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폴리티코(Politico)에 "블레이크 매스터스는 어떻게 최초의 '베이스트' 상원의원이 될 것인가(Blake Masters Could Become the First ‘Based’ Senator)"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다. 그런데 작은 따옴표 속의 단어가 낯설다: Based. 사전적 의미로는 '~에 기반한' '근거를 둔' 정도의 의미인데 이런 정도의 의미로는 기사의 제목을 해석할 수 없다. 무슨 뜻일까? (참고로, 블레이크 매스터스는 트럼프를 열렬하게 지지하는 극우 공화당원이다.)

Blake Masters Could Become the First ‘Based’ Senator

Why the online far-right has adopted Blake Masters, the 36-year-old Arizona Senate candidate.

POLITICODerek Robertson

미국인들에게도 낯선 표현이기 때문에 폴리티코의 기사는 이 단어부터 정의하면서 시작한다. 기자가 이 단어를 제목에 넣은 이유는 매스터스 후보의 지지자들이 모인 디스코드(Discord) 대화방에서 "어떻게 한 사람이 이렇게 베이스트되어있을 수 있지? (How can one man be so based?)"라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그 말을 인용하면서 기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 단어를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Based? 어디에 기반했다는 얘기지?"라고 물을지 모른다. 이 단어는 원래 힙합 문화에서 온 은어(slang)이지만 최근 온라인에서 극우 성향의 사람들이 "진보를 밟아 이기는 모든 것들"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사용한다. 이들에게는 인종주의나 여성혐오, 정치적으로 옳바르지 않음을 숨기지 않을 수록 더욱 좋다."

여기까지 읽으면 대충 이해는 할 수 있겠지만 여전히 궁금증이 남는다. 이럴 때는 꽤 유용한 게 어번 딕셔너리(Urban Dictionary)다. 여기는 일반 영어 사전에 올라와 있지 않은 단어나, 사전에서 찾을 수 없는 의미로 사용되는 은어, 속어를 가장 많이 모은 곳이다. 사용자들이 직접 의미를 설명한다는 점에서 위키와 비슷하지만, 합의된 하나의 정의가 만들어지는 대신 여러 사람들이 남긴 정의와 용례를 모두 볼 수 있고 방문자들이 투표를 해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정의가 최상단에 올라간다는 점에서는 레딧과 비슷하다. 그곳에서는 based를 어떻게 정의했을까?

어떤 주장에 동의할 때 사용하는 표현. 혹은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구애받지 않고 용감하게 자신만의 생각을 말하는 것을 인정할 때 사용하는 말. 특히 온라인에서 정치적인 은어로 사용됨.

크린지(cringe, 한국에서 '민망해서 손발이 오그라든다'라는 표현과 비슷)의 반대말이고, 때로는 편견에 찬(biased)의 반대말.

폴리티코에서 내린 정의와 사뭇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면 맞다. 폴리티코의 정의는 언론에서, 혹은 극우의 시각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내리는 정의라면, 어번 딕셔너리의 정의는 (사용자들의 성향상) 우익에서 생각하는 based의 정의다. 즉, 언론에서는 이 단어를 인종주의, 여성혐오 등의 발언을 거침없이 하는 행동, 사람을 가리킨다고 보는 반면, 우익에서는 이를 "용기있는"의 의미로 사용한다는 거다.

그리고 흔히 누군가 그렇게 "용기있게" 말을 하면 짧게 "Based."라고 말해서 일종의 "리스펙"을 표한다. (물론 이 단어는 아이러니하게도 사용하지만 설명이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생략.)

그런데 반대말로 크린지(cringe)와 편견에 찬(biased)을 이야기하는 건 좀 흥미롭다. 우선 후자를 생각해보자.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에 반하는 견해를 편견이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으니 스스로를 based로 규정하는 사람들이라면, 자신들은 균형잡힌 시각이고 상대방은 편견이라고 생각할 것이고, 따라서 based와 biased를 대립관계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cringe는 왜 나온 걸까?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는 보수층이 사용하는 용법이기 때문에 정확한 근원을 알지는 못하지만 온라인 포럼 등에서 누군가 진보적인 의견을 개진할 경우 이를 조롱할 때 '손발이 오그라드네'라는 식으로 cringe가 사용되는 것을 종종 본다. 진보적인 견해에 이 표현을 사용하게 된 것은 가령 Black Lives Matter 처럼 진보적인 어젠다를 표현하는 문구를 활발하게 공유하는 행동을 유치하거나, 남들이 하는 걸 별 생각없이 따라한다고 조롱하는 것이 효과적인 공격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보수층에서 based를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구애받지 않는"이라고 정의하는 것은 말하자면 '부화뇌동(附和雷同, 소신없이 남이 하는대로 따라함)'의 반대라고 믿는 것이고, 이는 진보적인 어젠다를 말하는 사람들이야말로 부화뇌동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보수층은 스스로를 변하지 않는 가치에 기반해서 쉽게 움직이거나 유행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보기 때문에 based라는 표현을 좋아하는 것이고, 이들의 눈에 진보는 편견을 가지고 있고, 남들이 외치는 구호를 멋모르고 따라 외쳐서 "손발이 오그라들게 만드는" 사람들인 셈이다.

하지만 based가 그렇게 긍정적인 의미를 유지할 수 있을까? Based의 반대말로 여겨지는 또 다른 유행어, woke(한국에서는 "우오크"라고 소개되기도 했다)를 보는 시선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Woke는 우리말로 "깨어있는"으로 번역하면 가장 적절하다. Wake의 과거분사형은 waken이지만 미국의 흑인 영어에서 사용되는 woke이 과거분사/형용사 형태로 확산된 것이다. 오랜 기원을 가지고 있는 단어지만 BLM 운동을 전후해서 해시태그와 함께 널리 확산된 단어다.

이 woke라는 단어의 확산은 진보진영이 단결하는 구심점이 되기도 했지만, 거꾸로 보수진영에서 진보진영을 공격하는 타깃으로 사용된다. (우리나라의 보수 언론과 보수 기독교에서 진보적인 어젠다를 공격하는 데 이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똑같은 이유로 보수 세력에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based 역시 진보 진영이 영점조준을 하는 타깃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