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엘리슨(Mark Ellison)은 유명인들의 목수, 뉴욕 최고의 목수로 통한다.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로빈 윌리엄스(Robin Williams) 같은 사람들이 그의 클라이언트였고, 건축가와 집주인이 짓고 싶어하지만 다른 목수들은 엄두를 내지 못하는 특이하고 까다로운 작업이 있을 때 부탁하는 사람이 엘리슨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 자기 일을 이야기하는 책을 내면서 방송을 타고 있다. 그가 등장한 인터뷰 중 하나를 골라 소개한다. 내가 자주 듣는 1A라는 프로그램이고, 진행자는 젠 와이트(Jen White). 이 대화는 유튜브에서 들을 수 있고, 아래의 내용은 대화를 문어 투로 바꾸고 이해하기 쉽게 약간의 편집을 더한 것이다.

진행자 젠 화이트: 엘리슨 씨에게는 "뉴욕 최고의 목수" 등의 다양한 호칭이 붙는데요, 다른 건 다 좋아도 마스터(master, 달인)라는 호칭만은 싫어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왜 이 호칭을 싫어하세요?

마크 엘리슨: 무엇인가에 통달했다는 것("mastery")은 사람들이 삶에서 도달하고 싶어 하는 거죠. 저는 자기가 하는 일에서 최고 중의 최고인 분들을 알고 있습니다. 살아오면서 자기 일을 정말 엄청나게 잘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그분들 중 아무도 자기를 '마스터'라고 부르지 않을 겁니다. 마스터라고 부르면 옛날 광고처럼 들려요, "목공의 달인 마크 엘리슨(Master carpenter Mark Ellison)"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죠.

제게는 마스터라는 표현이 제가 하는 일을 제약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저는 일을 할수록, 일을 하면서 배울수록, 그리고 더 다양한 작업을 할수록 제가 하는 일에 대해서 모르는 게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런데 제가 목공에 통달했다고 하면 저는 이미 목표에 도달했고, 완성한 것처럼 들리는데, 저는 이 직업을 완전히 이해했거나 "마스터"했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진행자: 사람들의 그런 기대치가 없을 때 훨씬 더 편하거나 흥미 있게 일하실 수 있는 걸까요?

엘리슨: 음... 맞아요. 이 일에 통달한 사람이라는 기대치가 없으면 저는 그저 다른 목수들과 마찬가지로 같은 길을 가는 사람인데, 어떤 일을 100퍼센트로 잘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이상하지 않나요? 화이트 씨가 하시는 방송인이라는 직업에 "마스터 방송인"이 있나요? (함께 웃음) 에드워드 머로우(Edward Murrow) 같은 방송인이면 그렇게 부를 수 있을까요.

진행자: 그분 정도면 뭐... (함께 웃음)

'American Masters'라는 PBS 프로그램에서 20세기 중반 미국의 대표적인 방송인 에드워드 머로우를 소개한 적이 있다.

엘리슨: 그런 분들을 만나서 "마스터이십니다"라고 하면 뭐라고 하겠습니까? 그분들은 처음에는 큰 문제 없이 일을 한다고 하고, 시간이 지나면 일을 자신 있게 한다고 말하고, 나중에는 꽤 잘하게 되고, 그러다가 아주 잘한다 정도로 말하면서 항상 여백을 둡니다. 자신이 지금 하는 것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성장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남겨두는 거죠.

일을 하다 보면 항상 새로운 작업을 만나게 됩니다. 끝이 없어요. 자기가 하는 일의 끝을 본 사람은 없습니다. 마스터 발레리나가 있나요? 사람들은 항상 더 많은 걸 원합니다. 그게 일이 가진 아름다움이죠.

진행자: 목공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하시는 일을 설명하실 때는 뭐라고 소개하세요?

엘리슨: 칵테일 파티 같은 곳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제가 목수라고 하면 사람들은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아요. (웃음)

진행자: (웃음) 아니, 자기를 소개했는데 왜 대화가 멈추는 거죠?

엘리슨: 그런 파티에 가면 배우나 뮤지션, 아티스트 같은 사람들이 많은데 제가 목수라고 하면 바로 그 방에서 가장 덜 흥미로운 사람이 되는 거죠. 게다가 목수라는 직업은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어요. 저는 그게 참 좋습니다. 저 자신에 대해서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건 참 좋아요.

그런데 사람들이 제가 하는 일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물어본다면... 가령 라디오 프로그램에 등장했는데 진행자가 자세히 물어본다면 (함께 웃음) 저는 제가 한 일, 특히 뉴욕에서 작업한 건물 중에서 건축적으로 뛰어나고 까다로웠던 사례를 소개합니다. 그런 일들은 저에게 오기 전에 이미 다른 목수들에게 의뢰가 간 건데, 다들 못 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그럼 어쩔 수 없네요. 마크에게 부탁합시다"라고 해서 제게 오거든요.

