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젠 와이트: 이번에 발간하신 책에 따르면 어머니께서 의사이셨다죠. 그런데 어린아이 네 명을 키우면서 의과대학원에 들어가셨고, 사람들에게는 아이가 있다는 사실도 알리지 않았다고 하셨어요. 사람들이 그렇게 의사가 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할까 봐 알리지 않으셨다고 하는데, 이게 1960년대였습니다. 엘리슨 씨의 어머니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해내셨어요. 졸업생들 중에서 유일한 아이 엄마였죠.

어머니의 일과 삶이 엘리슨 씨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마크 엘리슨: 사람들은 세상에 많은 규칙(rules)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걸 알려주셨죠. 어머니는 피츠버그 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하셨는데, 이 의대에서 여성 지원자들을 차별한다고 소송을 당했죠. 그런데 어머니는 그 학교가 소송에 걸리기 한 해 전에 입학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여성이라는 이유로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던 시대에 그 기준을 넘은 거죠.

1971년 피츠버그 대학교 의과대학교 마취의학과 (이미지 출처: Department of Anesthesiology and Perioperative Medicine - University of Pittsburgh

그런데 그 학교에서는 제 어머니가 집에서 4살부터 9살까지의 아이들 네 명을 키우고 있었다는 건 몰랐죠. 지원서에 그걸 밝히게는 하지 않으니까요. (웃음) 그런데 저는 자라면서 항상 가족이 함께 식사했어요. 어머니는 매일 저녁을 차려주셨죠. 성인이 되고 보니 어머니가 도대체 그걸 어떻게 하셨는지 저는 상상도 못 하겠어요. 의대를 졸업하고, 의대 졸업 후에 인턴, 펠로우, 레지던트를 모두 거친 후 간절히 원하던 아동신경과 전문의가 되셨죠.

어머니는 그 직업을 정말 좋아하셨고, 아주 뛰어난 의사이셨습니다. 의학계에서 많은 업적을 남기셨고요. 제가 책에서도 제가 해낸 일을 이야기했지만, 지금의 저는 어머니의 작품입니다. 어머니가 제게 "세상에서 할 수 없는 일은 없다"라고 하신 건 어머니께서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셨기 때문이죠. 저희도 어머니의 그런 말을 믿었어요.

그런데 저는 16살 때 고등학교를 중퇴하는 바람에 다들 충격을 받았죠. (웃음) 그래서 저는 인생에서 뭔가 잘못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졸업은 하지 못하고 고졸 학력 증명서가 전부였거든요. 저는 뉴욕에서 이런저런 잡다한 일을 하며 살았죠. 무슨 일이든 닥치는 대로 했어요.

저는 일을 하는 것 자체를 좋아합니다. 아이스크림을 푸는 걸 좋아하고, 트럭 운전도 좋아하고, 트럭에서 물건 내리는 일도 좋아하고, 빗자루로 바닥을 청소하는 일도 좋아합니다. 빗자루질은 지금도 좋아합니다.

(이미지 출처: ABC News)

진행자: 빗자루질은 하시는 일에도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웃음)

엘리슨: 맞아요. 저는 문제가 안 풀리고 머리가 복잡해지면 빗자루를 들고 바닥을 쓸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생각이 정리되거든요.

그렇게 저는 새로운 일을 계속 시도하기를 반복했어요. 그러면서 다양한 기술을 습득한 거고, 그러기를 40년 넘게 하니까 다른 사람은 하려고 하지 않는 일들을 묶어서 저만의 틈새시장을 개척하게 된 겁니다.

진행자: 그럼 목공은 어떻게 시작하시게 된 겁니까? '목공이 내가 할 일이다'라는 걸 발견하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엘리슨: 고등학교 졸업식–졸업장을 못받았지만 졸업식장에는 갔었죠–에서 돌아온 후에 저희 반 친구의 아버지가 집을 리모델링하는 일을 도울 기회가 생겼어요. 그때만 해도 목공 일에 대해서 아는 게 없었죠.

물론 도구를 사용하는 법은 알고 있었어요. 제 아버지는 목수는 아니셨지만, 집에서 취미로 이것저것 고치고 만드셨기 때문에 테이블톱 같은 도구들이 집에 있었고, 저도 옆에서 사용법을 배웠거든요. 저는 7살 때 테이블톱을 처음 사용해 봤는데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테이블톱 작업은 목공일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일 중 하나로 꼽힌다–옮긴이) 그때야 뭐, 애들이 테이블톱 만지다가 손가락을 잃는 일이 생겨도 "너, 앞으로는 조심해야 한다는 거 배웠지?"하고 지나가던 시절이었죠. (웃음)

(이미지 출처: Hackaday)

그런데 친구 아버지인 집주인이 고용한 사람이 샘 클라크라는 아주 유능한 목수였어요. 이분은 일주일에 한 번 현장을 방문해서 저와 또 다른 한 사람이 해야 할 작업을 설명하고, 저희가 해놓은 작업 중에서 잘못한 부분을 고쳐주셨습니다.

