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글에서 AOC가 청문회에 나온 증인이 받은 수모에 항의하고 그에게 위원회를 대신해서 사과한 일을 이야기했다. AOC는 그 증인이 당한 것이 자신이 일상적으로 겪는 일, 아니 젊은 여성이 항상 겪는 일임을 알기 때문에 자신의 발언 시간을 써가면서 별도의 발언을 한 것이다.

그는 어떤 일을 겪고 있길래 그토록 분노했을까? 이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 2020년 일어났다. 국회의사당 앞에서 동료 의원에게서 "A fucking bitch"라는 말을 공개적으로 들었던 일이다. 아래는 당시의 사건과 그 사건 이후 AOC가 의회에서 발언한 내용을 옮긴 것이다. 이 글의 조금 다른 버전이 당시 '피렌체의 식탁'에 게재 되었다.


지난주 미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소식은 Black Lives Matter 시위도, 미국을 휩쓸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소식도 아닌, 미 연방 하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Alexandria Ocasio-Cortez, 뉴욕-민주당)의 10분짜리 발언이었다. 동료 남성 의원인 테드 요호(Ted Yoho, 플로리다-공화당) 하원의원으로부터 폭언을 들었다는 뉴스가 전해진 지 이틀 만에 한 의회 발언이다. AOC가 이 발언을 하는 영상은 큰 화제가 되었고, 각 매체들로부터 “시대에 남을 연설”, “AOC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 여성과 미국의 미래를 대표한다”는 극찬을 받았다.

특히 AOC의 연설은 여성들이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 차별과 폭력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었고, 폭력을 행사하는 남성들이 얼마나 쉽게 비난을 피해 아무 일 없이 넘어가는지를 낱낱이 드러내면서 인종주의와 함께 미국과 전 세계에 만연한 여성에 대한 폭력과 폭언을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2018년 11월에 뉴욕시 브롱스와 퀸즈에서 당선되어 2019년에 하원의원이 된 AOC는 논리정연하면서 폭발적인 연설과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한 소통, 그리고 빠르고 호소력 있는 이슈 선점으로 그 어느 민주당 의원들보다 강력한 팬덤을 만들어냈다. 요즘 같은 세상엔 인기가 많아질수록 적도 많아지는 게 당연한 일. 공화당 의원들을 비롯한 보수진영, 특히 트럼프 지지자들의 미움과 위협을 받고 있는 여성 정치인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1일, 미 연방의회 건물 앞에서 AOC와 마주친 테드 요호 의원이 AOC에게 느닷없는 폭언을 한 것이다. 과거 한국의 “막말 국회”를 이야기할 때마다 “점잖은 미국 의회를 보라”는 이야기가 빠짐없이 등장하곤 했지만, 이제는 그 말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2009년 미 의회에서 연설하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한 공화당 의원이 “거짓말쟁이(Liar)!”라고 외친 것이 좋은 예다.

하지만 요호의 욕설은 훨씬 더 큰 충격을 주었다. 그야말로 쌍욕이었고, 남성이 여성에게 던진 말이었기 때문이다. 아래 본문에도 등장하지만 영어에는 accost라는 단어가 있다. ‘(누군가에게) 함부로 다가가 위협적인 말을 하다’라는 무척 구체적인 의미를 가진 이 단어는 그 자체로도 무례함을 내포하고 있지만, 특히 여성에게 남성이 그렇게 하는 것은 아주 폭력적인 상황이다. 문제는, AOC도 이야기하듯, 이런 일들이 세상에는 너무나 흔하게 일어난다는 데 있다.

그런데 AOC의 연설은 그 일이 발생한 직후에 나온 것이 아니다. 그 사건이 언론에 꽤 크게 보도되고 심지어 공화당 내에서도 요호 의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자 요호가 의회에 나와서 사과 형식을 빌어 변명을 했고, AOC가 이에 분노해 이 연설을 하게 된 것이다.

요호의 변명은 이랬다. “언론이 내가 했다고 전한 험한 말은 사실이 아니며, 그렇게 이해했다면 오해를 일으키게 된 데 사과한다.” 미국인들이 흔히 말하는 non-apology apology, 즉 ‘시늉만 사과’를 한 것이다. 그러면서 한걸음 더 나아가 자신과 자신의 아내는 19살에 결혼한 뒤 가난을 뼈저리게 경험했다는 말을 길게 늘어놓으면서 “나는 내 열정과 하나님, 가족, 국가에 대한 사랑에 대해서 사과하지 않겠다. (I cannot apologize for my passion or for loving my God, my family and my country)”라며 짧은 발언을 마쳤다.

즉, 자신은 열정에 넘쳐서 그런 욕설을 했을 뿐이라는 말이었다. 특히 아내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비슷한 문제를 일으킨 미국 정치인들이 흔히 하는 이미지 전략의 하나로, ‘아내가 있는 사람이니 여성을 혐오하는 사람은 아니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이다.

