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예로 들며 말한 파우치

김수형 당신은 미국이 더 이상 ‘full blown pandemic phase(폭발적인 팬데믹 단계)’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한국에서는 당신의 발언을 팬데믹이 곧 엔데믹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았다. 이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설명해줄 수 있나?

파우치 미국에서는 몇 달 전만 해도 하루 확진자가 90만 명이나 나왔다. 입원환자도 수 만 명씩 나왔고, 하루 사망자는 3천 명 넘게 나왔다. 그게 극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지금은 사망자가 그 때에 비하면 극적으로 감소했다. 심할 때 비하면 10분의 1에 한참 못 미치게 줄어든 것이다.  최근 감염자는 2만 명대까지 줄어들었다. 물론 지금은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 내가 말한 것은 미국이 폭발적으로 감염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단계에서 나오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의 현 상황이 감염 가속도가 엄청나게 붙는 그런 단계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우리가 팬데믹 단계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팬데믹은 끝나지 않았다. 급격히 진행하는 단계는 적어도 지금은 아니라는 뜻이다. 확진자 증가에 가속이 붙는 단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인구 상당수가 백신을 맞고 부스터를 맞고 또한 이미 코로나에 걸렸었다면 감염으로부터 지켜줄 수 있다. 입원 환자 비율은 일 년 전과 비교해보면 무척이나 낮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은 인구의 88%가 백신을 맞았다. 그건 매우 좋은 일이다. 그래서 오미크론은 매우 전파가 빠른 바이러스여서 확진자 증가가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백신 접종과 부스터 접종이 사람들이 병원에 입원하거나 사망하는 것으로부터 보호할 것이다. 그게 내가 그렇게 말한 이유이다.


한국 마스크 해제 조치에 대한 평가

김수형 높은 백신 접종률을 배경으로 한국은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허용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조심스러워한다.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는 것은 안전하다고 보나?

파우치 그건 상당히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는 것은 실내에서 사람들이 모여 있는 환경보다 매우 안전하다. 어디든 항상 위험은 있지만, 실외에 나가서 완전히 환기가 되는 환경에 있는 건 사람이 많이 모이는 레스토랑이나 극장에 비해서는 그 감염 위험도는 매우매우 낮다. 중요한 것은 어떤 환경이든 위험이 제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실외는 실내보다는 상당히 낮다.

김수형 한국은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이 여전히 의무이다. 그리고 한국 국적 비행기에서는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해야한다. 이걸 미국처럼 개인의 선택에 맡겨도 된다고 보나? 당신은 오늘 비행기를 탄다면 마스크를 쓸 것인가?

파우치 다른 나라 정부가 결정한 것에 대해서 코멘트하고 싶지 않다. 국적기에서 마스크를 써야하는지는 해당국의 정부가 그 국가 상황에 대해서 평가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다. 내 경우에는 나이가 있기 때문에 비행기를 탄다면 마스크를 쓸 것이다. 왜냐하면 개인적인 위험도를 평가해보면 마스크를 쓰는 게 내 나이와 환경을 고려했을 때 훨씬 낫기 때문이다.

김수형 당신이 백악관 출입 기자단 행사를 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만나는 것은 여전히 위험한 것인가?

파우치 우리가 일 년 전보다는 훨씬 상황이 좋아졌지만, 각자 개인은 감염될지 모르는 위험 요소에 대해서 평가해야만 한다. 나는 81살로 나이가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감염이 되면 심각한 결과가 생길 수 있다. 나는 30, 40대가 감염될 확률보다 위험도가 훨씬 크다. 그래서 나는 2600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저녁 행사에 가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실익이 없다고 결정했다. 나는 앞으로 1,2주 동안 할 일이 많이 있다. 그래서 감염이 될지도 모르는 환경에 있고 싶지 않았다. 내가 감염이 되면, 아프지 않다고 하더라도 10일 동안 격리를 해야 한다. 그래서 백악관 출입기자단 행사에 가지 않은 것이다.

코로나 집단 면역 실패한 이유

김수형 이건 근본적인 질문이다. 인류가 백신을 개발하고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서 집단 면역을 달성하는 게 왜 불가능해졌던 것인가?

파우치 아주 좋은 질문이다. 우리는 집단 면역이라는 걸 다른 감염병에 도입했다. 천연두, 소아마비, 홍역 같은 것들이다. 왜냐하면 이런 바이러스는 그렇게 많이 바뀌지를 않는다. 25년 전의 홍역은 지금과 똑같고, 25년 전 소아마비도 지금 바이러스와 똑같다. 이런 바이러스는 바뀌지는 않는다. 그게 첫 번째 이유이다. 홍역, 소아마비에 감염이 됐다가 회복했을 때, 백신을 맞았을 때 평생 동안 보호받는다는 데서 차이가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상황이 매우 다르다. 이 바이러스는 안정적인 바이러스가 아니다. 우리는 지난 2년 동안 경험을 통해서 한국도 다양한 변이를 통해 고통을 겪었다는 걸 알고 있다. 그건 똑같은 바이러스가 아니다. 두 번째는 백신 접종을 통한 보호지속 효과나 감염을 통한 보호효과가 좋기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한다는 점이다. 오래 효과가 지속되면서 보호해주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전통적인 의미의 집단 면역 달성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파우치 박사는 젊은 시절부터 감염병 전문가였다. (이미지 출처: 내셔널지오그래픽의 기사, '예상치 못한 것을 예상하라')

나는 우리가 코로나를 어느 정도 풍토병화 하는 것처럼 아주 낮은 수준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매해 겪는 호흡기 질환과 매우 유사하다. 독감처럼 말이다. 우리는 코로나를 박멸할 수 없다. 완전히 없애버릴 수도 없다.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있으면서 완전한 집단 면역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김수형 남아공이 곧 5차 파동에 들어갈 거라고 전망했다.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인 BA4, BA5에 대해 툴리오 데 올리베이라 박사는 면역을 우회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변이가 국제적인 위협이 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하나?

