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터레터의 Daily Catch 뉴스레터를 통해 미국이 인도의 모디 총리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이유를 이야기했다. 특히 뉴욕타임즈가 사설을 통해 모디 총리가 힌두 민족주의의 힘을 빌려 무슬림을 차별하는 등 민주주의와 인권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 그런데도 불구하고 미국이 모디를 초청해야 하는 상황을 설명했다.

오늘은 뉴욕타임즈와 함께 진보적인 매체로 통하는 뉴요커(The New Yorker)가 바이든과 모디가 회담 후 가졌던 기자회견이 왜 공식 기자회견이 아니었는지를 설명한 글을 소개한다. 뉴욕타임즈의 사설과 비슷한 논조이지만, 이 글은 현재 바이든이 처한 상황–특히 그의 아들 헌터 바이든의 문제–을 함께 설명한다. 미국의 상황, 그리고 바이든과 트럼프가 대결할 가능성이 높은 내년 대선의 구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글이라 소개한다. 원문은 여기에서 읽을 수 있다.


지난 목요일 오후 2시가 되어 갈 무렵,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기자들이 가득 모여 기다리는 백악관 이스트룸에 들어섰다. 기자회견은 외국 정상이 백악관을 방문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의례다. 그런데 공식 일정표에는 '기자회견(press conference)'이라는 표현 대신, 두 정상이 "질문을 받을" 기회 정도로 간단하게 적혀있었다. 모디 총리가 기자 회견을 끝까지 거부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그렇게 받을 질문도 미국 기자 한 명, 인도 기자 한 명으로 제한되어 있었다.

조 바이든과 만난 나렌드라 모디 (이미지 출처: Reuters)

두 정상은 인도의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문제를 파고드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대신 양국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공유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진부한 이야기를 반복했다. 바이든은 두 나라 모두 민주주의가 "핏줄에 흐른다(runs in our veins)"라는 조심스러운 표현을 선택했다면 (두 나라 모두 민주주의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말하면 현재 좋지 않은 상황에 대한 거짓말은 아닌 셈이다–옮긴이) 모디 총리는 마치 가르치듯 (sanctimoniously,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듯한 태도로) 설명했다.

이렇게 사전에 조율된 말에 언론이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바이든이 미국의 지정학적 전략을 위해 불가피하게 창피함을 감수하고 있음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모디 총리의 미국 방문은 예상했던 것처럼 인도 국내 정치가 권위주의로 기울고 있지만 바이든은 외교 전략을 위해 이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의 전직 외교관 애런 데이비드 밀러(Aaron David Miller)는 바이든이 모디 총리와 인권을 탄압하는 사우디의 왕세자 모하메드 빈 살만(바이든은 대선 후보 시절에 자신은 빈 살만을 고립시키겠다고 공언했지만, 작년에 사우디를 방문했다)을 끌어안고 있는 것을 두고 그동안 주장하던 것과 "완전히 반대되는, 어이없고 위선적인 태도"라고 비판했다.

2022년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난 조 바이든 (이미지 출처: Axios)

다른 비판도 만만치 않다. 바이든이 속한 민주당의 의원 중에는 모디 총리가 상하원 합동 연설하는 행사를 건너뛰겠다고 한 사람들도 있다. 행정부 관료들은 인도와 가까워지지 않으면서 지금 벌어지는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거나 중국을 억제할 방법을 찾아 내지 못해 고민 중이다.

하지만 모디 총리를 초청한 것이 미국이 원하는 것을 얻는 데 도움이 될지는 알 수 있다. 모디는 백악관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문제를 전향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의사 표명을 하지 않았다. 그는 러시아가 이 전쟁을 시작했다는 것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모디가 하는 말을 들어보면 세계 역사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민주주의 국가 대 권위주의 국가'라는 구도 내에서 미국 쪽에 동참하기로 결정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착한 편과 나쁜 편'으로 세계를 나누려는 미국의 독트린을 쉽지 않게 만드는 요소가 자국의 민주주의가 갈수록 불안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년 선거에서 바이든과 대결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모디 총리를 찬양했던 인물이다. 자신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인도에서는 수십만의 청중이 모인 자리에서 트럼프는 모디가 "터프(tough)한" 지도자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이 사람은 내가 진정한 친구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바이든의 대통령직을 가장 위협하는 것은 트럼프와 트럼프주의(Trumpism)다. 백악관에 모디식의 스트롱맨(strongman, 권위주의적 리더, 독재자)이 다시 들어서게 될 가능성에서 미국은 자유롭지 않다.

