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산 게이 이야기 ④
• 댓글 2개 보기진행자: 그때까지만 해도 여성들과 있으면 더 안전할 거라는 순진한 생각을 했다고 쓰셨어요. 생각하셨던 것과 달랐나요?
록산 게이: 안전했던 건 맞아요. 여성에게서 폭행을 당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말이죠. 하지만 '안전'에도 여러 종류가 있죠. 제가 순진하고 무지했다는 건 여자들은 내게 상처를 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는 점이죠. 저는 여자들은 제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을 줄 알았던 거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어떤 사람이 관계 속에서 나를 어떻게 취급할지는 정말 겪어봐야만 하는 거니까요. 제가 나쁜 관계들을 오래 겪어봐서 하는 말입니다.
진행자: 관계에서 많은 위험을 감수하신 것처럼 들립니다. 그런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상황에 자신을 맡기신 듯해요. 비판적으로 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웃음)
록산 게이: 아, 저는 비판으로 받아들이지 않아요.
진행자: 하지만 인터넷에서 알게 된 사람에 대해 충분히 알기 전에 멀리까지 여행해서 찾아가 만나는 건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이죠.
록산 게이: 맞아요.
진행자: 여기에서 장거리 여행은 미국의 절반을 가로지르는 여행이고요.
록산 게이: 비행기를 타고 갔으니까요. (웃음)
진행자: 네.
록산 게이: 맞아요. 인터넷이 어떤 곳인지 아는 지금 그때를 돌이켜보면, 제가 죽거나 다치지 않은 게 신기해요. (웃음) 하지만 그때는 인터넷도 지금과 같지는 않았다는 것도 얘기해야 할 것 같아요. 물론 그때도 이상한 사람들은 있었죠. 하지만 지금 같지는 않았어요.
사람들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흥분했죠. 당시만 해도 문자 기반이었기 때문에 지금과는 달랐죠. 지금보다 안전했는지는 모르지만 더 안전하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그렇게 사람들을 만나는 게 괜찮다고 느꼈죠. 그리고 제가 제 스스로를 거의 돌보지 않았어요. 그래서 위험한 곳에 제 자신을 내맡겼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인터넷이 문자 기반이었다는 말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도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얘기로 돌아갑니다.
록산 게이: 정확히 그렇죠.
진행자: 그러니까 자신을 물리적으로 드러내기 전에 누군가를 만나서 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거네요.
록산 게이: 맞습니다. 게다가 제가 글을 쓰는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글로 대화하는 건 전혀 문제가 없었죠. 저는 로맨틱한 이메일을 보내요. 제가 그걸 아주 잘합니다.
진행자: (웃음).
록산 게이:...저는 글로 충분히 표현할 기회가 있으면 사람들을 (글로, 온라인에서) 만나 저에 대해 특별한 생각을 갖게 하거나 제게 관심을 갖게 만들 수 있어요. 오프라인에서 저를 보고 제 몸에 대해 평가를 하기 전에 말이죠. 그러니 제게는 (온라인이) 큰 매력이었죠.
진행자: 하지만 처음으로 그 사람들 집에 찾아가거나 음식점에서 만나 그들이 게이 씨를 처음으로 보게 되면 어땠나요? 그 사람들이 게이 씨의 몸을 봤을 때 말입니다.
록산 게이: 음, 저는 제가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 아주 조심했어요. 그리고 사람을 실제로 만나기 전에 제가 어떤 모습인지 분명하게 인지시킵니다. 그때는 없던 표현이지만 캣피싱(catfishing, 온라인에서 정체를 숨기거나 속이고 사람을 만나는 일–옮긴이)을 하지는 않았어요. 저도 캣피싱을 당하기 싫으니까요.
따라서 전반적으로는 나쁜 경험이 아니었어요. 무서운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다행입니다.
록산 게이: 맞아요.
진행자: (웃음) 이렇게 쓰셨어요, "남자들이 내 몸에 나쁜 짓(terrible things)을 하게 허락했다. 나에게 상처를 주는 걸 허락했다. 이미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다."
체구를 키우고 힘을 키워서 더 이상 상처를 받지 않고 스스로를 보호하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그렇게 해서 남자들이 게이 씨에 대해 성적인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그래서 공격하지 못하게 하겠다고요. 그것과 이 내용은 상충하지 않나요?
록산 게이: 저는 모순 덩어리였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라고 허락한 것과 허락하지 않은 것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저는 남자들에게 그런 일을 하게 허락할 수 있음을 즐겼어요. 저는 된다, 안된다를 제가 말할 수 있는 게 좋았습니다. 제가 지금보다 어렸을 때는 그게 제게 아주 중요했어요. 지금도 중요합니다만, 그때는 그게 전부였어요.
그리고 저는 그런 통제권을 좋아했어요. 그게 저로 하여금 제 몸 안에서 살아있다는 느낌을 갖게 해주는 방식, 다른 때는 느껴본 적 없는 그게 좋았습니다. 저는 십 대 시절, 그리고 20대 시절의 대부분 제 몸과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런 종류의 만남을 하게 되었는데, 그럴 때면 저는 제 몸과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리고–그렇게 보이지 않았겠지만–제가 분명한 통제권을 갖고 있다고 느꼈어요.
진행자: 12살 때 성폭행을 당한 일을 언제 부모님께 말씀드렸나요?
록산 게이: 부모님은 '타임'에 제 이야기가 나왔을 때 알게 되셨어요.
