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은 노력을 하지 않아서 가난한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사업으로 크게 성공한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과 경제적 어려움을 벗어나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넘기는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을 비교해 보면 그게 사실처럼 보이기도 한다. 돈을 잘 버는 사람들 중에는 정말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면 가난한 사람들은 정말로 노력을 하지 않아서 가난한 걸까?

하지만 돈 걱정을 하지 않고 일하는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모두 내 돈이 되는 사람은 빨리 일하러 가고 싶어서 새벽에 저절로 눈이 떠진다는 얘기도 있다. 그게 맞다면 어쩌면 근면, 성실은 성공의 원인이 아니라 그 결과일 가능성도 있다.

유튜브에 올라왔다가 논란이 되었던 광고. 이런 말을 유튜브에서 보는 게 충격적일 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가난을 조롱한다.

노력과 재정적 성공 사이의 인과 관계를 찾고 싶은 사람들은 '가난 조롱(poverty shaming)'을 가벼운 농담 정도로 생각하기도 하고, 특정 집단의 문화, 심지어 개인의 정신적 문제로 보기도 한다. 사람들은 정말로 게을러서, 정신적으로, 문화적으로 게을러서 가난한 걸까? 이를 도덕적으로 옳다, 그르다 따지기 전에 과연 사실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 발표된 경제학 연구가 있다. 제목은 'Why Do People Stay Poor(왜 사람들은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가)?'로, MIT의 클레어 발보니 교수(경제학)가 다른 네 명과 함께 진행한 연구다. 이 연구논문은 사람들이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두 개의 시각이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펀더멘탈의 차이'로, 사람마다 능력과 재능, 동기부여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빈곤의 덫' 이론으로 부에 대한 접근성의 차이가 가난을 벗어나기 힘들게 만든다는 주장이다.

발보니 교수는 어느 쪽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극빈(extreme poverty) 가정 6,000개를 11년 동안 추적, 연구했다고 한다. 대상 지역은 방글라데시이고, 그들의 주요 자산은 소. 이 연구진이 수집한 데이터는 '빈곤의 덫' 이론의 손을 들어주었다고 한다. 이 연구를 소개한 Phys.org의 글을 번역, 소개한다. (기사의 원문은 여기에서 볼 수 있다.)


개발도상국에 존재하는 만성 빈곤(chronic poverty)은 절대로 해결되지 않을 문제처럼 보인다. 하지만 방글라데시에서 MIT 경제학자가 공동저자로 참여해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진 연구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농촌지역의 빈곤 가정에 한 번만 자본을 투여해주면 자산을 축적하고, 더 나은 직업을 찾고, 가난에서 탈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특이 이 연구는 빈곤의 주된 원인이 사람들의 능력이나 태도의 결과가 아님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극빈자들은 대개 '빈곤의 덫'에 갇힌 결과, 자본의 결핍으로 자신들의 상황을 개선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런 그들이 무작위로 선정하는 자산 공여 프로그램을 통해 생산적인 자산–가령 소 한 마리–을 받아 기본적인 재산 수준을 넘기만 하면 그 덫을 탈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농촌 사람들은 농장 (일용) 노동자를 벗어나 가축을 키우는 일을 하고 더 많은 농장을 가꾸고, 더 나은 소득을 꾸준히 얻게 된다.

MIT의 경제학 교수이자 이 연구의 결과를 담은 논문의 공동저자인 클레어 발보니에 따르면 "이런 맥락에서 빈곤한 사람은 더 생산적인 일을 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아니라, 단순히 그렇게 할 만한 생산적인 자산(productive asset)을 가지지 못한 것이다."  

이 연구는 빈곤퇴치 프로그램인 "빅 푸시(big push, 크게 한 번 밀어주기)"가 성공한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해준다. 이 논문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일자리의 기회를 바꿔주는 빅 푸시 정책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강력한 수단을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약 15년 전부터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왜 사람들은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가?'라는 제목의 이 논문은 <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5월호에 실렸다. 이 논문의 공동저자는 MIT 경제학과의 환경경제학 조교수인 클레어 발보니와 LSE(London School of Economics) 경제학과 오리아나 밴디에라 교수, LSE 경제학과 로빈 버제스 교수, LSE 경제학과 마이트리쉬 가타크, LSE 리서치 매니저 앤톤 헤일이다.

