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아돌프 아이히만은 예루살렘에서 열린 1961년의 재판을 통해반 인류 범죄, 전쟁범죄 등의 혐의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이듬해 6월 1일에 교수형을 당했다. 따라서 아무도 그를 무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앞의 글 서두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한나 아렌트가 그의 범죄를 두고 '악의 평범성'이라고 설명한 것이 널리 알려지면서 그는 그저 '히틀러가 시키는 대로 행동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게 되었다.

아이히만을 그런 사람으로 생각한 것은 아렌트만이 아니었다.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취재를 위해 재판에 출석한 400여 명의 사람들이 대부분 같은 견해였다고 한다. 물론 악마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해서 수백만의 사람들을 가스실에 보낸 것이 무죄는 아니지만, 그는 재판을 통해 대학살을 주도한 악마에서 흔한 전쟁 범죄자이자, 그저 명령을 이행한 관료로 자신의 이미지를 세탁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악마의 자백: 사라졌던 아이히만 테이프' 공개된 아이히만의 육성 기록은 그가 단순히 명령을 따른 사람이 아닌 학살의 주도자였고, 유대인들을 죽여 없애야 한다고 철저하게 믿었던, 그리고 그들을 지구상에서 완전히 없애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던 악마였음을 의심의 여지 없이, 명백하게 보여준다. 이 다큐멘터리는 더 나아가 홀로코스트가 인류의 역사와 기억에 들어오게 된 것은 "자연스럽게" 일어난 일이 아니었고–심지어 이스라엘 정부나 모사드도 처음에는 아이히만의 체포에 큰 관심이 없었다–몇몇 사람들의 노력 때문에 가능했음을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