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을 나온 바이러스 ②
• 댓글 4개 보기3. 우한 연구소는 바이러스가 공기 중으로 전파되는 것을 막을 수 없는 낮은 수준의 생물안전도에서 이렇게 전염력이 강한 바이러스의 연구를 진행했다.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취급하는 실험실은 일반적으로 각 병원체의 특성에 따라 충분히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네 가지 생물안전도(Biosafety Level, BSL-1, 2, 3, 4)를 적용해서 작업한다.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SARS와 같은 바이러스들을 부적절할 만큼 낮은 수준에서 작업하고 있었다. (참고로, 생물안전도에는 국제 표준이 존재하지 않아서, 나라에 따라서는 더 낮은 기준을 갖고 있다.)
한 실험에서 시젱리 박사팀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의도치 않게 강력한 SARS 계열의 바이러스를 만들어 냈다. 이 바이러스는 코로나19와는 별 관련이 없었지만, 인간의 특성을 가진 실험용 쥐의 폐와 뇌에서 1만 배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한 연구소의 학자들은 이런 바이러스를 BSL-2와 같은 낮은 안전도에서 취급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는 BSL-3로도 유출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 팬데믹이 2년 차에 접어들 무렵, BSL-3급 시설을 갖춘 대만의 연구실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취급하던 과학자가 감염되는 일이 있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대만에는 코로나19 환자가 없었는데 일어난 일이다. 게다가 그 과학자는 백신까지 접종한 상태였기 때문에 후각을 상실한 후에야 감염을 의심하고 검사를 받았다. 그러는 사이, 100명 이상과 가까운 접촉을 했다. 최고 수준의 생물안전도에서도 인간의 실수는 바이러스 노출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낮은 수준의 생물안전도에서 감염성 병원체를 취급하는 과학자들에게는 그 위험도가 훨씬 더 크다.
(앞의 글에서 이야기한) 디퓨즈 프로젝트를 위한 연구계획서 초안을 보면 우한 연구소는 바이러스 연구를 BSL-2 수준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경제적 효율성이 뛰어난"(즉, 적은 연구비로 많은 연구를 할 수 있는—옮긴이) 연구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를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의 랄프 배릭 박사는 "미국의 연구원들이 이를 보면 깜짝 놀랄 것"이라며, 인간의 세포에 침투할 수 있는 SARS 같은 바이러스를 취급할 때는 BSL-3 수준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메모를 남겼다. 훗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수백만 명을 죽인 후, 배릭 박사는 에코헬스의 피터 다스작 박사에게 보낸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 사람들은 국가가 정한 기준을 따랐고, BSL-2 환경에서 연구한 게 분명합니다. 물론 중국은 자체적으로 정책을 정할 권리가 있죠. 당신이 그 정도로 충분하다고 믿고 싶다면 그렇게 믿으셔도 좋아요. 하지만 저도 그렇게 믿을 거라 생각하지는 마세요. 그리고 제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BS, 개소리)를 해서 제 지능을 모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는 흔한 호흡기성 전염병과 마찬가지로 감염자에게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도 공기 중으로 쉽게 이동해서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킬 수 있다. 따라서 만약 이 바이러스가 2019년에 BSL-2 수준의 실험실에서 유출되었다면,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을 것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놀라운 사실이 하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입수하고 전현직 미국 관료들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시젱리 박사팀의 연구원 세 명이 2019년 9월에 코로나19과 같은 증상을 보이는 병을 앓았다. 그중 한 명은 디퓨즈 프로젝트 연구계획서에 이름이 올라온 사람으로, 바이러스 발견 작업의 책임자였다. 이들은 병을 앓았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4.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한의 수산물 시장에서 시작되었다는 가설을 뒷받침할 만한 강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2019년 12월, 중국의 조사팀은 바이러스가 하루 수천 명이 드나드는 중심가의 시장에서 등장했을 것으로 넘겨짚었다. 실태 조사를 하면서 이런 선입견(bias)을 갖고 있었다는 건, 그 시장과 무관하거나 그곳에서 멀리 떨어진 환자들을 놓쳤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중국 당국이 시장과 무관한 초기 발생 사례들의 보고를 막았다는 것이다. 당국은 생물안전 조치를 이유로 2020년 1월 3일, 환자에게서 채취한 시료들의 폐기를 지시했고, 그 바람에 코로나19 초기 사례를 살피는 일이 불가능해졌다. 2019년 11월부터 12월까지 일어난 수십 개의 발병 사례들에 관한 정보는 지금도 접근이 불가능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한의 시장에서 동물과 인간 사이의 접촉을 통해 일어났다는 주장을 가장 설득력 있게 제시한 건 2022년 '사이언스'에 발행된 두 편의 논문이다. 이 두 논문은 초기 발병이 일어난 위치에 주목하면서 이 바이러스가 2019년에 동물에서 인간으로 건너뛰는 일이 두 번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근래 들어 다른 과학자, 바이러스 전문가들이 그 두 논문의 주장을 반박하는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시장에서 발견된 증거들만으로는 감염이 사람들 사이에 일어났는지, 사람과 동물 사이에서 일어났는지 구분하기 힘들다.