이런 변명을 AOC는 어떤 논리로 반박했을까? 아래에 전문을 싣고 번역했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아주 뛰어난 연설임에도 불구하고 중간중간에 문장이 어색한 부분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즉, 이 연설은 AOC가 미리 준비해와서 읽은 게 아니라 발언대에 올라 원고 없이 전달한 것이다. AOC가 그만큼 뛰어난 연설가임을 보여준다.

먼저 앞부분은 이틀 전에 일어난 일에 대한 설명이다:

"의장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늘 발언 기회를 주신 것은 물론, 이번 주에 일어난 일과 관련해서 제게 다가와 지지를 표명해주신 양당의 많은 동료의원께도 감사드립니다. 약 이틀 전, 저는 국회의사당 건물 앞 계단을 오르다가 요호 의원과 마주쳤습니다. 요호 의원은 로저 윌리엄스 의원과 함께 있었고, 코너를 돌아 갑자기 제게 다가와 (위협적으로) 말을 걸었습니다. 미합중국의 의회 건물 앞 계단에서 말입니다.

저는 제 할 일을 하면서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을 뿐인데 요호 의원은 손가락으로 제 얼굴을 가리키며 제가 미쳤고, 제정신이 아니며, 위험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몇 걸음을 더 따라왔고, 제가 그의 말이 무례하다고 지적하자 그 자리를 떠나면서 무례한 건 저인데 자신을 무례하다고 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계속 걸어서 의사당 안에 들어와서 표결에 참여했습니다. 왜냐하면 제 지역구 유권자들은 제가 매일매일 그분들을 위해 싸워서, 그분들이 생계를 유지하고 가족을 부양할 수 있도록, 존엄을 유지하며 살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저를 이곳 의회로 보내셨기 때문입니다.

저는 다시 (의사당에서) 나왔습니다. 그곳에서는 기자들도 있었는데, 그 기자들 앞에서 요호 의원은 저를, 그가 사용한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자면, “나쁜 년(a fucking bitch)”이라 불렀습니다. 이게 요호 의원이 여성인 다른 의원에게 사용한 말입니다. 이건 뉴욕주 14번 선거구를 대표하는 의원에게 한 말일뿐 아니라, 이 나라의 모든 여성 의원과 모든 여성들에게 한 말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여성들은 평생을 살면서 형태와 방법과 모양은 달라도 이런 말을 듣게 되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가 이번 사건에 대한 설명인데, 다음은 AOC가 자신의 존엄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요호의 욕설은 자신을 다치게 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자신이 이미 그런 일에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여성으로서 강인함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이게 얼마나 일상에 만연한 문제인지 설명하는 아주 훌륭한 접근이다.

"제가 이건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요호 의원의 말은 제게 깊은 상처가 되지도, 저를 꿰뚫지도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노동자 계층의 직업을 갖고 일했던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식당에서 테이블 서빙을 했고, 지하철을 탔고, 뉴욕 길거리를 걸어 다녔습니다. 그런 제게 그런 표현은 낯설지 않습니다. 저는 식당에서 손님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요호 씨가 제게 한 것과 같은 말을 듣곤 했습니다. 저는 요호 씨가 사용한 것과 같은 말을 제게 했던 남자 손님들을 식당에서 내쫓았고, 뉴욕의 지하철을 타면서 같은 종류의 괴롭힘을 겪었습니다. 이는 전혀 낯선 일이 아니라는, 바로 그 사실이 문제입니다.

요호 씨 혼자 있었던 게 아닙니다. 그는 로저 윌리엄스 의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걷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단순히 한 번 일어난 일이 아님을 보게 된 것이 바로 그때였습니다. 이건 문화입니다. 이런 언행을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가는 문화이고, 여성을 향한 폭력과 폭력적인 말을, 그런 언행을 지지하는 권력구조 전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문화입니다.

공화당 의원들과 공화당 소속 단체장들만 제게 경멸적인 말을 한 것도 아닙니다. 작년에는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저 보고 다른 나라로 가라고 했습니다. 제가 미국인이 아니라는 뜻이 담긴 말이었습니다.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제가 의원 선서도 하기 전에 저를 두고 “저게 뭔지는 상관없고(whatever that is)”라는 말을 했습니다. 인간 존엄성을 해치는 언어는 항상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이 하나의 패턴으로 반복되는 것을 목도하고 있는 중입니다. 여성들을 향한 태도와 타인의 존엄성을 말살하는 패턴입니다."

그리고 여기부터가 연설의 핵심이다. “나는 괜찮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여성을 위해 침묵하지 않겠다”는 AOC의 결연한 태도가 등장한다. AOC의 이 연설이 큰 호응을 얻은 이유가 바로 이 태도다. 이 문제를 AOC 한 사람이 당한 것으로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여성이 겪는 문제로 초점을 가져간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작은 말들이 제게 깊은 상처를 주거나 분노하게 만들지는 않았고, 그래서 이 일을 생각해보던 저는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집에 가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항상 있는 일이잖아, 안 그래?’ 하면서요.

