝 할 사이에 일어나는 건 아니라서, 사용자는 가끔 웹페이지가 느리게 뜨는 걸 보게 된다. 그런 감시와 개인 정보 전달, 경매가 일어나기 때문에 느려지는 것이다. 수십 개의 광고가 동시에 경매된다. 인터넷 속도는 자꾸 빨라지는데 웹페이지 로딩은 느려지는 이유다. 광고 회사가 경매에서 사용자의 행동 정보를 따내는 데 실패해도 사용자에 대해 많은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사용자의 행동에 기반한 맞춤형 광고와 달리, 맥락 광고(context ads)는 관련성이 있고 분명히 드러나는 정보에 기반한다. 가령 사용자 A가 아이폰에서 아웃도어와 관련한 기사를 읽고 있다고 하자. 광고 기업은 A의 IP 주소를 확인해서 그가 뉴욕에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그런데 A가 사용하는 기기가 1,000달러가 넘는 최신 아이폰 기종이니 대략의 경제적 여력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럼 '뉴욕에 살면서 아이폰으로 아웃도어와 관련한 기사를 읽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에게 광고할 의향이 있는' 광고주를 찾는다. 똑같은 경매가 일어나고, A는 기사 중간에 광고를 보게 된다.

하지만 이런 맥락 광고는 사용자 A의 행동에 기반한 게 아니라 A가 읽고 있는 기사에 기반한다. 광고주는 웹페이지의 퍼블리셔가 알고 있는 정보를 받게 되지만, A의 구글 검색 기록이나, 건강 관련한 내용, 이메일 주소에 든 지인들에 대한 정보는 알 수 없다. 미국 의회가 포괄적인 개인 정보 보호법을 통과시킨다면, 플랫폼 기업들은 앞으로는 맥락 광고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게 전부가 아니다. 미국 의회는 어린아이들의 개인 정보를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령 온라인 아동 정보 보호법(Children’s Online Privacy Protection Act)은 13세 이하의 아이들에 대한 정보 수집을 금하고 있다. 지난 3월 하원 청문회에 출석한 틱톡의 CEO 서우저우즈는 틱톡이 사용자의 나이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틱톡은 사용자에게 나이를 물을 뿐 아니라, 사용자가 공개한 자신의 영상과 프로필을 통해 연령을 파악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했다고 했다.

청문회에서 답변하는 틱톡의 CEO

이 설명을 들은 의원들은 틱톡이 어린 사용자를 감시한다고 분노했다. 하지만 플랫폼 기업이 13세 이하 아동의 정보를 수집하지 않기 위해서는 13세 이하의 아동이 나이를 속이고 가입하지는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그걸 확인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사진과 영상을 분석하는 작업을 하는 걸 두고 의원들에게 혼나는 상황이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주 쉬운 방법이 있다. 사용자가 13세 이하일 수 있다면 아예 모든 사용자를 감시하지 않는 쪽을 택하면 된다.

광고와 독점

의원 중에는 전통적인 반독점법을 사용해서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려는 사람들도 많다. 공화당 상원의원 마이크 리(Mike Lee, 유타주)가 발의한 법안은 테드 크루즈(Ted Cruz, 텍사스주) 같은 보수 공화당 의원이나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매사추세츠주) 같은 진보적인 민주당 의원의 지지를 모두 받고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온라인 광고 테크 기업은 1) 사람들이 광고를 사고팔 수 있는 온라인 장터를 운영하거나 2) 광고 장터에서 퍼블리셔를 대표하는 기업이 되거나 3) 광고주를 대표하는 기업이 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구글이나 메타의 경우 온라인 광고 장터를 소유해서 운영하는 동시에 광고 공간을 사는 광고주, 광고 공간을 파는 퍼블리셔를 모두 대표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이 과정이 아주 깨끗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퍼블리셔에게 돌아가는 돈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광고주가 부담하는 비용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플랫폼이 가져가는 마진율은 점점 커지고 있다. 따라서 플랫폼을 소유하거나, 아니면 플랫폼을 사용하라는 거다.

상호운용성

우리는 신발을 사면, 그 신발에는 특정한 양말만 신어야 한다는 제한을 받지 않는다. 자동차를 사면 그 안에 달린 담배 라이터 전원에 어떤 회사의 제품도 꽂을 수 있다. 따라서 이론상으로 우리가 산 아이폰에는 우리가 원하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수 있는 게 맞다. 사실 자동차에 달린 담배 라이터 전원보다 아이폰에서 그렇게 하는 게 더 쉬워야 하는 게 정상이다.

컴퓨터 과학에 존재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칙에 튜링 완전성(Turing Completeness)이라는 게 있다. 컴퓨터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인 앨런 튜링(Alan Turing)의 이름을 딴 것으로, 이 개념에 따르면 우리는 아이폰에 (iOS가 아닌) 다른 운영체제나 (애플의 앱스토어가 아닌) 다른 앱스토어를 설치하게 해주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적어도 이론적으로는–가능하다. 그런데 현실에서 우리가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기술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그렇게 할 경우 애플이 소송으로 그런 시도를 막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애플은 갖은 이유를 다 동원할 것이다. 흔히 사용하는 '지식재산권' 논리는 자신의 경쟁기업, 비평가, 혹은 고객을 통제하는 데 사용된다.

빅테크 기업들만 그렇게 하는 것도 아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농기계 생산업체인 존 디어(John Deere)의 제품은 존 디어만이 수리할 수 있다. 이를 "VIN Locking"(차량 등록 번호 잠금)이라 부른다. 요즘은 컴퓨터 칩의 가격이 싸졌기 때문에 제조업체는 모든 부품에 마이크로칩을 넣을 수 있다. 그런데 만약 농부가 다른 곳에서 부품을 구해와서 자기가 가진 트랙터에 직접 설치하려 하면 트랙터에 있는 중앙 컴퓨터가 부품을 확인하고 승인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차량 등록 번호가 일치하지 않는 부품은 설치가 불가능하고, 제조사인 존 디어에서 잠금 해제 코드를 받아야만 한다.

트랙터를 소유한 농부들이 직접 수리하지 못하게 하는 존 디어의 관행을 다룬 기사

농부 입장에서는 황당한 일이다. 수십만 달러의 비싼 기계를 구입해 사용하다가 고장이 났는데 직접 고칠 수 있는 단순한 고장임에도 존 디어 대리점 직원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그렇게 한 번 출장 올 때마다 수백 달러를 지불해야 하는데, 그런 사람이 농장을 방문해서 하는 일이라는 게 잠금 해제 코드를 눌러주는 것뿐이다.

존 디어의 경우, 이런 기업 관행에 맞선 농부들이 소송에 승리, 수리할 권리(right to repair)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 회사는 농부들에게 자기의 입으로 회사 소속 직원이 하던 작업을 우회하는 게 소비자의 권리라고 말해주지 않는다. 그들은 여전히 (농기계의 소유자인 농부들에게) 수리를 할 수 있게 '허용해 주는' 것일 뿐, 언제든지 불허할 수 있다는 태도다.


마지막 편 '플랫폼은 왜 모두 💩이 될까? ⑥ 큰 희망'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