진행자: 게이 씨에 관한 피처 기사였나요?
록산 게이: 네, 제 책 '나쁜 페미니스트'가 나오기 직전인가, 그즈음에 '타임'이 저에 관한 기사를 냈어요. 제 아버지는 그때 처음 알게 되셨어요. 그리고 어머니와 그 얘기를 나누셨죠. 어머니는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하셨어요. 어머니가 언제, 어떻게 알게 되셨는지는 모릅니다. 제 생각에는 제 남동생 중 하나가 말씀드렸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것도 2014년이니까 최근 일이에요. (이 인터뷰는 2017년에 했다–옮긴이)
진행자: 오, 그럼 아주 최근이네요.
록산 게이: 넵.
진행자: 그분들에게 직접 말씀드리지 않고 잡지를 통해 그 사실을 아시게 하니 어땠나요?
록산 게이: 불편했어요. 기분이 좋지 않았죠. 저는 그 기사가 나오는 걸 알고 있었는데 그 일에 관해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를 몰랐고, 그래서 그냥 수동적인 태도를 취한 거죠. 여러 가지 의미에서 그분들이 아시게 된 건 좋지만 아버지가 상처를 받으신 걸로 압니다. 그럴 만하죠. 아버지는 왜 이야기를 하지 않았느냐고 하셨어요. 우리가 뭐라도 했을 텐데, 그 애들을 처벌할 수 있었는데, 라고요.
아버지는 저를 무척 아끼세요. 제 부모님은 두 분 다 저를 사랑하시고, 저도 부모님을 사랑합니다. 그래서 (그 사건을 알게 하는 것이) 더욱 힘든 일이었어요. 하지만 부모님이 저를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과 그 일에 대해 많은 대화를 한다는 건 아녜요. 부모님과는 매일 대화하지만 그 일을 이야기하지는 않아요. 지금 그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30년이 지난 일입니다.
진행자: 부모님께서 게이 씨의 책(헝거: 몸과 허기에 관한 고백')을 읽으실 것 같으세요?'
록산 게이: 읽지 마시라고 말씀드렸어요.
진행자: 부모님을 보호하시기 위함인가요?
록산 게이: 네, 그분들을 보호하려고요. 그 책에 부모님이 아시면 안 될 내용이 있는 건 아니지만, 제 어린 시절이 어땠는지를 알고 싶지 않을 것 같아요. 물론 전반적으로는 알고 싶을 것 같아요. 하지만 디테일은 알고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진행자: 체구 때문에 여행할 때나 무대에 오를 때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셨어요. 책에도 좀 쓰셨고요. 가령 여행할 때 어떤 것들이 불편한지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나요?
록산 게이: 음, 아시다시피 요즘 비행기 여행은 정말... 라디오에서 욕을 하면 안 되니 못하겠지만, 비행기 여행은...
진행자: 이제까지 들은 이야기를 생각해보면 왜 욕을 하고 싶은지 이해가 갑니다. (두 사람 웃음)
록산 게이: 요즘 비행기를 타는 건 악몽 같은 일이죠. 그리고 비행기 좌석, 특히 이코노미석은 점점 더 작아져요. 과체중인데 비행기를 타려면 옆에 앉은 사람을 신경 써야 하죠. 편하게 앉으려면 팔걸이를 들어 올려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옆사람의 좌석을 침범하게 되죠. 그러니 문제가 커지는 거예요.
그래서 아예 좌석을 두 개 구매해야 합니다. 항공사에서도 (과체중인 사람들은) 비행기 좌석을 두 개 사는 걸 권하고, 옆에 앉을 사람도 당연히 우리가 그렇게 하기를 바라죠. 그런데 정작 그렇게 좌석표를 두 개 사잖아요? 그럼 항공사에서는 그걸 처리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요. 그러니 계속해서 답답한 문제가 생기고 수치스러운 일을 겪게 됩니다.
진행자: 처리할 준비가 어떻게 안 되어있다는 건가요?
록산 게이: (티켓 두 장을 사서) 보딩하게 되면 보딩패스도 두 장이잖아요. 그런데 게이트 직원은 왜 한 사람이 보딩패스를 두 장 들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정말 90%의 게이트 직원들이 저를 멍하니 쳐다보면서 "왜 티켓이 두 장인가요?"하고 물어요. 제가 한 장만 사서 들어가고, 그래서 다른 승객이 불평을 하는 일이 생기면 티켓을 두 장 사라고 말하는 항공사들이 정작 두 장을 사면 그런 소리를 합니다.
그렇게 자리에 앉은 후에 승객들의 머릿수를 세죠. 그러면 한 좌석이 비어 있는 겁니다. 하지만 (제가 두 좌석에 앉았으니) 빈 게 아닌데 말이죠.
진행자: 맞아요.
록산 게이: 제가 샀으니까 비어있는 거죠. 제가 팔걸이를 들어 올리고 앉으려고, 시빗거리를 만들지 않으려고 샀죠. 그런데 그걸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서 지연이 발생합니다. 어떤 때는 제게 찾아와서 "일행이 오시나요?"하고 물어요.
저는 (티켓을 두 장 사라고 하지 말든가, 두 장을 산 사람에게 그런 질문을 하지 말든가) 하나만 하라는 겁니다. 뚱뚱한 사람들에게 티켓을 두 장 사라고 해놓고 룰대로 한 사람에게 아무런 예의도, 이해도 없이 그러면 안 됩니다.
마지막 편 '록산 게이 이야기 ⑤'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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