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트럼프가 자신하는 것처럼 전쟁을 끝낼 수 있을까?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것을 자신의 업적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평화 협정을 만들어 낸다면, 트럼프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현재 상황에서 전쟁을 끝내는 것을 젤렌스키도, 푸틴도 원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우크라이나는 일단 영토를 뺏긴 상황이고, 이대로 종전을 선언해 봤자 몇 년 후 러시아의 재침공이 불 보듯 뻔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완전 점령하거나, 친러시아계 정부를 세울 때까지 만족하지 않는다. 평화 협정은 양쪽이 모두 원해야 실현 가능한 목표다.

하지만 현재의 전황을 보는 양쪽의 태도는 조금 다르다. 앞의 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우크라이나는 일단 휴전을 하고 평화 회담을 하자는 입장이고, 러시아는 회담을 하고 싶으면 지금처럼 계속 싸우면서 하자는 입장이다. 이 태도 차이에서 어느 쪽이 승기를 잡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2022년만 해도 푸틴은 수렁에 빠진 것 같았다. 낡은 무기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병력은 2차 세계 대전 수준의 전술을 구사하고 있었고, 그런 그들을 상대로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유럽에서 제공받은 재블린(Javelin), 엔로(NLAW) 같은 첨단 무기로 놀라운 전과를 올리고 있었다. 누가 보기에도 러시아의 작전 실패가 분명한 시점에서 푸틴은 전쟁을 포기하지 않았고, 러시아 전체를 우크라이나 점령에 총동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