그런데 어제 요호 의원이 하원 발언대에 나와 자신의 행동에 대해 변명을 하기로 결정한 겁니다. 저는 그것만은 그냥 놔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저는 제 조카딸들이, 저와 함께 사는 어린 여자아이들이, 언어폭력과 더한 폭력의 희생이 된 여성들이 그걸, 그 핑계를 지켜보게 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나라 의회가 그 핑계를 적절한 것으로, 그 말을 사과로 인정하는 것을 지켜보게 할 수 없었습니다. 거기에 대해 제가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제가 사과를 받아들인 것으로 의회가 인정하는 장면을 지켜보게 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허락할 수 없었고, 그래서 제가 오늘 의원으로서 발언할 특권을 구하게 된 것입니다."

AOC는 아래에서 요호의 아내와 딸 이야기를 한다. 첫째, 그들을 방패 삼아 피하는 (다른 남자 정치인들과 똑같은, 뻔한) 수작을 하지 말라는 것이고, 둘째 당신의 아내와 딸들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하지 말라는 충고다. 요호가 꺼내 든 어설픈 방어수단을 빼앗아 들고 거꾸로 요호에게 요구하는 이 뛰어난 장치는 평소 AOC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에 상관없이 모든 여성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실제로 소셜미디어에 달린 많은 댓글들이 “나는 평소에 AOC를 좋아하지 않지만…”으로 시작하는 여성들의 공감 댓글이었다.

"저는 요호 의원의 사과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게 분명하니까요. 기회가 주어져도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고, 저는 여성들에게 욕을 하고 폭력적인 언어를 사용하고도 아무런 후회를 하지 않는 남성에게서 사과를 받으려고 오래 기다릴 생각도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문제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여성들을, 아내와 딸들을 나쁜 행동에 대한 핑계와 방패로 삼는 행동입니다.

요호 씨는 자신에게 아내와 두 딸이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요호 씨의 막내 딸보다 두 살 어립니다. 저도 누군가의 딸입니다. 감사하게도 제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셔서 요호 씨가 당신의 딸을 어떻게 대했는지 보지 못하셨습니다. 하지만 제 어머니는 요호 씨가 하원의 발언대에서 했던, 무례한 행동을 보셨습니다.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선 것은 제 부모님께 제가 당신들의 딸이고, 당신들의 딸이 남성들로부터 당하는 괴롭힘을 순순히 받아들이도록 키우시지 않았음을 보여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이 자리에서 드리려는 말씀은 요호 씨가 제게 입히려던 피해가 단순히 저를 향한 한 번의 사건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요호 씨가 어떤 여성에게든 그런 행동을 한다면, 그건 다른 남성들이 그의 딸들에게 그런 행동을 해도 된다고 허락하는 것입니다.

기자들이 있는 앞에서 그런 표현을 사용한 것은 그 표현이 그의 아내와 딸들, 그의 커뮤니티에 사는 여성들에게 사용되어도 된다고 허용하는 것입니다. 저는 그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당신의 견해가 무엇인지는 상관없습니다. 제가 그 견해에 얼마나 동의할 수 없는지, 그 견해가 얼마나 저를 분노하게 하는지, 혹은 제가 사람들이 타인을 비인격적으로 대한다고 얼마나 민감하게 느끼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렇게 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우리의 마음을 바꾸고 그 속에 증오를 심도록 허락하지 않겠습니다.

어느 남성에게 딸아이가 있다고 해서 그 남성이 훌륭한 사람이 되지는 않습니다. 아내가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이 훌륭한 남자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타인을 인격체로 대하고 존중하는 행동을 할 때 비로소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그렇듯 훌륭한 사람도 실수를 합니다. 하지만 훌륭한 사람은 진심을 다해 사과합니다. 훌륭한 사람은 체면 때문에 하는 것도, 표를 얻으려고 하는 것도 아닌, 잘못을 바로잡고 피해를 인정하여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요호 씨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저는 힘 있는 남자가 여성에게 다가가 위협적인 말을 한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보여주신 요호 씨에게 감사드립니다. 딸을 가진 남성이면서도 아무런 후회 없이 여성에게 위협을 할 수 있고, 아내가 있는 남자도 여성에게 위협적인 말을 할 수 있고, 사람들에게 보이는 사진 속에서는 가정이 있는 따뜻한 남자로 비치는 사람이 아무런 후회도 없고, 책임도 지지 않은 채 여성들에게 폭언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셨습니다.

이런 일은 이 나라에서 매일 일어납니다. 이 나라의 국회의사당 계단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이런 일은 이 나라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여성들에게 상처를 주고, 그 말을 우리 모두를 향해서 할 때 일어납니다. 제 이야기를 들어주신 동료 의원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