제가 전화를 받으면 "다들 이런 디자인은 나무로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네요"라고 하죠. 그런데 저는 시도할 걸 알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종류의 작업이 이런 거니까요.

마크 엘리슨(왼쪽). 주제와 무관한 얘기지만 신경의학자였던 올리버 색스(Oliver Sacks)도 다른 의사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만 받는 것으로 유명했다. (이미지 출처: Amazon, Pan Macmillan)

이런 작업들은 대개 눈에 확 띄는 요소("grand element")가 최소한 하나 이상은 꼭 있어요. 많은 경우 특이하게 생긴 계단이고, 희한한 모양의 창문이기도 하고, 문을 특이하게 만들기도 하고, 아치형의 천장인 경우도 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걸 설치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걸 만들었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하니까요.

심지어 그런 걸 만드는 저도 스스로 물어봅니다.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정말 해낼 수 있을까? 이거 해도 괜찮은 건가(Is this a good idea)?'

진행자: 그 둘은 어떻게 구분하죠? '해낼 수 있느냐'와 '해도 되냐'는 건 다른 질문처럼 들립니다.

엘리슨: 분명히 다른 질문입니다. 우선 '해도 되는 건가?'라는 질문을 생각해 보면, 이거 법에 위배되지는 않을까?, 이거 안전한 건가? 이거 만들었다가 사람이 죽으면 어떡하지? 라는 질문들입니다. 제가 책에서 어떤 계단 얘기를 했지만, 건축가의 도면대로 제가 만들었다가는 사람이 떨어져 죽을 디자인이었어요. 사람이 20 미터 아래로 떨어지고, 계단이 무너져 내린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런 프로젝트를 만나면 저는 안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결국 그 계단을 만들었어요. 설계의 많은 부분을 수정해서 가능한 일이었죠. 따라서 '이거 해도 되는 건가?'라는 질문은 위험하지 않은지, 불법은 아닌지에 대한 고려입니다.

또 다른 질문, '내가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경우가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됩니다. 강철이 사용되어야 하면 강철 재료를 다루는 전문가에게 전화하는 식으로 관련된 사람들에게 연락해서 "일상적인 프로젝트가 아니지만, 해낼 수만 있으면 재밌을 것 같다"라고 하죠. 저는 그런 걸 할 때 재미를 느낍니다.

엘리슨이 만든 대표적인 작품 (이미지 출처: WAMU)

진행자: 그렇다면 건축가가 하는 작업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엘리슨: 건축가는 직접 만들지 않고 도면을 그리죠. 제가 생각하기에 진정한 차이는 이렇습니다. 건축가는 만드는 건물에 큰 미적 비전을 가져옵니다. 그게 그들의 영역이죠. (목수인) 저는 그 영역에는 관여하지 않습니다. 물론 작은 디테일을 만드는 데 관여해서 건축가가 설계한 것보다 더 나은 결과물이 나오게 돕지만, 저는 "디자인(설계)"을 한다고 말하지 않아요.

저는 만드는 일을 합니다. (설계를) 실현하는 일을 하는 거죠. 설계 도면에 계단이 아무런 지지대도 없이 공간을 날아 올라가는 걸로 나와있으면 그걸 제가 만들어야 하는 겁니다. (함께 웃음)

진행자: 그렇게 어려운 작업이 있을 때 엘리슨 씨를 부른다면, 정말 틈새시장을 개척하신 것처럼 들리는데요. 그게 어떻게 가능한가요? '불가능한 작업이 있으니 마크 엘리슨에게 전화하자' 이러는 건가요?

작업 중인 마크 엘리슨 (이미지 출처: The New Yorker)

엘리슨: 30년 전에도 저는 맨해튼에서 고급 주택의 내부를 담당하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도 아주 이상한 디자인이나 아무도 하려 하지 않는 까다로운 작업이 나오면 저는 "제가 한번 해볼게요"라고 나섰어요. 그때만 해도 저는 회사에 소속되어 임금을 받고 일하는 목수였기 때문에 일을 망친다고 제가 물어내야 하는 건 아니었죠. 실제로 일을 망치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책에 그렇게 일을 망친 얘기가 많이 나와요. 그러니까 저는 회사에서 임금을 받으면서 특이한 작업을 하는 연습을 한 셈이죠.

제가 머리가 나쁜 건지, 누가 천정을 돔으로 만들고 몰딩을 두르는 식의 이상한 프로젝트를 가져오면 제가 나서서 시도했죠. 그런데 그런 작업이 정말 좋았어요. 왜냐하면 저는 똑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걸 싫어하거든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프로젝트가 끌렸고, 세상의 어느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방법을 만들어 내는 게 좋았습니다.


'뉴욕 목수의 생각 ②'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