게다가 현재 존재하는 유전자 데이터와 초기 데이터를 살펴보면 알려진 코로나19의 사례들은 모두 최초 한 번의 감염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우한의 시장에서의 발병은 아마도 바이러스가 인간들 사이에 확산되기 시작한 후에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그 시장이나, 그 시장의 공급망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이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 팬데믹이 우한의 화난 수산물 도매시장에서 시작되었다는 분명한 증거가 없는 한, 우한에서 등장한 바이러스는 이렇듯 독특한 사스 계열의 바이러스를 취급하는 실험실에서 나온 것이 분명해 보인다.
5. 야생동물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퍼졌다면 발견되어야 할 주요 증거들이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듯, 과거에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 과학자들은 그 바이러스의 자연적 발생 기원을 동물과 인간의 감염 경로를 보여주는 복수의 증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경우, 등장한 지 4년이 넘도록 그런 증거를 찾을 수 없다.
문제의 시장에서 동물 거래와 사람들에 관해 면밀한 조사가 이뤄졌음에도, 조사자들은 사람에게서 감염되지 않고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들의 사례를 발견하지 못했다. 과거 사스와 메르스(MERS)의 전염 때는— 20년 전이라 바이러스 포렌식 기술이 지금처럼 발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단 며칠 만에 그런 사례들이 발견되었다.
우한 연구소는 새로운 사스 계열의 바이러스를 발견, 추적하는 능력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사원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야생동물 매매 과정에서 발생했다면 나왔어야 할 주요 증거들을 수집하지 못했거나, 보고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조사원들은 직접적인 숙주가 되는 동물이 증상을 나타내기 전에 노출된 초기 사례를 확인하지 못했다. 야생동물을 매매하던 사람들의 항원을 살펴봐도 사스 계열의 바이러스에—과거의 사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자주 노출되었다는 증거를 볼 수 없었다.
최신 연구 기술을 사용하면 과학자들은 사스나 메르스, 독감과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가 동물들 사이에 퍼지면서 다른 종으로 옮겨가려고 반복적으로 시도를 반복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행히 이런 시도들은 대부분 실패해서, 다른 종으로 옮아간 후에는 작은 수의 감염을 일으키는 데 그치고 바이러스가 죽는다. 바이러스 전문가와 다른 과학자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경우 이와 반대로, 별다른 변이 없이 빠르게 사람과 동물들에게 퍼져나갔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한 번 옮겨지는 것만으로 팬데믹으로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은 언제,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었다. 어느 해, 수천 개의 도시 중 하나에서, 수만 개의 야생동물 시장에서, 수백 종의 바이러스 중 하나가 팬데믹으로 발전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한에서 등장한, 퓨린 클리비지 사이트를 가진 독특한 형태의 사스 바이러스였을 뿐 아니라, 생물안전도가 낮은 실험실에서 과학자들이 그것과 똑같은 디자인의 바이러스를 수집하고 만들어 내겠다는 연구계획서를 내놓은 지 2년이 채 되지 않아서 등장한 바이러스다.
