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장벽이 세워져도 개입을 꺼렸던 케네디가 베를린으로 달려가 서베를린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연설을 하는 과정을 읽으면서 우크라이나가 떠오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크라이나를 다시 자신의 손안에 넣으려는 러시아가 2014년에 크름(크림) 반도를 합병하고 뒤이어 동부의 돈바스 지역을 점령하는 과정은 흐루쇼프가 베를린 장벽이라는 과감한 행동을 통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의 개입 의지를 시험하는 과정과 아주 흡사하다.
2014년 미국의 대응도 1961년과 비슷했다. 서방 국가들은 푸틴의 도발을 두고 긴장했지만,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우크라이나가 직접 싸우지 않는 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포함되지도 않은 나라에 군대를 보낼 명분도 없었기 때문에 미국은 그 이후로 군사 고문단을 보내는 등의 조용한 원조(트럼프는 이마저도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보류하겠다고 위협했다)를 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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