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를 내본 건 아니지만 테슬라의 CEO 일런 머스크가 하는 트윗 중 가장 수준 낮고 유치한 트윗은 주로 주말에 몰리는 듯하다. 지난 주말에도 그가 미국의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와 주고 받은 트윗이 화제가 되었다. 이번에는 무슨 말을 했을까? 우선 샌더스가 한 말은 이랬다. "우리는 갑부도 공정한 세금을 내도록 요구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We must demand that the extremely wealthy pay their fair share. Period)." 그런 샌더스의 트윗에 머스크는 아래와 같은 답글을 달았다.

"당신이 아직도 살아있다는 걸 내가 자꾸 까먹네."

중년 남성이 노인에게 '너 왜 아직도 살아서 주절거리냐'고 말하는 건 내가 몇 해 전 어느 주말 저녁 지하철 1호선에서 취객들이 싸울 때 들어본 게 마지막인데, 세계 최고의 부자가 자기 나라의 상원의원에게 같은 말을 했다는 건 참 씁쓸한 일이다. 그렇지만 머스크가 하는 험담의 소재는 나이에만이 아니다. 2주 전 주말에는 또 다른 상원의원인 론 와이든에게 "Why does ur pp look like u just came?"이라는 트윗을 했다.

가감없이 그대로 옮기면 "니 고추는 왜 방금 싼 것처럼 보이니?"라는 말이다. ('pp'는 profile picture의 준말로 보이지만 사람들은 peepee, 즉 성기를 가리키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머스크가 와이든 상원의원에게 초등학생 수준의 욕을 한 이유는 그가 샌더스를 공격한 이유와 다르지 않다. 와이든은 일런 머스크가 자신이 세금을 내기 위해 테슬라 주식의 10%를 팔아야 하느냐를 두고 트위터에서 투표를 한 것을 리트윗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사람이 세금을 내야 하느냐 마느냐가 트위터 투표로 결정되어서는 안된다. 이제 억만장자들도 소득세를 내야 한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샌더스는 머스크의 말을 리트윗하지 않았을뿐더러 아예 그의 이름을 언급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머스크가 개인적으로 공격받았다고 생각하며 발끈한 건 세상이 자기중심적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지 보여준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물론 머스크가 자신에 대한 비판에 근거 없는 저질스런 욕으로 반박하는 행동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이번에 한 트윗들은 문제가 되었어도 그대로 두는 걸 보면 앞으로 바뀌거나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바른 마음(The Righteous Mind)'의 저자 조너선 하이트는 최근 한 팟캐스트에 나와서 이런 말을 했다. "제가 예측을 하나 할게요. 우리가 훗날 2020년대를 돌아보면 2020년과 2021년이 그중 가장 고요하고, 예의 바르고, 제정신이었던 두 해로 기억하게 될 겁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거느린 머스크가 이런 행동을 하고 문제없이 넘어가기 때문에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그의 흉내를 내게 될 거라고 예측해도 과장이 아니다.

머스크는 왜 화를 낼까?

미국은 물론 한국에도 일런 머스크를 변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머스크에 대한 변호는 머스크 자신보다 머스크의 팬들이 더 적극적으로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이 흔히 "일런 머스크는 법을 어긴 게 아니다. 현재 미국의 세법대로 절세를 하는 것 뿐인데, 급진적인 일부 진보 정치인들이 선동질(demagoguery)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혀 근거없는 말은 아니다. 세금 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고, 따라서 누구나 최대한 적게 내려 애쓴다. 만약 현재의 세법에 문제가 있다면 그건 입법을 맡은 국회의원들이 고쳐야 할 일이다. 의원들이 새로운 법을 통과시키면 될 일이다. 정치인들은 할 일은 안 하면서 왜 열심히 일하면서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인들을 소셜미디어에서 조리돌림 하느냐는 주장에는 제법 일리가 있다.

