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쓰신 책에 어떤 부자가 새로 설치한 변기들을 모두 버리라고 지시한 얘기가 나옵니다. 일하는 사람들이 사용했다는 게 그 이유였죠. 나머지 미국인들은 살 집을 구하기 힘들어서 고생하고 있는데 부자들은 공사하는 인부들이 먼저 사용했다는 이유로 멀쩡한 변기를 바꾸게 한 건데요. 혹시 작업을 마친 후에 결과물에 만족하시면서도 이런 걸 만드는 건 좀 지나치다 싶은 생각을 하신 적이 있나요? (웃음)

엘리슨: 네, 그렇게 생각할 때가 있어요. 저는 이 일을 43년 째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모두 대학교에 보냈고, 집을 사기 위해 받은 융자도 다 갚았으니 제가 먹고사는 일에는 도움이 되었죠. 하지만 이제는 제게도 책임이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세상의 문제 중에는 부동산, 주택업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들이 있죠. 기후변화 문제의 40%는 건설과 관련이 있어요. (멀쩡한 변기들을 버린 것처럼) 공사를 하면서 낭비하는 행위는 그만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깨끗하고 살 만한 주택에 적절한 비용으로 살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얼마 전에 워싱턴 D.C.에 가는 길에 뉴저지주 캠든(Camden)을 지났어요. 기차에서 바라보는 캠든 지역의 주택들은 1880, 1890년대에 지어진 것 같은데 곳곳이 부서졌고, 난방도 되지 않고, 아직도 납으로 된 파이프와 납이 들어간 페인트를 사용하고 있을 겁니다. 사람이 살 만한 곳이 아니에요.

뉴저지주 캠든의 주택 사정을 설명하는 영상

건축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사람들이 벗어나지 못하는 끔찍한 주거환경을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저는 아마 20년은 더 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제게 남은 시간 동안에는 좀 더 경제적이고, 저렴하고,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저는 아주 소수를 위해 일했다면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을 위해 일하고 싶어요.

진행자: 엘리슨 씨께서는 책에서 유능한 목수가 되는 데 15년이 걸렸고, 지금 하는 종류의 목공을 하는 데 다시 15년이 걸렸다고 하셨어요. 학습 과정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실수를 많이 했다고 하셨는데 그게 학습에 얼마나 중요했나요?

엘리슨: 모든 게 실수의 결과입니다. 바로 어제 있었던 일입니다. 어느 젊은 목수가작업을 하는 방식을 보고, 제가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렸어요. 그러지 말고 다른 방식으로 하자고 했죠. 그러자 그 친구가 제게 "이런 걸 어떻게 전부 아세요? 어떻게 배우신 건가요?"하고 물어보더라고요.

제 답은 뭐냐면요, 저는 할 수 있는 모든 실수를 다 해봤다는 겁니다. 처음에는 제대로 한 게 하나도 없어요. 아마 초심자의 운(beginner's luck)으로 실수를 안 했던 게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처음 이 일을 시작한 후에 거의 모든 작업에서 최소한 한 번의 실수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익힌 기술들은, 특히 제가 고안해 낸 기술들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만들어 낸 것들입니다. (웃음) 실수를 하면 그 대가가 엄청나기 때문이죠. 금전적인 손해만 나는 게 아니라 병원에 가야 하는 일도 생깁니다. 제 경력 전체가 제가 저지른 실수들 위에 만들어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작은 실수라면 작은 나무 조각으로 만회할 수 있죠. 하지만 제 책에도 썼다시피, 저는 센트럴파크 웨스트의 최고급 아파트에서 거대한 유리창을 깬 적도 있습니다. 유리창만 다시 사야 하는 게 아니라, 그걸 설치하기 위해서는 크레인까지 가져와야 합니다. 오래전에 한 실수지만, 그때 가격으로 2만 달러의 손해를 봤어요. 실수 하나가 엄청난 비용을 초래하는 게 이 비즈니스예요.

