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치적 발언을 두려워 하지 않는 기업

다음 주에 줌으로 한국의 한 대학교에서 특강을 하게 되는 바람에 관련 기사를 찾다가 읽게 된 LA타임즈의 기사, Patagonia shows corporate activism is simpler than it looks. 아웃도어 제품으로 한국에서도 인기있는 파타고니아는 벤앤제리(Ben & Jerry's) 아이스크림과 더불어 정치적인 발언과 거액 기부를 서슴지 않는 진보적인 기업이다. 특히 환경과 관련한 이슈로 적극적인 싸움을 해왔다가 트럼프 정권 동안에는 아예 내놓고 전쟁을 벌이다시피 했다.

LA타임즈의 기사는 파타고니아가 왜 다들 피하려는 정치를 두려워하지 않는지를 기업의 역사를 통해서 설명한다. 정치적 리스크를 회피하는 것은 불필요할 뿐 아니라, 오히려 비생산적이라는 특이한 철학을 설명한다. 불매운동에 대한 위협은 언제나 위협에 그친다.

2. 흥미진진한 대체불가토큰(NFT) 이야기

뉴욕타임즈는 신문만이 아니라 매거진도 만든다. 뉴욕타임즈매거진은 뉴요커나 애틀랜틱 못지 않은 피처 기사를 제공하곤 하기 때문에 꼭 기억해둬야 할 매체. 지난 주 피처 The Untold Story of the NFT Boom은 올해 들어 큰 화제가 되었던 대체불가토큰(NFT)으로 돈을 벌게 된 아티스트들의 이야기를 르포 형식으로 생생하게 설명한다.

도대체 어떤 아티스트들이 NFT로 돈을 벌었고 (온라인에서 이미 이름을 날리던 아티스트들이다) 그 작품은 누가 사는지 (코인으로 돈을 번 사람들이다), 그리고 NFT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고 싶다면 꼭 읽어볼 만한 기사. 이만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 글을 찾기도 쉽지 않다. (기사 상단에 Audm으로 읽어주니 리스닝 추천).

3. 전선이 확대되는 독점과의 전쟁

경쟁을 해치는 독점은 정부가 개입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만, 생각해보면 직접적인 피해자인 작은 기업들 역시 주요 이해관계 당사자(stake holder)에 해당한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애플과 게임개발사 에픽 사이의 법정싸움은 경쟁 기업들이 독점(혐의)기업 문제를 정부에만 맡겨두지 않고 공격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서는지 보여준다. 프로토콜의 기사 How to wage an antitrust war를 보면 지금 미국에서 생긴 반독점 모멘텀을 이용해 경쟁 기업들이 다양한 전선에서 이 싸움을 전개하는 모습이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4. 한인교포를 넘어 아시아계를 품는 한인시장 이야기

미국에서 사는 한인들에게 이제 H마트는 한인 교회보다 더 크고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 뉴욕의 한 구석에 '한아름'이라는 (다소 촌스런) 이름으로 시작한 이 수퍼마켓은 사세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고, 이제 부모를 따라 H마트에 가던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그곳을 찾을 만큼 이제는 문화의 일부가 되었다.  

뉴욕타임즈의 기사 The Lure of H Mart, Where the Shelves Can Seem as Wide as Asia 는 이 매장이 단순한 "한인시장"을 넘어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찾는 매장으로 성장하게 된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걸 두고 'K-그로서리'라고 부르지는 말았으면 하지만, 아무튼.  

5.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되어버린 심슨 가족

심슨가족(The Simpsons)이 1990년대에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막장 가족 만화라는 비난을 들었고, 엄마인 마지 심슨의 역을 하기로 했던 성우는 "이런 드라마에 출연할 수 없다"고 거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주 얌전한(?) 수준의 만화로 보인다. 심슨 가족이 변해서가 아니라, 그 이후에 등장한 많은 작품들이 훨씬 더 파격적인 내용을 갖고 있기 때문.

그런데 애틀랜틱의 기사 The Life in The Simpsons Is No Longer Attainable은 심슨 가족을 조금 다른 면에서 바라본다. 주인공 호머 심슨은 대학교육을 받지 않은 기술직 직원으로, 원자력 발전소에서 근무하는데 5인 가족을 먹여 살리면서 자기 집을 가지고 있다. (1996년 에피소드에 따르면 호머의 연봉은 약 25,000달러, 현재 한화 2천 8백 만 원이다). 물론 호머의 가정은 부유한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고졸 노동자 한 사람이 5인 가족의 삶을 책임진다는 설정이 1990년대만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는 것. 2021년의 현실에서는 꿈 같은 이야기다.

6. 재원 고민은 나중에 하자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불거진 "이대남" 논쟁은 이제 이들에 대한 현금지원 문제로 발전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이런 지원을 두고 정부가 "국민의 인생에 관여한다"고 해서 다시 한 번 시끄러워졌다. 정부가 인생에 관여하는 문제일까? 정말로 우리나라 재정이 감당할 수 없는 "퍼주기 공략"일까?

명지대 경제학과 우석진 교수가 이 문제가 가진 논점을 명확하게 짚은 영상. 우 교수는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고민은 재원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이것이 시대적 과제인지, 그리고 이 방법이 그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라는 것. 여기에 더해 이재명을 공격하는 주류 경제학자들에 대한 우 교수의 생각도 들을 수 있는 13분 짜리 영상:

7. 슬프도록 아름다운 중앙아시아

스텝(steppe)은 고등학교 지리 수업 이후로는 쉽게 듣게 되는 단어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지구 상에 존재하는 스텝(강과 호수와 멀리 떨어져 있고 나무가 없는 평야로, 초원과 유사하지만, 짧은 풀들이 자란다는 점에서 다르다)은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시베리아 처럼 세계인의 관심사 밖에 있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고, 그래서 언론에 등장할 일이 드물다.

뉴욕타임즈의 Surviving in Isolation, Where the Steppe Has Turned to Sand는 이런 스텝 지역이 사막화되어 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다. 사진만 봐도 충격적인, 슬프도록 아름다운 장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