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어린–혹은 젊은–시절 컴퓨터 앞에 앉아서 처음 타자를 배우던 때를 기억할 거다. 대부분 처음에는 두 손가락만을 사용하는 "독수리 타법"(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 궁금하지만)으로 자판을 두드리다가 속도의 한계를 느껴서, 혹은 부모나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타자를 배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글자와 단어를 하나씩 없애면서 힘들게 배운 결과, 지금은 자판을 보지 않으면 자음이 왼쪽에 있는지, 오른쪽에 있는지도 잠깐 생각해야 할 만큼 손가락은 저절로 자판을 떠다니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을 컴퓨터에 찍어 넣는다.
한글 타자에 익숙해진 후에는 영문 타자를 배우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우리가 한글과 한글 자판에 고마움을 느끼는 때가 바로 영어로 자판을 두드릴 때다. 자음+모음, 혹은 자음+모음+자음으로 구성된 한글은 양손의 손가락을 규칙적으로 오가면서 경쾌한 리듬을 만들어내지만, 정작 타자기와 키보드를 탄생시킨 영어는 그렇지 않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면 자판을 영어로 바꿔서 아래 단어들을 쳐보면 된다:
• puppy, jump, kilo, hill, you, onion, opin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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