자연적으로 종간 이동을 했다는 시나리오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는 우한 연구소에서 시젱리 박사팀과 다른 연구원들이 정확하게 어떤 연구를 했는지에 대해서 아직 전모를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 실험실에서 일어난 사고로 팬데믹이 일어났다는 것이 가장 보수적인 설명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을 고려하면, 모든 단서와 수사 역량을 동원해 우한의 과학자들, 그리고 그들이 협력한 해외 연구자들 사이에 주고받은 내용을 조사해야 한다. 그들이 공개하지 않은 연구계획서, 논문 초록, 데이터, 그리고 그들이 주문, 조달한 물품 등이 조사에 포함되어야 한다. 특히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코로나19가 등장하기 전 2년이라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이들이 교환한 내용을 살펴보면 많은 것이 밝혀질 수 있지만 (게다가 이런 식의 조사는 중국 정부가 협조하지 않아도 가능하다) 팬데믹이 시작된 지 4년이 지나도록 대중은 모르고 있다.
팬데믹이 우한의 연구소에서 시작되었든, 아니면 야생동물 시장에서 시작되었든,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가 전례 없는 수준의 사스 바이러스를 수집하고, 그 바이러스들의 감염력을 높이는 작업을 하는데 미국 연방 예산의 지원이 있었다는 건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파우치 박사를 비롯해 이들의 연구를 지지, 지원하던 사람들은 코로나19의 기원을 파악하고, 그런 위험한 작업이 가능하게 한 허점을 보완하는 작업에 협조해야 한다. 세계는 팬데믹을 불러올 수 있는 연구의 위험을 감수하는 일을 그만해야 한다.
팬데믹의 근본 원인을 성공적으로 조사할 수 있다면 수십 년 동안 진척이 없었던 병원체 연구의 안전과 관련한 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고, 향후 정부가 수십억 달러의 팬데믹 예방 비용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는 조사가 이뤄진다면, 바이러스 팬데믹을 일으킬 경우 책임을 질 수 있음을 보여줄 것이고, 앞으로 연구와 관련한 태만한 행동과 기만행위를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 세계 사람들이 그들의 지도자들—그리고 과학자들—이 세계를 뒤흔든 사건의 원인을 책임지고 조사하는 모습을 봐야 한다. 그렇게 해야 과학과 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조사를 철저하게 할 경우 내부고발자들이 용기를 내어 앞에 나설 기회를 찾게 될 것이고, 미국의 지도자와 과학자들이 팬데믹의 진실을 찾아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세계에 알릴 수 있을 것이다. 🦦
Edit 📬
뉴욕타임즈가 이 글을 발행한 후로 큰 반향이 있었다. 글 밑에만 1600개에 가까운 댓글이 달렸고, 그중에는 저자인 알리나 챈(Alina Chan)의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도,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다.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댓글 두 개만 봐도 그렇다. 하나는 진보의 편견(liberal bias) 때문에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나왔다는 가설을 무시한 것에 대한 반성이고, 다른 하나는 "글에서 제시하는 증거는 설득력이 있지만" 이런 주장을 왜 과학 저널에 게재하지 않고 신문사에 게재하느냐는 비판이다. 이런 주장에 과학적 리뷰가 없으면 정치적으로 보인다는 것.
그런데 오터레터의 번역문을 소개한 페이스북 계정에 이 글에 "논리적 헛점도 많고" 저자가 과거에 논란도 있었다는 반박 주장이 댓글로 달렸다. 그 댓글을 작성하신 분은 관련 연구자의 소셜미디어 포스팅을 링크해서 읽어볼 기회를 주시기도 했다. 이 반박 주장을 좀 더 살펴보고 다음주 초에 소개할 예정이다.
무료 콘텐츠의 수
테크와 사회, 문화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찾아냅니다.
유료 구독자가 되시면 모든 글을 빠짐없이 읽으실 수 있어요!
Powered by Bluedot, Partner of Mediasp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