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통령은 핵무기의 사용을 어떻게 결정할까?' 이 궁금증을 추적한 역사학자가 있다. 알렉스 웰러스틴(Alex Wellerstein). 웰러스틴은 다양한 자료를 뒤져가며 지난 70년 동안 미국에서 핵무기의 관리, 사용을 결정하는 룰이 변화하는 모습을 추적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트루먼은 대통령이 될 때까지 미국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트루먼은 4선에 성공한 (당시에는 가능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부통령이었다가 루즈벨트가 취임 후 3개월이 채 되지 않아 사망하는 바람에 권한 대행으로 대통령이 된 것이다. 미국이 일본과 태평양에서 전쟁을 시작한 지 3년이 넘는 시점이었다.

더 흥미로운 건, 미군에서 원자폭탄을 투하하기 전에 트루먼의 허가를 받은 게 아니라, 그에게 통보했다는 것이다. 이게 지금은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원자폭탄이 세상에 처음 등장한 시점이라는 걸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군은 작전의 목표를 부여받아 실행하는 조직이지, 그걸 달성하는 방법으로 어떤 무기를 쓸 것인지를 대통령에게 일일이 승인받아야 하는 게 아니다. 따라서 자기들이 가진 자원의 활용을 결정할 자율권이 있다.

하지만 원자폭탄은 평범한 무기가 아니었고, 트루먼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