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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ixon Seminar with Peter Thiel

국가안보에 "보수적인 사실주의(conservative realism)"를 제시한다는 닉슨 세미나는 이번에 처음 듣게 된 단체다. 트럼프의 오른팔이었던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부장관이 공동의장으로, 헨리 키신저가 명예의장으로 있다고 하는 이 단체에 대한 정보는 찾기 쉽지 않다. (웹사이트의 설명을 보면 아마도 리처드 닉슨의 대 중국 '핑퐁외교'의 50주년을 기념해서 올해 출범한 것 같다).

보수적 사실주의가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을 국제무대로 끌어낸 공화당 대통령 닉슨의 이름을 가져온 것으로 봐서, 그리고 이번 세미나의 주제와 내용을 봐서는 중국이 세계의 패권을 미국에게서 가져가려는 시점에서 미국의 외교를 논하는 모임으로 보인다.

미국 역사적으로 탄핵을 두 번 당한 기록을 세운 트럼프의 오른팔이었던 사람이 미국 역사상 부정을 저지르고 사임한 유일한 대통령의 이름을 사용해서 외교와 안보를 논하는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개최한다는 사실은 조금 어이없게 들리지만, 사실 미국의 보수진영에는 닉슨을 숭배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따라서 이래저래 적절한 브랜딩 같기도 하고, 동시에 이들을 정체성을 한 번에 보여주는 편리함(?)도 있다.

그런데 이 세미나에서 피터 틸Peter Thiel을 데려다가 문답시간을 갖는 바람에 큰 주목을 받았다. 일런 머스크와 함께 페이팔을 창업한 후 벤처업계에서는 "페이팔 마피아"의 핵심 인물로 불리는 틸은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끈 책 <제로 투 원>의 저자. 페이팔 이후에 팰런티어를 창업하기도 했고, 실리콘밸리에서는 거의 유일한 트럼프 지지자로 알려져있다.

이 세미나는 아직 전체 영상이 올라와있지 않지만 전문이 글로 옮겨졌기 때문에 아래의 링크를 소개한다.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이 중국의 경제적, 외교적, 군사적 위협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여다 볼 수 있는 아주 흥미로운 대화다. 약간 긴 편이고 모두 가치있는 이야기는 아닐 수 있지만 (특히 폼페이오의 말은 그냥 건너 뛰어도 무방한 대목들이 있다) 절대 지루하지 않다.

피터 틸이 메인 게스트이고 여러 사람들의 질문에 답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틸이 명확하게 답을 하지 못하는 부분들도 많지만, 자세히 답한 내용들은 한 번 들어볼 만하다. 특히 그가 생각하는 빅테크 기업들과 중국의 관계 (페이스북 이사회의 일원인 그는 페이스북이 홍콩문제에 입을 다물게 된 이유가 기업 내 홍콩출신보다 본토출신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중국의 전자화폐, 대만의 반도체 등등의 현안도 흥미롭고, 미국 내 기초과학 연구인력과 대학의 구조 등에 대한 지적도 상당히 날카롭다.

전체 세미나 내내 틸은 중국을 강하게 비판하고, 중국의 혁신을 대수롭지 않게 평가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대한 위협은 과소평가하지 않는다. 특히 중국의 위협이 '중국 대 미국'의 구도가 아닌 '중국 대 나머지 세계'의 구도로 전개될 것이라는 설명은 (그의 보수적인 세계관을 감안하더라도) 꽤 설득력이 있다.

꼭 한 번 읽어볼 만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