파우치 그 변이가 국제적인 위협 요소가 될지는 확실하지 않다. 해당 국가에 있는 다른 변이에 따라 다르다. 남아공에서는 BA.4와 BA.5가 지배적인 변이가 되고 있다. 이 변이들이 다른 오미크론 변이를 밀어내고 있다. (지난 5월 시점) 미국에서는 64, 65%가 BA.2(스텔스 오미크론) 변이이다. 그리고 28%~30% 정도는 BA.2.12.1이다. BA.4와 BA.5는 증가하지 않고 있다. 1% 미만이다. 그래서 우리는 상황을 잘 지켜보면서 이 변이가 어떻게 진화하는지 살펴봐야한다. 어떤 변이가 지배력을 갖게 될지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무한정 봉쇄할 수 없어"

김수형 중국이 제로 코비드 전략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이런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나? 무엇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보나?

파우치 제로 코로나 전략은 일시적으로 할 때만 효과가 있다. 시간을 벌거나 적절하게 백신을 접종해서 보호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봉쇄를 하더라도 조만간 국가의 문을 열어야하기 때문이다. 무제한으로 락 다운을 할 수는 없다. 매우 적극적으로 백신 접종 정책을, 특히 노인들에게 접종하기 위해서 일시적으로 봉쇄정책을 한다면 그건 가능하다. 하지만 그냥 봉쇄만 하고 다른 걸 안하면 그 봉쇄 정책의 목적이 없어진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한 뉴욕타임즈 기사

김수형 북한에는 코로나 백신이 보급되지 않았다. 거기에 코로나가 확산하면 아주 큰 문제가 생길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북한은 화이자 모더나가 만드는 mRNA 백신을 원한다고도 알려져 있는데, 미국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mRNA 백신을 허용할 수 있는 것인가?

파우치 나는 개별 국가에 대해서 말할 수 없다. 그건 백신 회사에 달려 있는 문제이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독립적인 회사이다. 미국 정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화이자와 모더나는 그들이 원하는 국가 어디에라도 mRNA 백신을 판매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허락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국이 코로나 백신 못만들 이유가 없다"

김수형 한국의 바이오 기업들도 코로나 백신 3상 시험에 성공했다. 코로나가 발생한지 오래 지났는데, 한국도 백신 개발에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고 보나? 코로나 종식을 위해서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나?

파우치 기술과 과학 측면에서 한국은 대단히 우수한 국가이다. 자국민을 위해서 백신을 개발할 능력이 있다면 백신 개발은 한국 자체를 위해서도 이익이 된다. 한국은 백신 개발 능력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코로나 백신을 못 만들 이유가 없다.

김수형 코로나 팬데믹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나? 다음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해서 한국은 무엇에 가장 힘써야 하나?

파우치 얼마나 오랫동안 코로나를 상대해야하는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는 사회가 무너지지 않는 낮은 수준으로 코로나 감염이 낮아지기를 희망한다. 다음 펜데믹에 대해서는 자원이 있는 모든 나라는 팬데믹 준비 계획을 지금부터 세워야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굉장히 발전된 나라이기 때문에 미국처럼 준비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한국에도 이익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바이러스는 인류의 방심을 놓치지 않는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코로나 때문에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사실에 절망감을 느끼곤 한다.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기대와 실망 또 기대와 실망을 거듭하면서 인류 전체가 지칠 대로 지친 상황이다. 이번 변이가 끝이겠다고 생각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류가 그렇게 방심한 순간을 한 번도 그냥 지나간 적이 없었다. 다만 파우치 박사의 분석 가운데 '폭발적인 팬데믹'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한 것처럼, 감염 확산과 감소를 거듭하면서도 그런 파동의 폭이 점점 작아지는 쪽으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위안을 찾을 수 있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늘어난 데다 감염 후 회복을 거듭하면서 언젠가 코로나는 풍토병처럼 관리 가능한 수준이 될 것이다.

이번 팬데믹의 교훈은 인류가 겪는 팬데믹은 이번이 끝이 아니라는 데 있다. 코로나 같은 전염병은 한 세기에 한번 닥친다고 위안을 삼고는 있지만, 팬데믹의 빈도와 세기는 인류가 예측 못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질병의 발생 보고와 대응책 마련하기 위해 지구적인 네트워크를 정비하고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 질병의 분석, 백신과 치료제 개발 과정도 사전에 준비해놔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6백만 명 넘게 숨진 이번 코로나 팬데믹을 인류가 지옥같이 지냈지만, 이 경험에서 얻은 교훈이 다음 팬데믹 극복에 큰 도움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팬데믹의 공포에 맞서 과학을 활용하는 방법을 몸소 보여준 파우치 박사도 인류가 한발 더 전진하는데 큰 도움을 준 인물로 기록될 것으로 확신한다.


김수형 기자가 쓰는 '워싱턴 특파원의 기록'은 다음 주말에도 이어집니다. 기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