틈은 문턱이었다

참여한 학자들은 이 연구를 위해 방글라데시의 주요 NGO(비정부기구)인 BRAC이 1,309개 마을의 23,000가구를 망라하는 장기간 조사에서 얻어낸 데이터를 살폈다. 이 프로젝트 중에는 6,000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빈곤퇴치(antipoverty) 프로그램이 하나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2007년에 이들 가구 중 절반에 해당하는 여성들에게 미화 500달러에 해당하는 돈을 1회 지급하고, 무료 교육(training)과 지원을 제공했고, 나머지 절반은 2011년부터 대조군(對照群, control group)으로 삼았다. 이 가구들에 대한 조사는 2007년, 2009년, 2011년, 2014년, 2018년에 실시되었다.

이 연구에 참여한 공동저자들이 먼저 발표된 논문에서는 실험을 통해 얻어진 물질적 이익(material gains)을 양적으로 측정했다. 2007년에 소 한 마리를 받은 여성들은 4년 후부터 수입이 37%, 소비는 10% 증가했고, 가정용 내구재는 110% 증가했다. 극빈(extreme poverty: 하루 1.25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상태)율은 대조군에 비해 15% 감소했다.

요약하면, 이런 개입은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왜 이런 효과가 나타나는 걸까? 이번에 나온 논문이 BRAC의 데이터를 자세히 살펴 하나의 설명을 도출해냈다. BRAC 실험에 등장하는 마을들에서 부의 분배는 두 개의 모드(bimodal)로 작동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자산이 거의 없었고, 어떤 사람들은 자산이 눈에 띄게 많아서 두 수준 사이에 틈(gap)이 존재했다. 그런데 가장 가난한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500달러라는 자산을 받게 되면 이들은 그 틈 안에 위치하게 되었다. (상위 집단에는 미치지 못하는, 중간에 머무르게 된다는 의미–옮긴이)

그런데 500달러를 받은 빈곤층은 그 틈에 머무르지 않았다. 장기간 이 가구들을 추적 조사한 결과, 연구자들은 놀라운 패턴을 발견했다. 두 개의 (부의) 수준 차이에 존재하는 틈이 사실은 문턱(threshold)이었던 것이다.

핵심은, 소 한 마리를 받는 것만으로도 극빈 가구가 일할 기회가 적은 노동자(under-employed laborers)에서 가축을 키우고 경작을 하는 수준으로 올라가게 해 주었다는 사실이다. 빈곤층은 일을 하기 싫어한 것이 아니었으며, 일 자리에 대한 선택이 늘어나자 일하는 시간은 오히려 증가했다. 이 연구는 프로그램의 개입(자산 공여받기) 이전에는 빈곤 가구의 98%가 일용직 노동자(wage laborers)로 이루어져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 반면, 자산을 받은 후에는 98%가 가축을 기르는 일에 시간의 일부를 사용하기로 선택했다.

발보니 교수는 "가난한 사람들이 그런 직업(일용직)에 갇혀 있는 이유는 그들이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빅 푸시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

방글라데시의 BRAC 프로그램을 통해 발견한 사실들은 요즘 등장하고 있는 "빅 푸시" 프로그램과 그 효과를 연구한 다른 연구의 결론과 일치한다. 발보니 교수는 환경 경제학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다른 MIT 학자들도 이 주제를 분석 중이다.

MIT의 경제학자 아비지트 배너지와 에스터 더플로가 박사과정생 가리마 샤마와 함께 2021년 말에 발표한 논문에서는 인도의 농촌에서 BRAC과 비슷한 프로그램을 통해 소득이 30% 증가했고, 이 프로그램에 들어간 비용의 최소 4배(아마도 그보다 훨씬 더 큰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를 만들어냈음이 밝혀졌다.

배너지와 더플로는 더 나아가 '빈곤의 덫'이 가진 역학관계를 연구하는 분야 전체에서 발견되는 증거를 연구했다. 방글라데시의 BRAC 프로그램의 경우 현재의 연구에 따르면 빈곤의 덫 때문에 발생하는 비효율적 자원배분은 빈곤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가구들에게 자산을 1회 제공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의 15배에 달한다.

발보니 교수는 "사람들의 능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이런 '빅 푸시' 정책이 절실"하다고 한다. 그는 이 논문을 MIT의 데이터, 경제학, 발달 정책 마이크로석사 프로그램을 통해 발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