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의 안정성
정권의 안정이란 우스운 거라서, 오늘까지 멀쩡하던 정권이 하루 만에 날아가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익명을 요구했던) 러시아의 역사학자는 모스크바에 거주한다. 그는 1980년대 공산당 정치국(Politburo) 사람들의 모습을 기억한다. "그 사람들은 전부 똑같아 보였어요. 그들이 하는 공식적 발언이든 뭐든 각 개인이 다르게 생각한다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었죠." 그런데 고르바초프만은 생각을 다르게 했던 것 같다. 그가 집권한 이후로 각종 개혁 정책을 추진했고, 결국에 가서는 소비에트 연방이 사라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권위주의 정권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기 전까지는 멀쩡해 보인다.
켄달-테일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면전을 시작한 지 일 년이 되던 때 전문가들을 모아 푸틴 정권의 안정성 변화를 추적할 수 있는 지표("stability tacker")를 만들었다. 이 지표에는 정권을 지탱하는 10개의 핵심 요소가 있는데, 이 요소는 "푸틴에 대신할 인물의 부재"부터 러시아인들이 가지고 있는 "러시아는 포위된 성채(fortress)"라는 마인드까지 다양한 내용을 포함한다. 이 요소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강해졌는지, 약해졌는지를 살펴봄으로써 푸틴 정권이 안정적인 쪽으로 가고 있는지, 불안정한 상황으로 가고 있는지를 살피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