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는 다섯 개의 보로(borough, 자치구)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에서 맨해튼, 브루클린, 퀸즈, 브롱스는 유명하지만 마지막 스태튼 아일랜드 보로는 맨해튼 남부에 떨어져 있고, 관광객들은 물론 뉴욕시에 사는 사람들 사이에도 덜 알려진 지역이다. (그래서 "잊혀진 보로"라고 불리기도 했다).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많은 편이고, 그래서 트럼프 지지율도 뉴욕시의 다른 곳보다 월등히 높고, 아무래도 땅값도 저렴하다.

스태튼 아일랜드는 뉴욕시의 일부이지만 이런 입지 조건 탓에 아마존은 이곳에 초대형 물류창고(fulfillment center, 아마존에서는 그냥 FC라고 부른다)를 지었다. 미국 최대의 도시에 배송하는 아마존의 유일한 물류창고이기 때문에 스태튼 아일랜드의 FC는 특별한 중요성을 갖고 있다. 아마존에서는 이곳을 JFK8이라 부른다.

이 물류창고는 지난해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뉴욕시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주민들이 사실상 락다운에 들어갔고, 상점들이 문을 닫으면서 생필품을 아마존에서 주문했다. JFK8은 방대하다. 축구장 18개 크기의 물류기지다. 하지만 이렇게 큰 규모의 시설도 주문이 밀리자 과부하가 걸렸다. 아마존이 자랑하는 '이틀 배송'은 더 이상 불가능했고, 생필품에 배달의 우선순위를 부여하면서 다른 상품들은 한 달이 넘도록 배송이 안 되는 일이 흔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확진자들이 집중된 도시에 위치하다 보니 JFK8 물류창고에도 확진자들이 속출했다. (아마존은 숫자를 공표하지 않았지만 나중에 제출된 자료에 의하면 2020년 3월 부터 지난 3월까지 최소 7백 명의 확진자가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팬데믹의 시작부터 언론의 관심은 팬데믹이 아마존 성장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며, 전례없이 쏟아지는 주문을 이 기업이 과연 소화해낼 수 있을 것인가에 쏠렸다. 당연히 주가는 치솟았다.

직원 채용 머신, 아마존

쏟아지는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아마존은 작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적으로, 그러나 특히 미국에서 엄청난 숫자의 직원을 새로 뽑았다. 2020년 한 해 동안 채용한 직원만 무려 50만 명에 달한다. 현재 아마존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130만 명이니, 1년 만에 직원의 규모가 62% 증가한 셈이다. 원래 직원들의 숫자를 생각하면 그만큼의 인원을 단기간에 뽑으려면 채용을 위한 인터뷰조차 불가능할 텐데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아마존은 원래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주문이 몰리는 시기(아마존 물류 노동자들은 이를 단순히 "피크Peak"라고 부른다)가 되면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창고와 배송 직원을 더 뽑는다. 이들은 당연히 비숙련 노동자들이고, 약 2개월 동안 들어와 일하는 계절 취업자들이 문제없이 작업을 소화하려면 아마존 물류센터는 작업을 단순화, 표준화해두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아마존은 오래전에 FC를 계획할 때부터 이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아마존의 채용은 점점 기계화되었다. 따라서 창고에서 일할 물류직 노동자를 채용할 때는 이력서도, 경력도 요구하지 않았고, 온라인에서 필요한 사항들만 체크하면 아마존의 채용 알고리듬이 적격, 부적격을 판단하고 바로 채용을 결정한다. 아마존이 한 해에 50만 명의 채용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퇴사율 150%의 기업

게다가 아마존 물류직의 임금은 지역에 따라 달라도 시간당 최저 15달러를 보장한다. 현재 미국 연방정부가 강제하는 최저임금은 시간당 7.25 달러에 불과하다. 노동계와 일부 정치인들이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한 수준인 15달러로 올리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지만, 10달러 최저임금을 설정하는 것도 정치적으로 강한 반대에 부딪혀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아마존은 15달러를 보장할 뿐 아니라, 거기에 의료보험 등의 혜택까지 준다. 게다가 경력도 요구하지 않으니 최저임금으로 생활하는 많은 미국인에게 아마존 물류창고는 꿈의 직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취업한 사람들의 많은 수가 아마존의 물류창고에서 오래, 아니 1년도 버티지 못한다. 1년에 150%라는 물류직 퇴사율(turnover rate)이 그 현실을 보여준다. 이 숫자는 업계 평균의 2배에 가깝고, 일주일에 한 창고에서 3%의 직원들이 꾸준히 퇴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아마존이 물류직 채용을 쉽고 빠르게 만든 이유는 이러한 퇴사율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직원을 늘리려면 결국 훨씬 더 많은 사람을 채용하는 방법밖에 없다.

