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가 현실이 되었다. 미국 시간으로 지난 월요일, 머스크가 465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57조 원에 트위터를 인수하는 데 트위터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동의하면서 트위터와 머스크 사이의 드라마는 일단락 되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고, 앞으로 소셜미디어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 건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소셜미디어에서 가장 강한 영향력을 가진 세계 최대의 갑부가 그 미디어를 사서 비상장사(private company)로 만들겠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뉴스인데, 바로 그 미디어가 도널드 트럼프를 당선시킨 트위터라면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이유로 딜이 성사된 직후 거의 모든 매체에서 이번 인수에 대한 분석과 앞으로의 예상을 내놓고 있다. 현재까지 나온 기사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정리를 해본다.


트위터는 왜 태도를 바꿨을까?

열흘 전까지만 해도 트위터의 경영진은 일론 머스크의 적대적 인수 시도를 막기로 결정했고,  '독약 처방(poison pill)'을 해서 기존 주주들에게 신주를 저가에 매입하게 했다. (지난주까지의 상황은 이 기사에 잘 요약되어 있다.) 그런데 며칠 만에 태도를 바꿔 인수에 동의하게 된 거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월스트리트저널의 설명에 따르면 이렇다. 애초에 머스크가 주당 54.20달러를 제시했을 때만 해도 트위터 이사회는 이를 적당한 제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뒷자리에 등장하는 '420'이 마리화나 농담이 섞인 제안이라는 얘기도 많았고 (머스크는 테슬라를 상장 폐지하겠다는 말을 하면서 이 숫자를 사용한 전력이 있다) 작년에는 80달러 근처까지 오르기도 했던 트위터의 주식 가치에 적절한 액수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머스크가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그만큼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트위터는 머스크가 제시한 액수가 현재 트위터의 수익 구조로 봤을 때 적은 액수가 아니며, 당장 앞으로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이야기를 은행들에게서 듣고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머스크가 은행들을 통해 465억 달러라는 현금을 마련했다고 발표하자 이사회는 머스크와 담판을 짓기로 했다고 한다.

인수협상 타결이 발표된 날 마침 트위터 본사 앞을 지나게 되었다. 소수의 기자들이 출입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 많은 돈은 어디에서 났을까?

일론 머스크는 인수 비용 465억 달러를 어떻게 마련했을까? 우선 자신이 가진 현금 210억 달러와 (역시 자신이 보유한) 테슬라 주식을 담보로 모건 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 도이체방크, 크레딧스위스 등 12개 은행에서 대출한 돈이 125억 달러다. 이는 전체 인수 비용의 72%를 차지한다. 나머지 130억 달러는 트위터의 자산을 담보로 7개의 은행이 대출을 해준 거다.

전문가들은 이게 좀 이상한 구조라고 지적한다. 왜냐하면, 이런 대형 인수를 할 때는 인수 대상이 되는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 인수비용의 대부분을 충당하고 일부 금액을 인수자/인수기업이 가져오는 게 일반적이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이나 자동차를 살 때 구입하는 집과 자동차가 담보가 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금액은 그 비중이 뒤바뀐 모양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은행들이 트위터의 자산과 수익구조를 봤을 때 인수금액의 70%에 해당하는 금액을 빌려줄 수 없다고 했다는 말이다. 그래서 머스크는 자신이 보유한 테슬라 주식을 담보로 많은 돈을 빌리게 된 거다.

여기에 이번 인수를 둘러싼 리스크가 있다. 은행들은 트위터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도 다른 자산을 담보로 잡고 대출을 해서 샀다면, 만약 트위터의 앞날이 불안해지고 가치가 떨어지면 머스크는 자신이 가진 테슬라 주식을 팔아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될 수 있다. 이번 딜이 확정되자마자 테슬라 주가가 12% 넘게 폭락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으로 트위터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 바로 이거다. NPR월스트리트저널, 그리고 뉴욕타임즈가 내놓은 전망, 혹은 머스크가 하려는/할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1. 발언의 자유와 콘텐츠 관리

일론 머스크는 그동안 스스로를 "발언의 자유 절대론자"라고 주장해왔고, 이번 인수에서 가장 중요한 목적도 돈이 아니라 발언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해왔다. 이번 인수 합의 발표를 하면서도 "발언의 자유는 민주주의가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이며 "트위터는 타운스퀘어(town square)"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사람들이 가장 주목하는 건 과연 그가 약속한 것처럼 (트위터가 그동안 도입해온) 각종 콘텐츠 관리 방침을 무효화하고 트위터를 정말로 아무 말이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만들 것인가이다.

머스크는 두 가지 실천사항을 이야기한다. 하나는 트위터가 문제가 된 트윗을 강제로 보이지 않게 처리하거나 문제 있는 사용자의 계정을 정지할 때 좀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제재 가능성을 완전히 철회하는 게 아니라 기준을 훨씬 덜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트윗이 빠르게 확산되게 하거나 확산을 인위적으로 막는 등의 알고리듬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것. 이 부분에 관해서는 제법 많은 동의를 얻고 있다. 사실 이 방법은 페이스북의 내부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겐이 알고리듬 거버넌스(algorithm governance)의 일환으로 제안한 해결책과 다르지 않다.

2. 알고리듬의 오픈 소스화

그리고 그 공개방법은 트위터의 알고리듬을 오픈 소스로 만드는 것이다. 머스크는 TED 인터뷰에서 트위터의 알고리듬을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코드를 저장, 공유하는 데 사용하는 깃허브(GitHub)에 올려놓는 방법을 이야기했다.