와이든이나 샌더스, 아니 심지어 AOC라고 해도 정치인을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그들이 트위터를 통해 "부자도 세금을 내야 한다"고 말하는 건 그들의 직무의 일부다. 정치인들이 유권자들과의 아무런 공감대 형성 없이 자기들끼리 뒷방("smoke-filled back room")에 모여 법을 통과시키던 시절은 끝난지 오래다. 유권자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표자들에게 세법을 고치도록 요구해야 이런 주장을 하는 의원들이 입법을 위한 과반수를 끌어낼 수 있다. 따라서 샌더스나 와이든이 트위터에서 부자들도 세금을 내라고 하는 건 기업인이 트위터를 통해 종종 자기 기업의 주가를 조작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자신의 직무에 가깝다.

그렇다면 부자들은 어떻게 합법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을 수 있을까? 이에 관한 언론 기사와 학자들의 연구넘쳐나지만, 최근에 나온 가장 눈에 띄고 많이 인용되는 보도는 프로퍼블리카가 미국 억만장자들의 세금 납부 내역을 입수해 보도한 이 기사다. (참고로, 프로퍼블리카는 비영리 탐사보도 매체지만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으로 최고의 기자들을 데려오는 것으로 유명하다. 믿을 만한 영문 매체를 찾는 독자라면 프로퍼블리카는 놓치지 마시기 바란다). 프로퍼블리카의 기사는 단순히 억만장자들의 세금 납부 내역만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이들이 세금을 내지 않는 방법을 찾아내게 된 역사적인 배경을 설명해준다.

프로퍼블리카의 폭로 기사 'The Secret IRS Files'

소득세의 역사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사연을 생각하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겠지만 미국은 건국 초기부터 세금에 민감한 나라였다. 아예 미국 헌법 1조는 "직접세"를 금지하고 있고, 그런 이유로 미국 정부는 담배나 술, 수입된 물건 등에 매기는 세금, 즉 간접세를 받아 운영되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큰돈이 필요한 일이 생겼다. 바로 남북전쟁(Civil War, 1861-65)이었다. 연방정부는 전쟁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전국적인 소득세(national income tax)를 도입했다. 물론 내야 할 돈이 많은 갑부들은 소득세를 싫어했지만, 그들이 더 싫어한 것은 그 법이 소득세 내역을 공개하게 만든 것이었다. 사람들은 갑부가 도대체 얼마나 돈을 버는지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그런데 '황금광 시대(Gilded Age, 19세기 말~20세기 초)'에 이르자 미국에는 엄청난 갑부들이 탄생했고 빈부격차는 극심해졌다. 다양한 정부 기관들이 탄생하고 이들의 운영비가 필요했던 미국 정부는 부자들에게 불리한 정치적 환경이 조성되자 직접세를 금지한 미국의 헌법을 수정해버린다. 그렇게 탄생한 수정 헌법 16조(1913년 비준)는 정부가 "소득원에 상관없이" 국민들에게 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게 해줬다.

흥미로운 것은 소득세를 만들어낸 미 의회는 애초에 이를 부자들에 대한 과세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1918년에 소득세를 낸 사람들은 상위 15%뿐이었고, 정부의 소득세 수익의 80%가 상위 1%에게서 나왔다.

구멍의 탄생

하지만 소득세는 만들어진 직후부터 논란에 휩싸였는데, 그 핵심에는 '소득'을 어떻게 규정할 것이냐는 질문이 있었다. 1916년 머틀 메이콤버라는 여성은 스탠다드 오일의 주식을 갖고 있었고, 배당금을 받게 되었는데 새로 생긴 소득세법으로 인해 세금을 내게 되었다. 문제는 스탠다드 오일이 그 배당금을 현금으로 지급한 게 아니라 추가 주식의 형태로 주었다는 것. 즉, 재산은 늘었지만, 소득(income)은 생기지 않았다는 것이 이 여성의 주장이었다.

이 문제는 결국 대법원까지 올라갔고, 법원은 메이콤버의 손을 들어주었다. 주식과 채권, 건물은 팔아서 현금을 받게 될 때만 소득으로 인정한다는 것이었다. 대법원의 이런 판결은 당시에 이미 "소득세법에 큰 구멍을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소득세법의 구멍을 확실하게 이용한 사람들이 훗날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의 창업자들이다.