마크 엘리슨이 작업한 인테리어 (이미지 출처: The New Yorker)

결국 제가 일할 때 아주 작은 디테일인데 꼭 특정한 방법으로 하는 건 과거에 그걸 하면서 실수를 했기 때문입니다. 하루에도 골백번 일어나는 일인데요, 어떤 일을 하려다가 '아니지, 내가 하던 방식으로 해야 돼'라고 생각을 바꿉니다. 예전에 그 일을 하다가 사고를 쳤기 때문에 또 사고를 치고 싶지 않은 겁니다.

진행자: 청취자 한 분이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어떻게 하면 완벽주의 때문에 일을 끝내지 못하게 되는 걸 막을 수 있습니까? 열 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데, 제가 꿈꾸는 창의적이고 완벽한 해결책을 아직 찾지 못해서 진척되지 않는 것들이 몇 개 있습니다." 그러니까 '완벽한 해결책'과 '무조건 끝내야 해' 사이의 문제겠네요.  

엘리슨: 제 책의 한 챕터가 바로 이 문제를 이야기합니다. 제일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건 '완벽이란 없다(There's no perfect)'입니다. 저는 이 인터뷰를 하면서도 '완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실수로 그 단어를 입 밖에 낼 뻔했다가 멈췄어요. 왜냐하면 완벽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완벽이라는 건 처음에 말씀드린 통달(mastery)과 같은 영역에 있는 표현입니다. 저는 절대로 완벽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합니다. 미켈란젤로도 도달하지 못했다면 저도 할 수 없어요. 적어도 지금 봐서는 그럴 것 같지 않아요. (함께 웃음)

완벽을 얼마나 추구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어떤 프로젝트를 하고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답하고 싶어요. 순전히 자기를 위해서, 자기가 좋아서 하는 프로젝트("vanity project")가 있죠. 돈 때문에 하는 게 아니라, 예술적인 추구로 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이런 거라면 자기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기준을 적용해서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고도 자신의 한계를 보게 된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겁니다.

그런데 돈을 받고 하는 일이라면, 예산과 기한이 정해져 있고, 그 작업이 완성되기를 원하는 고객이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타협(compromise, 절충)은 불가피합니다. 그게 무엇이든 완성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타협을 해야 합니다. 고객에게는 제가 완벽한 작품을 만드는 것보다 프로젝트를 끝내는 게 더 중요합니다.

마크 엘리슨이 만든 가장 까다로운 계단 중 하나 (이미지 출처: The New Yorker)

저는 저자신에게 아주 높은 기준을 요구합니다. 저는 제 고객이 결과물이 완벽하다고 느끼기를 원합니다. 제 고객 중에는 제가 만든 결과물이 완벽하다고, 예술이라고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고객이 감탄하는 정도까지는 불가능한 게 아닙니다. 그런데 그런 칭찬을 듣는 저는 속으로 '예술 작품이기는 하지만 밑을 잘 들여다보면 스크래치가...' 이렇게 중얼거리죠. 저는 제가 만든 모든 것에서 잘못된 부분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진행자: 엘리슨 씨 본인의 내면에서 완벽을 추구하려는 목소리를 잠재우려고 애쓰는 것으로 들립니다.

엘리슨: 이중성을 갖고 사는 겁니다. 저 자신을 위해서 하는 프로젝트는 전적으로 즐거워서 하는 것이고 돈을 받기 위해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거의 고통스러울 수준으로 높은 기준을 적용합니다. 제가 원하는 재료를 구하기 전에는 만족하지 못하고, 제가 돈을 받고 하는 프로젝트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괴로운 게 뭐냐면요... 정말 정말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 수는 있지만, 그렇게 만들고도 여전히 실수한 게 엄청 많이 보인다는 겁니다. 그래서 다음에는 더 잘하려고 하고, 그다음에는 더 잘하려고 하는데, 그렇게 해도 제 작업의 단점이 보이고, 실수를 발견합니다.

진행자: 그러면 그런 과정에서 어떻게 평정심(마음의 평화)을 찾으시나요?

엘리슨: 나는 나라는 걸 인정하는 거죠. 내가 세운 기준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지금보다 좀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지금의 나는 지금의 나입니다. 그걸 인정하고 살아야죠.

마크 엘리슨 (이미지 출처: WW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