알고리듬의 오픈 소스화를 비롯해 그 내세운 일련의 주장, 계획은 아래 영상에서 들어볼 수 있다:

3. 스팸 봇과의 싸움

좀 더 구체적인 운영상의 문제로 들어가 머스크가 트위터를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해온 내용을 보면 "트위터에서 가장 많은 팔로워를 가진 10명(버락 오바마, 저스틴 비버, 케이티 페리 같은 셀렙들)은 거의 트윗을 하지 않는다고 하는 지적이 있다. 물론 머스크가 그들에게 강제로 트윗을 하게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그는 트위터에 스팸 봇(spam bot)들이 너무 많고 이를 잡아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트위터가 그동안 그 작업을 하지 않은 게 아니다. 일론 머스크도 그걸 알고 있고, 그래서 "싸우다 죽더라도 스팸 봇을 무찔러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노력은 최소한 지금보다는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4. 수정 버튼과 긴 트윗

머스크는 사용자가 쓸 수 있는 글의 길이를 늘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론 머스크의 착각'에서 소개한 이샨 웡의 긴 글 스레드(thread)에 대해서도 머스크는 웡의 의견 자체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의 긴 글을 "단편소설(novella)"이라 부르면서 긴 트윗 도입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짧은 글 밖에 쓸 수 없는 것은 트위터의 정체성이지만, 긴 글을 쓰려는 사용자들은 웡이 하는 것처럼 스레드를 통해 이를 우회하고 있기 때문에 긴 트윗 허용을 환영할 사람들은 많이 있다. 문제는 그렇게 할 경우 사용자들이 좋아하는 '촌철살인'의 문장이 사라지고 페이스북과의 차이점이 없어질 수 있다는 것. 따라서 내부적으로도 많은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

수정 버튼이 없는 것도 트위터의 특징인데, 이 때문에 오타를 내도 일단 바이럴이 된 트윗이라 고치지 못하는 일이 흔하고, 무엇보다 트윗에서 문제가 된 표현을 지우거나 바꾸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물론 이 단점은 오히려 '책임'과 '기록'이라는 장점으로도 작용하기 때문에 수정 버튼에 반대하는 사용자들도 많다. (트위터를 애용하는 집단이 저널리스트와 학자들이라는 점도 반대 의견이 높은 이유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적용하는 원칙처럼 댓글의 경우처럼 수정한 후에 수정된 기록을 남기는 방법으로 반대론을 잠재울 수 있다.

5. 광고와 수익 문제

광고에 의존(수익의 약 90%)하는 트위터의 수익구조에 대해서는 오래도록 많은 지적이 있었다. 트위터 경영진은 뒤늦게나마 트위터 블루(Twitter Blue) 기능을 도입해서 몇 가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대가로 한 달에 3달러를 받기 시작했지만, 충분하지도, 매력적이지도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머스크는 광고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고 한다. 가령 사용자에게 파란색 인증 배지를 돈을 주고 팔거나, 트위터 블루 기능을 더 싸게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이 돈을 내게 만드는 방법이다.

머스크는 장난처럼 시작된 도지코인(Dogecoin)을 사용한 지불도 가능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어디까지가 진담인지는 알 수 없다.

6. 상장 폐지

머스크는 인수를 위해 제출한 서류(regulatory filing)에서 트위터를 비상장사(private company)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트위터에 대대적인 변화를 도입하려면 (그의 표현을 빌자면 "트위터의 잠재력을 열기 위해서는") 많은 주주의 허락을 요구하지 않고 자신의 결단을 추진할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TED 인터뷰에 따르면 비상장으로 전환하더라도 가급적 많은 주주들을 유지하고 싶다고 했다.

7. 트럼프, 트럼프

그렇게 다른 주주들의 압력 없이 직접 결정을 할 수 있게 된다면 머스크는 트럼프를 다시 트위터 플랫폼으로 불러들일까? 트럼프는 일단 "트위터로 돌아가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의 생각이 변하지 않을 거라 믿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트럼프는 2024년에 다시 대선에 출마할 것을 공공연하게 이야기해왔고, 당장 올해는 바이든 임기의 절반을 평가하는 중간선거가 있다. 이번 선거는 바이든뿐 아니라 트럼프에게도 중요하다. 왜냐면 자신이 지지선언(endorse)한 후보들이 당선되어야 자신의 영향력이 다시 입증되고 이를 통해 당내 경쟁자, 반대세력을 제압할 수 있기 때문.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트럼프에게는 트위터 같은 거대한 스피커가 절실하다.

트위터에서 계정이 정지된 후로 트럼프는 자신만의 소셜네트워크인 트루스(Truth)를 만들고 홍보해왔다. 자신의 지지자들이 트위터에서 트루스로 옮겨올 것을 기대해던 것.  '네트워크 효과'라는 게 뭔지 아는 사람들은 이미 짐작했던 상황이지만 트루스의 사용자 모으기는 실망스러운 상황이고, 웃음거리로 전락 중이다. 게다가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가 확정되자마자 트루스의 주가는 다시 한번 크게 떨어졌다. 이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하나는 트위터의 콘텐츠 관리가 느슨해진다면 트럼프 지지자들이 굳이 별도의 소셜미디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트럼프가 다시 트위터로 합류할 것이라는 기대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트럼프가 머스크를 두고 "좋은 사람(a good man)"이라고 한 것도 그의 트위터 복귀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한다. 트럼프가 사업에 실패한 게 한두 번도 아니고, 그는 항상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는 쪽으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머스크만 허락한다면 트럼프는 머지않아 트위터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해도 큰 무리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