사람들은 왜 돈을 잘 주는 아마존 물류창고를 떠나는 걸까? 지난달 뉴욕타임즈는 8개월 동안의 심층취재를 통해 작성한 '고객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아마존의 이면(The Amazon Customers Don't See)'을 발행했다. 이 기사가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

이 기사에 따르면 아마존은 높은 퇴사율이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는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높은 퇴사율은 아마존이 그렇게 설계("by design")한 결과다. 그리고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로 이런 방침은 결국 창업자의 가치관, 경영관이 반영된 조직 문화의 산물이다. 창업자이자 최근까지 CEO를 역임한 제프 베이조스는 인간은 원래 게으른 존재라고 생각한다고 알려졌다.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가능한 한 최소의 에너지를 사용하려고 하기 때문에 조직(=아마존)은 이렇게 게으른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아마존의 한 전직 임원에 따르면 베이조스는 "불만에 찬 직원들이 회사 내에 많이 있는 것"을 위협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직원들이 퇴사하지 않고 버티고 있으면 아마존은 평범(mediocrity)한 회사로 전락할 것이기 때문에 직원들이 오래 머무르지 않도록 하는 정책을 유지한다고 한다. 따라서 노동자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기업문화라는 것은 (적어도 물류 노동자 레벨에서는) 존재하지 않고, 직원들은 숫자로 취급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제도적으로는 물류 노동자도 일선 관리자로 승진할 수 있게 되어 있지만, 경쟁률이 지나치게 높아서 사실상 불가능하고, 대신 관리자, 사무직 레벨에서는 좋은 대학교 출신의 뛰어난 인재들을 채용한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이는 아마존이 경쟁하는 월마트와 대비된다. 월마트의 경우 관리직의 75%가 매장의 시급 노동자 출신이라는 것. (특히 현 CEO인 더그 밀런 경우 십 대 시절 월마트 물류센터에서 물건을 하역하는 아르바이트를 한 것을 시작으로 월마트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유명하다). 더욱이 아마존의 JFK8에서 일하는 물류 노동자의 60%가 흑인이나 라틴계 노동자인 반면, 경영진의 70%는 백인과 아시아계로 구성되어 있어 인종 다양성마저 크게 떨어진다.

원형감옥(Panopticon)

뉴욕타임즈의 기사에 따르면 아마존 FC에서는 직원들이 업무에 얼마나 집중하는지를 끊임없이 감시한다. 화장실에 가는 시간, 휴식 시간 등 실제 작업을 하지 않는 시간을 T.O.T. (Time off task: 일을 하지 않는 시간)이라고 부르며 각 노동자가 근무시간 중에 일하지 않는 시간을 수치화해서 기록하는데, 일정 시간 이상 빈둥거리는 노동자가 있으면 관리자의 컴퓨터에 알람이 뜨고, 관리자는 그 직원을 찾아가 경고를 하게 된다. 하지만 직원감시와 인사관리를 연결한 이 시스템은 오류가 많다. 뉴욕타임즈 기사의 많은 부분이 이런 오류로 인해 억울한 처지에 놓이게 된 직원들의 증언이다. 알고리듬에 의해 부당한 해고를 당해도 자동화된 챗봇에게 상황을 이야기해야 하는 직원들은 최소한 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뉴욕타임즈가 입수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작업 시간이 적은 직원들을 모두 해고하는 대신 가장 심한 직원만을 T.O.T.를 들어 해고하게 되어 있고, 실제로 이런 이유로 해고되는 사람은 1% 미만이라고 한다. 하지만 직원들은 자신의 T.O.T.가 얼마나 되는지 바로바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데 이 제도의 무서움이 존재한다. 내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회사가 직원들의 T.O.T.를 항상 체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 시켜 긴장하게 만드는 게 목표라는 것이다. 세계적인 노조 연맹인 UNI(Union Network International) 글로벌은 최근 '아마존 파놉티콘'이라는 보고서를 발행했는데 (이 문서는 여기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이 보고서가 '원형감옥'을 의미하는 '파놉티콘(panopticon)'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파놉티콘(pan+opticon)은 그리스어에서 온 것으로 '모든 것을 볼 수 있음'을 의미하는데, 18세기의 영국 철학자 제레미 벤담이 설계한 이상적인 감옥이다. (제레미 벤담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주장한 그 철학자 맞다). 이 감옥은 원형의 건물에 여러 층의 감방이 바깥쪽을 빙 둘러 존재하고, 정 중앙에 높은 감시탑이 놓인다. 탑에 있는 간수는 제자리에 서서 빙 돌기만 해도 모든 죄수를 한 번에 살필 수 있다.
감시하는 인원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효율적인 감옥 설계이지만, 이 설계의 진정한 천재성은 감시를 당하는 죄수는 방 전체가 간수에게 드러난 반면, 간수의 모습은 죄수들에게 잘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있다. 간수가 어디를 보고 있는지 알기 힘든 개별 죄수들은 자신이 언제든지 감시를 당하고 있다고 가정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20세기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가 자신의 책 '감시와 처벌'(Surveiller et punir, 1975)에서 설명하면서 유명해진 이 감옥에서 죄수는 항상 감시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행동을 조심하는 '감시의 내재화'가 일어난다.

아마존은 이런 감시 시스템은 물류 창고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아마존의 배달 트럭에는 앞유리창에 카메라 시스템이 부착되는데, 차 앞과 양옆, 그리고 운전자를 향해 총 4개의 카메라가 항상 켜져 있다. 아마존 측은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직원의 행동을 감시하는 데 사용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아마존은 고도의 안면 인식 및 감시 기술을 가진 회사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마존 배달 트럭에 설치된 네 대의 카메라. 한 대는 운전석을 포함한 실내를 촬영한다.