인도의 정치를 가리켜 '선거 독재정치(electoral autocracy)'라 부르기도 한다. (이미지 출처: BBC)

만약 바이든 외교 정책의 위선적 태도가 '기자회견 아닌 기자회견'이 열리게 된 불가피한 맥락이었다면, 그 회견 마지막에 있었던 어색한 순간은 지난 한 주 동안 워싱턴 정가의 관심을 모았던 가장 큰 뉴스가 무엇이었는지 확인해 주었다. 지난 화요일, 오래도록 바이든 대통령의 속을 썩인 아들 헌터 바이든이 수년 동안 그를 조사해 온 검찰에 유죄를 인정한 것이다. 다만 검찰과의 유죄 협상(plea deal)을 통해 탈세 혐의를 시인하는 대신 경범죄 처분을 받아 형을 살지 않고 벌금만 내는 것으로 합의했다. 바이든에게는 아들의 혐의가 내년에 있을 선거의 쟁점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다행한 일이었다. 헌터는 코카인 중독에, 한때 형수였던 (그의 형 보 바이든은 2015년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옮긴이) 사람과의 애정 관계, 그리고 아버지가 부통령이던 시절에 외국 기업의 자문 일을 하면서 수백 만 달러를 받는 등의 일로 바이든 대통령을 난처하게 만들어왔다.

헌터 바이든의 법적 문제는 이제 끝날 것처럼 보이지만–바이든을 수사한 델라웨어주의 연방검사는 트럼프가 임명한 사람으로, 헌터 바이든의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이야기한다–유죄 협상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적 공세는 더 거세어졌다.

조 바이든과 아들 헌터 바이든 (이미지 출처: The New York Times)

지난 몇 년 동안 헌터 바이든의 문제를 물고 늘어졌던 트럼프와 공화당 의원들은 이제 와서 이를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더 강하게 공격할 것이고, 바이든 집안을 "범죄자 집안"이라고 공격해 온 트럼프는 대통령의 아들은 풀어주고 자신은 기소한다고 FBI를 공격할 것이다.

미국의 대통령이 가족의 문제로 골치를 않은 건 바이든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 대통령 자식들의 문제는 역사가 길다. 리처드 닉슨의 아들은 아버지의 영향력을 팔았고, 조지 H. W. 부시의 아들 닐(Neil, 조지 W. 부시의 동생)은 금융 사기로 문제를 일으켰고, 빌 클린턴의 이복동생 로저(Roger)는 마약을 팔다가 연방 교도소에서 형을 살았다. 그런가 하면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쉬너(Jared Kushner)는 장인의 영향력을 이용해 자신이 운영하는 사모펀드에 사우디 왕가의 돈 수십 억 달러를 끌어들였다는 비판을 받는다.

과거의 사례들과 현재 공화당이 공격하는 헌터 바이든의 문제 사이에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 공화당 정치인들은 미국의 사법 제도 자체를 공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트럼프가 연방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혐의(여기에 대해서는 오터레터의 'No Way Out'을 읽어보시기 바란다)는 헌터 바이든이 인정한 경범죄(misdemeanor) 혐의보다 훨씬 심각하지만, 헌터 바이든과 유죄 협상을 했다는 이유로 미국 법무부가 "부패"했으며, "시스템이 망가졌다"라고 비난하고 있다. 그런 트럼프의 주장에 따라 공화당의 다른 대선 후보들도 FBI 국장을 파면하고, 대통령이 법무부를 직접 관할하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트럼프가 2020년 선거가 "부정 선거"라고 하는 거짓말을 지지하고 있고, 미국 헌법의 기초를 흔드는 중이다.  

이스트룸에서 기자들과 만난 모디와 바이든 (이미지 출처: The Hill)

이스트룸을 떠나는 바이든과 모디를 향해 한 기자가 "헌터 바이든이 특별 대우를 받았다는 공화당의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다른 기자는 "미국의 사법 시스템이 이중적이라고 생각하시나요?"라고 물었다.

이런 질문들이 날아오는 순간, 바이든은 미국 기자에게서 한 개 이상의 질문을 받지 말자고 고집한 모디 총리가 고마웠을 것이다. 바이든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지금은 동맹국에 미국 민주주의 가치를 설교하기 적절한 시점이 아닐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