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YOLO Economy

지난 주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 케빈 루스Kevin Roose가 쓴 칼럼이 화제가 되었다.

미국의 많은 노동자들이 팬데믹을 겪으면서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선택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사무실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승진의 사다리를 기어오르는 대신 돈을 적게 벌어도 여가시간을 더 많이 확보하는 쪽으로, (승진에 불리하다고 하는) 재택근무를 계속하면서 가족과 시간을 더 보내는 방향으로 생각을 바꾸고 있다는 거다. 그런데 이런 결정을 하게 된 바탕이 된 생각이 "인생은 한 번 만 사는 것"이라는 의미의 YOLO(You Only Live Once)이기 때문에 케빈 루스는 이런 현상을 욜로 경제(YOLO Economy)라고 부른다.

평일 낮에는 싫어하는 일을 하면서 남는 시간에 취미에 가까운 부업을 하던 사람들이 부업을 주업으로 바꿔 창업을 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은 영화에서나 볼 법한 선택으로 보인다면 착각이 아니다. 이건 최소한 먹고 사는 게 보장된 노동자들, 혹은 충분한 자산이 있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팬데믹으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지만, 테크기업처럼 오히려 더 많은 수익을 내는 기업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월급을 그대로 받으면서 오히려 시간적 여유가 더 생겼고, 정부의 재난지원금과 낮은 금리를 이용해 투자를 하면서 더 큰 돈을 벌었다. 결국 그런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선택이라는 말이다. 그런 이유로 욜로 경제는 단지 양극화 경제의 다른 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그런 비판과 별개로 이런 새로운 현상이 얼마나 확산될 것이고, 어떻게 세상을 바꿀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대로 '무상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이 정말로 실현된다면 사람들이 하게 될 선택도 욜료 경제에서 먹고 사는 게 보장된 노동자들이 하게 될 선택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 번 읽어볼 만한 칼럼이다.

2. H마트에서 울다

뉴요커나 애틀랜틱 같은 잡지들이 유명한 이유는 글의 퀄리티가 높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한 번 발행된다고 해서 일주일 동안 준비한 글이 아니다. 때로는 몇 달, 몇 년 씩 취재하거나 준비한 글들(이 경우 외부기고도 많다) 이 흔하다.

그런데 그렇게 오래 준비한 글이라면 잡지에 피처로 한 번 실릴 분량 이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을 가능성이 크고, 그래서 이들 유명 주간지에 실린 글들은 얼마 후에 책으로 출간되는 경우가 많다.  'Crying in H Mart'라는 글이 그런 케이스다. 2018년에 뉴요커에 실려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이 글이 이번에 같은 제목의 책으로 나왔다.

저자인 미셸 저너Michelle Zauner는 백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를 둔 미국 여성으로, 어릴 때부터 엄마와 함께 (미국 전역에 지점을 둔 한인 식료품점인) H마트에서 식재료를 사고 엄마가 해주는 한국 음식을 먹으며 자랐다. 한국말은 거의 못하지만 엄마를 따라 다닌 H마트에서 파는 음식들은 아주 잘 알고 있다. 저너에게 H마트는 한국이고, 엄마다. (저너는 한국에도 제법 알려진 그룹 '재패니즈 브렉퍼스트Japanese Breakfast'에서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고, 2017년에는 엄마의 고향 서울에 와서 내한공연을 하기도 했다).

이 책은 이제 막 나왔으니 한국어로 번역되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잠깐 시간을 내어 알고 싶다면 제목 링크에 있는 뉴요커 글을 먼저 읽어보시길. 뛰어난 작품을 누구보다 먼저 읽어볼 수 있는 것이 뉴요커 독자들이 누리는 특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