아마존은 고객들이 좋아하는 기업이다. 미국인들이 군대 다음으로 신뢰하는 기관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었고, 베이조스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이 사실을 강조한다. 그 이유는 무조건 고객을 우선으로 하는 베이조스의 경영철학 때문이다. (배달이 늦어졌다는 이유로 4달러도 되지 않는 돈을 기업이 먼저 일일이 챙겨서 돌려준다). 따라서 내가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게 아니라면 아마존에서 벌어지는 일은 나와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기업 밖으로 향하는 감시기술

그런데 여기에서 기억해야 할 것은 아마존의 작동 방식이다. 아마존은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했지만, 온라인 매장이 돈을 벌기 시작한 것은 온라인 매장 운영방식을 습득한 후 매장을 다른(third party) 상인들에게 공개하면서부터 였다. 특히 자신들의 물류창고를 다른 상인들도 사용할 수 있게 해준 경험을 자신들의 서버에 고스란히 적용, AWS(아마존 웹서비스)를 탄생시킨 후 본격적인 흑자로 전환했다. 즉 아마존은 스스로의 필요를 위해 개발하거나 습득한 프로세스는 상품, 혹은 서비스로 바꿔 파는 기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존이 개발한 노동자 감시 시스템을 자신만 이용할 것이라고 보는 건 순진한 생각이다.

이미 아마존은 감시 기술을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감시 카메라에 적용했을 뿐 아니라, 감시 기술 자체를 미국 각 지자체와 경찰에 판매하고 있다. "머신러닝, 딥러닝 기술을 사용해서 사물와 사람, 텍스트와 풍경, 행동을 분석해내는" 레코그니션Rekognition이 그런 서비스다.

아마존의 상업용 감시 프로그램 레코그니션

정부와 기업에 이런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은 아마존만이 아니다. IBM과 마이크로소프트도 이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Edit: 이 기업들은 BLM 운동 이후로 이 기술을 경찰에 제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실상을 일반 시민과 유권자가 알고 있어야 하는 이유는 감시 기술의 발전이 너무나 빠르고, 그 적용이 너무나 조용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은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찾아서 개척하는 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업이지만, 공공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일반 시민들은 알기 힘들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아마존이 마스터한 기술은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의 삶에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인터넷 서비스 중 얼마나 많은 것들이 아마존 웹서비스를 이용하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1위에 대한 비판

베이조스는 아마존이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냈고, 아마존의 물류 노동자들이 동일 직종의 다른 기업 노동자들보다 돈을 더 많이 받는다는 이유로 비판의 화살을 피하려 하고, 실제로 많은 미국인이 아마존을 두둔한다. (그들 중 대부분은 아마존의 고객이고, 일부는 아마존의 주주다). 게다가 아마존 보다 더 나쁜 기업들이 얼마든지 많이 있기 때문에 굳이 아마존을 비난하는 게 형평성의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퍼스트 무버, 업계 1위에 대한 비판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기업들이 그 영역의 룰을 만들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쿠팡을 비롯한 많은 온라인 매장, 물류 기업들이 아마존의 사업모델을 꼼꼼히 분석하고, 배우고, 모방하고, 우버의 모델을 연구하고 베껴서 지역별로 차량 공유업체들이 등장한다. 그 '배움'에는 당연히 노동자들을 다루는 방법도 포함된다.

'꿈의 직장'이라는 구글이 일터를 직원들의 천국으로 만든 후에 전 세계 테크기업들이 그걸 따라 했던 것은 구글이 퍼스트 무버였기 때문이다. 그런 기업이 "테크 노동자들은 최고 수준의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하면 다른 기업들도 어설픈 흉내를 내서라도 따르지 않으면 안 되는 기준점이 되는 것이다. 미국의 기업들이 저임금 착취 노동을 하는 동남아 공장들로부터 납품을 받는 것이 문제가 된 1990년대 초, 미국의 노동운동가들은 모든 기업을 겨냥해서 싸우지 않았다. 그들은 나이키 하나를 겨냥해서 사과를 받아내고, 새로운 프로세스를 만들게 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프로세스는 모든 기업이 따라야 하는 기준이 되었다.

아마존이 지금 맞추고 있는 노동의 기준점은 그래서 중요하다. 모든 물류 기업들이 그것보다 조금 낮은 어디쯤을 겨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글이 아마존과 산업의 미래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나요? 흥미로운 글 몇 개만 더 소개하면요, '모양이 드러나는 고삐'는 미국 의회가 아마존의 독점을 깨기 위한 밑그림을, '페이스북 감독위원회, 작동하나?'는 빅테크가 정부와 여론의 칼날을 피하기 위해 동원한 방법을,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은 아마존이 어떤 식으로 독점기업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는지 사례를 통해 설명합니다.
여기에서 유료구독을 신청하시면 아주 간단한 절차를 통해 모든 글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책 한 권 가격에 3개월을 편하게 보실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