저는 그 일을 하면서 너무 좋았어요. 하루의 작업을 끝내고 그날 해놓은 걸 돌아보면 아주 단순한 벽 하나를 설치했어도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어요. 내가 저 데크를 만들었다, 저 계단을 만들었다는 뿌듯함이죠. 물론 계단을 제가 만든 건 아니고 판을 붙이고 손잡이를 붙인 것뿐이지만 저는 그런 작업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습니다. 하루를 일한 후에 그날 내가 한 일을 볼 수 있다는 거, 그리고 하루 일을 마치고 난 후에 오는 기분 좋은 피곤함이 참 좋습니다. 저는 몸을 움직여 일하지 않은 날은 그 느낌을 갖지 못해 아쉽습니다.

저는 몸을 쓴 후에 오는 근육의 뻐근함을 좋아합니다. 그런 날은 침대에 쓰러져 잠을 자면서 나는 이렇게 쉴 만한 자격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프로그램 청취자 한 분이 이런 사연을 보내셨어요. 목공 일이 좋아서 10살 때부터 테이블톱으로 일을 했는데 (웃음) 나이가 서른이 되었고, 이제는 이 일을 전업으로 삼고 싶으시다고 합니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질문하셨어요.

엘리슨: 맞아요. 문제는 내가 그 일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받는 부분이죠. 가령, 저는 어릴 때부터 음악 연주를 좋아했어요. 지금도 하고요. 하지만 그걸로 돈을 벌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어요. 돈을 받기 시작하면 제가 음악을 즐기지 못하게 될 걸 알기 때문입니다.

제가 아는 뮤지션들 중에서 그렇게 프로가 된 후에는 음악을 더 이상 즐기지 못하게 되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음악을 연주해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자기가 싫어하는 음악도 연주를 해야 하니까요. 브로드웨이 뮤지컬 공연에서 곡을 연주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 사람들은 정말 뛰어난, 실력 있는 뮤지션입니다. 하지만 그걸로 돈을 받게 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즐기지 못하게 된 거죠. 그렇기 때문에 사연을 보내오신 분도 잘 생각하셔야 합니다. 어떤 분야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니까요.

제 경우에는 항상 돈을 받을 수 있는 일을 하다가 목공일을 하게 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목수는 꺼리는 작업을 맡다 보니 특이하고 까다로운 작업만 제게 왔습니다. 맨정신을 가진 목수라면 안 할 텐데 저는 했으니까요. 그런데 저밖에 하겠다는 사람이 없는 일을 20년 넘게 하다 보니 제게 가격 결정권이 생겼습니다. 허공에 붕 떠있고 속이 들여다보이는 계단을 만들고 싶은데 아무도 하지 않겠다고 하면 제가 할 테니 가격은 제가 결정하겠다고 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그렇게 엄청 어려운 작업을 원하는 집주인들은 보통 비용이 얼마나 되든지 개의치 않는 사람들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나무 계단 제작 비용보다 더 비싼 카펫을 사서 계단에 까는 사람들입니다.

마크 엘리슨이 작업한 인테리어 (이미지 출처: The New Yorker)

진행자: 그런 비싼 인테리어를 발주하는 사람들과 그걸 만드는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전혀 다른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인데요, 그런 경제적 계층 차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엘리슨: 인류 역사를 보면 세상에서 가장 좋은 물건은 가장 돈이 많은 사람들이 사용했습니다. 제일 좋은 인테리어는 최고의 부자들을 위해 만들어졌죠. 100% 그랬던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돈 많은 사람들이 제일 좋은 걸 사용한 건 맞습니다.

좋은 걸 만들려면 돈이 많이 들어가고, 그런 큰돈은 부자들이 갖고 있다는 건 엄연한 사실입니다. 가령 16세기의 조이너(joiner, 소목장, 목수)는 왕실에 들어갈 가구를 만들고 싶었을 겁니다. 왕실에 납품하는 사람이라면 사업적으로도 성공한 걸 의미하니까요. 박물관에 전시된 걸 보시면 대부분 부자를 위해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이게 인류의 경제가 돌아가는 방식입니다. 이건 제가 만들어낸 방식이 아닙니다. 저는 이 시스템에 태어나서 일하고 있을 뿐입니다.

게다가 부자들도 아주 다양하고 흥미로운 사람들입니다. 부자라고 이상한 사람들은 아니에요. 그렇게 큰 부자들은 어떤 사람들이냐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부자들도 다 달라요. 하지만 엄청난 현금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가진 특성들이 훨씬 더 크게 증폭되어 나타나게 되죠. 가령 인심이 후한 부자들은 어마어마하게 후합니다. 재단을 만들어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돈을 쓰죠. 반면 성격이 나쁜 부자들은 사람들을 분노하게 하는 일을 하는데, 돈이 많으니까 그렇게 화나게 하는 일을 남들보다 더 잘하죠.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 (이미지 출처: Vox)

'뉴욕 목수의 생각 ③'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