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의 손님
• 댓글 12개 보기며칠 전 "스웨덴 친구 집에 놀러가면 밥을 주지 않는다"는 얘기가 온라인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바로 아래의 내용이 큰 충격을 주었다. (아래 한국어 트윗 스크린 캡처는 페친인 이승환님의 포스팅에서 한 번에 가져왔다.)
이게 설마 사실일까 싶을 만큼 충격적인데, '동쪽의 피터'는 아래의 글을 보고 쓴 것으로 보인다.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부모가 친구(자기네 아이)만 불러서 밥을 먹이더라는 것. 그런데 이름을 보아 스웨덴 사람으로 보이는 사람(정정: 유명한 가수 자라 라르손)이 이를 인용해서 다음과 같은 트윗을 했다: "우리 집도 이럴 가능성 100%. 다른 집에 갔는데 그 집 식구들만 밥을 먹고 나는 그냥 같은 공간 안에 있는 일은 아주 아주 흔해서 슬프지도 않음. 그냥 문화가 원래 그래ㅎㅎㅎㅎ"
그런데 이 논쟁의 원인 제공자로 보이는 그림(아래 지도)을 보면 스웨덴만 그런 게 아니고,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그리고 독일 북부도 "손님에게 밥을 주지 않는 나라"에 포함된다. 하지만 "줄 가능성이 적은 나라"까지 포함하면 여기에는 영국 남부, 독일 전체, 벨기에, 프랑스 북부, 스위스, 오스트리아도 포함된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엽기적인 이야기도 있다. 네덜란드 친구에게서 커피를 한 잔 대접받았는데 커피값을 달라고 했다거나, 밥을 해줬는데 (역시 네덜란드 친구가) 재료값을 달라고 했다는 얘기.
생각해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전 세계 대부분의 문화권에서는 식사시간이 되면 찾아온 손님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밥을 주지 않는 문화에도 정도 차이가 있듯, 밥을 주는 문화에도 정도 차이가 있다. 가령 아래의 트윗이 사실이라면 손님 접대에 극도로 후한 아랍권에서는 인구조사원에게도 밥을 대접하는 나라도 있다.
그런데 위의 지도가 큰 인기를 끌었던 레딧(Reddit)의 포스트에 흥미로운 댓글이 달렸다. 지도 내의 범례를 보면 손님에게 밥을 주느냐, 아니냐를 4개의 '등급'으로 표시하고 있는데, 잘 보면 이탈리아에 속한 시칠리아섬의 색은 조금 다른 파란색이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그린 사람의 실수인 듯한데 누가 장난처럼 "시칠리아는 왜 다르냐"라는 질문을 했다.
그런데 이런 긴 글이 등장했다. 시칠리아에 사는 어느 집에 손님으로 가면 벌어지는 일이라면서, 이 얘기는 만들어낸 것도, 과장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글 중간중간에 f-word 욕설이 찰지게 들어가기 때문에 느낌을 살리기 위해 번역해서 넣었으니 이해해주시길.
시칠리아는 별도의 색깔로 표시해야 해.
자, 이런 식이야. 니가 그곳의 어느 집에 손님으로 갔다고 해봐. 그럼 그 사람들은 자기 친척들을 불러. 니가 거기에 갔는데 집안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는 건 무례한 일이거든.
그렇게 해서 그 집의 친척들이 찾아오면 그냥 오지 않고 뭐라도 하나 특별한 걸 들고 와. (그날 그 집에 찾아온 손님이 가져온 선물 같은 것도 너한테 주려고 가져오는 식인데) 가령 방금 딴 토마토를 가져왔다고 치자. 그럼 그 사람들은 도착하자마자 그 자리에서 그걸로 토마토소스를 만드는 거야. 그리고는 파스타에 부어. 니가 점심을 먹었다고 해도 상관 안 해. 아니, 진짜로 방금 전에 다섯 가지 코스가 나오는 식사를 끝냈다고 해도 그 사람들은 그냥 파스타를 만들어. 씨발 토마토를 가져왔는데 버릴 수는 없는 거 아니냐는 거지. 토마토가 아니라 바다 달팽이나 속을 채운 파프리카 요리(stuffed peppers), 뭐 그런 걸 수도 있어.
그래서 그걸 먹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인간이 집 밖에서 시칠리아 사투리로 뭐라고 막 소리를 질러. 넌 못 알아듣는데 같이 있던 다른 사람들은 그 소리에 얼굴이 환해지면서 우르르 몰려나가. 그러고는 신선한 리코타 치즈를 사서 들고 들어와. 그날 아침에 방금 만든 거라 아직 온기도 사라지지 않았어.
그리고 너한테 강제로 먹여. 왜냐고? 씨발 신선한 리코타 치즈거든. 거기에 마르지판(marzipan) 쿠키와 아몬드 컵케이크 같은 것도 같이 주는 거야. 왜냐고? 이제 오후 간식을 먹을 시간이고, 씨발 너는 손님이잖아.
가만, 아순타 고모가 안 보이네? 생각해보니 파스타 먹고 나서 리코타 먹는 사이에 사라지셨더라고. 그런데 어디선가 5리터짜리 올리브 오일을 들고 돌아오시는 거야. 왜냐고? 니가 먹으면서 지나가는 소리로 올리브 오일 얘기를 했잖아. 그래서 고모는 자기 아들, 그러니까 니 사촌 비토리오를 불러서 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올리브 오일을 한 병 가지고 오라고 하신 거지. 비토리오는 그걸 또 운전해서 가지고 왔더라고.
이 올리브 기름은 이분들이 바로 지난 달에 나무에서 딴 올리브로 만든 거야. 그런데 니가 올리브 기름 샘플도 한 병 없이 돌아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왜냐고? 씨발 너는 손님이고, 손님을 빈 손으로 가게 하는 건 짐승만도 못한 일이니까.
자, 이쯤이면 아마 너는 너무 많이 먹어서 혼수상태에 빠져들 거야. 너는 "아, 죽을 거 같아요" 혹은 "자야 할 거 같아요"라고 중얼거리겠지.
그럼 모여있던 사람들이 불만을 터뜨리지. 왜냐면 이제 저녁 먹을 시간이 다 되어가고, 할머니는 점심때 먹고 남은 걸로 파스타 엥카시아타(pasta 'ncasciata, 시칠리아 풍의 오븐 파스타)를 만들고 있는데 씨발 어떻게 그걸 안 먹냐고, 니가 손님인데. 그래도 정 먹지 못하겠으면 페페 고모부가 지난주에 만든 리몬첼로를 좀 마셔. 그럼 먹을 수 있게 돼.
결국 그분들도 니가 피곤한 상태가 된 걸 인정하고 잠자리를 마련해주지. 그분들은 자기 침실을 너한테 주고 다른 데 가서 주무실 거야. 너 혼자 쉴 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왜냐고? 씨발 넌 손님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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