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영화를 어떻게 읽느냐는 사람마다 다릅니다만, 저는 영화 '오펜하이머'를 관객에게 도발(provoke)하는 영화로 읽었습니다. 오펜하이머라는 인물에 대한 묘사가 그렇고, 원자폭탄 투하를 묘사하는 방법이 그런 도발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온라인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런 묘사를 두고 분노하는 걸 봅니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영화에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폭탄이 터지는 장면을 보여주지 않은 것을 두고 분노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LA타임즈의 영화 평론가 저스틴 챙(Justin Chang)은 그런 사람들의 주장에 반박하는 글을 썼어요. 제가 그 글의 일부를 읽어보겠습니다.

"우리는 예술과 스토리텔링에서 묘사되는 것이 반드시 작가가 지지(endorsement)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하지만 작품에서 묘사되지 않는다고 해서 작가가 그것을 지우려고 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는 그만큼 자주 듣지는 않는다. 그런데 온라인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은 영화가 보여주지 않으면 관객은 스스로 역사를 알 수도 없고, 공감을 할 수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영화 '오펜하이머'가 묘사하는 것을 두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관객은 무지하다고 즉각적으로 가정한다. 그들은 영화가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는 것들은 회피하려 하거나 실수로 빼놓은 것으로 생각하지, 감독이 오랜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