1990년대, 스티브 잡스가 자신이 쫓겨났던 애플로 복귀한 후 봉급을 1달러만 받겠다고 한 전설적인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거다. 그 이후로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나 구글의 래리 페이지 같은 창업자들도 비슷한 결정을 했고, 이는 자신이 세운 기업을 성공시키기 위한 각오, 혹은 희생으로 포장되었다. 하지만 이 결정의 뒤에는 봉급에서 떼어가는 소득세가 세율이 가장 높다는 사실이 숨어있다. 주식배당금이나 주식 판매금, 채권 등의 투자로 인해 얻은 소득은 '월급쟁이'가 내야 하는 세율보다 낮은 세율이 적용되었다.

'투자의 귀재,'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렌 버핏의 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는 주식배당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고,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테슬라 같은 테크기업들도 이를 따라 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라클도 1980, 90년대에 그렇게 했다. 많은 주식을 가진 창업자들은 배당금을 받지 않아 그로 인한 소득세를 피할 수 있었고, 연봉 역시 받지 않거나 적게 받아 소득세를 최소화했다.

아니, 테크 갑부 중에는 소득세를 피하기만 한 게 아니라 오히려 세금 정산을 통해 거꾸로 돈을 받아낸 제프 베이조스도 있다. 2011년 그의 재산은 180억 달러에 달했지만 투자한 곳에서 손실을 냈고, 결과적으로 소득이 너무 적었다는 이유로 교육비 세금 정산을 통해 국세청(IRS)을 통해 4천 달러를 받아낸 것이다.

Buy, Borrow, Die

봉급도 적게 받고, 치솟는 주식도 팔지 않아 세금을 적게 내는 건 이해하겠지만, 그들은 어떻게 먹고사느냐는 질문이 나올 거다. 갑부들이 굶을 리 없겠지만, 세금을 피하는 과정에서 현금 수익도 줄어든다면 그들은 어떻게 그토록 화려한 생활을 할 수 있을까?

미국 남가주 대학교(USC)에서 세법을 가르치는 에드워드 매캐프리(Edward McCaffery) 교수는 갑부들의 세금을 피하고도 돈을 펑펑 쓸 수 있는 방법을 세 단어로 간단하게 설명해서 유명해졌다. 바로 "사들이고, 대출받고, 죽으라(buy, borrow, die)"는 것이다. 아래의 짧은 영상이 이 방법을 아주 잘 설명해준다:

1단계: 자산을 매입하거나, 회사를 창업하거나, 큰 유산을 물려받아 부자가 된다. 하지만 주식 등의 자산은 팔지 말고 봉급은 최저 수준으로 유지해서 소득세를 피한다.

2단계: 자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린다. 천문학적인 부자들이니 확실한 담보로 큰돈을 빌리니 은행에서도 아주 낮은 이율로 대출해준다. 가령 1백억 원을 연리 3%로 빌릴 수 있다면 같은 액수의 돈을 봉급으로 받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유리하다. 그 정도 봉급이면 37%에 가까운 소득세를 내야 하지만 대출한 돈에는 세금이 붙지 않기 때문이다.

3단계: 죽기 직전에라도 주식을 팔면 세금을 내야 하지만 부자들은 복잡한 신탁제도와 기부단체 설립 등을 통해 상속세(유산세)를 최소화해서 자식에게 물려주고, 그렇게 물려받은 자식은 다시 1단계를 시작으로 이 사이클을 반복하게 된다.

그 결과 오늘날 미국 최대의 갑부 25명 중 4분의 1이 상속을 통해 갑부가 되었다. 하지만 4분의 3은 현재 2단계, 즉 대출을 받아 사는 단계에 있는 자수성가형 부자들이다. 이들이 부자가 되었을 때는 이미 부자들이 소득세를 내지 않고 빠져나갈 구멍이 존재했다.

그런데 요즘 소득세의 구멍을 닫자고 외치는 정치인들이 있다. 누굴까?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그리고 맨 위에서 언급한 (일런 머스크가 저질스런 욕을 한) 버니 샌더스와 론 와이든이다. 특히 와이든은 상원 재정위원회의 위원장으로 현금화되지 않은 자본소득에도 세금을 물리는 새로운 세법을 제안한 상태다.

그게 일런 머스크가 화를 내는 이유다.

엘리자베스 워런과 론 와이든 상원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