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변이와 화이자 백신의 수수께끼
• 댓글 남기기1) 이스라엘 보건부의 발표
지난 월요일(5일) 이스라엘에서 걱정스러운 뉴스가 나왔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텍이 공동 개발한 백신(이하 '화이자 백신')의 델타 변이에 상대로 한 감염을 예방하는 효과(effectiveness)가 64%밖에 되지 않는다는 이스라엘 보건부의 발표였다. 심각한 증상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막는 효과는 94%로 여전히 높았지만, 이 역시 접종 초기의 97% 보다는 내려갔다고 한다.
이스라엘 측은 보건부에서 사용한 조사방법론을 설명하면서 백신 접종자와 비접종자들의 감염률을 동일 기간 비교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세계에서 가장 일찍 60%를 넘은 국가로, 8일 현재 국민의 66%가 백신을 접종을 마친 상태. 그런데 이번 주 들어 이스라엘에서는 확진자가 하루 3백 명 대로, 지난 한 달 동안 하루 10명 선이었던 것에 비해 30배나 증가하면서 델타 변이에 긴장하고 있다. 이번 발표가 나온 배경이다.
2) 화이자가 보인 뜻밖의 반응
의학계는 이스라엘 보건부의 발표에 다소 놀라운 반응을 보였다. 발표가 나오기 바로 일주일 전만 해도 화이자와 모더나의 mRNA 백신의 효과가 수년 동안 지속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연구 결과가 네이처에 나왔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발표 직후 같은 백신을 접종한 다른 나라들에서는 이스라엘과는 다른 결과를 얻었다는 기사도 나왔다. 영국에서는 화이자 백신이 델타 변이를 상대로 88%, 캐나다에서는 87%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데이터 수집이 정확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연구, 조사로 얻어지는 데이터이기 때문에 모든 결과가 100% 일치할 수는 없다는 점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하버드 대학교의 마크 립스티치 교수는 "다섯 개 연구의 결과와 한 연구의 결과가 서로 다르다면 다섯 개 연구가 말하는 쪽을 신뢰하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다소 뜻밖인 것은 이 백신을 만든 제약회사의 반응이다. 지난 목요일, 화이자는 델타 변이와 관련한 이스라엘의 데이터를 언급하면서 부스터(booster)샷, 즉 세 번째 도스를 개발해서 현재 임상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고 밝혔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델타 변이를 막을 수 있는 업그레이드 버전의 백신을 개발 중이라고 발표했다. 거기에 더해 백신의 면역 효과는 6개월 후부터 감소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덧붙였다.
하지만 화이자의 입장과 달리 FDA와 CDC에서는 "백신 접종을 모두 마친 사람들은 현재 부스터샷이 필요 없다"고 발표했고, "FDA, CDC, NIH(국립보건원)에서는 과학에 기반한 엄중한 절차를 통해 부스터샷이 필요한지를 결정할 것"이라며 화이자의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자세를 취했다. 즉, 백신을 개발한 제약사는 자사의 백신이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는 이스라엘의 발표에 동의하고 '한계'를 인정하는 듯한 태도인 반면, 방역 당국은 백신의 효능을 옹호하는 모습이다.
3) 부스터샷의 필요성
코로나 백신이 홍역 등의 백신과 달리 그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일찍부터 나왔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을 찾기 힘들고, 효과의 지속을 위해서는 언젠가는 부스터샷을 맞아야 할 거라는 사실은 앤서니 파우치 박사도 여러 차례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위의 인터뷰에서 파우치 박사는 "현재까지 이루어진 추적조사(follow-up studies)에 따르면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효과는 최소 6개월 동안, 아마도 8개월이나 그 이상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이제 접종을 시작한 지 1년이 되지 않았다. 따라서 (효과가) 1년, 혹은 2, 3년을 지속되기를 바라지만, 그렇지 않다면 부스터샷을 맞아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 다른 인터뷰에서도 파우치 박사는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NIH는 제약회사들과 함께 백신의 효과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시점을 살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화이자가 이스라엘 보건부의 데이터를 두고 "우리는 부스터샷을 준비하고 있다"고 발표한 것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고, 그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하지만 화이자는 그 발표를 한 이후로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이유가 뭘까?
4) 제약회사의 이해관계
뉴욕 벨뷰 병원의 감염병 전문의인 셀린 군더 박사는 "현재 돌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들을 보면 (화이자, 모더나 같은) mRNA 백신에 부스터샷이나 세 번째 주사가 필요하다는 근거가 없다"면서 "그 정도가 아니라, 앞으로도 부스터샷이 정말로 필요한가에 대해서도 많은 의사가 의문을 제기한다"고 했다.
뉴욕의 웨일 코넬 의대 바이러스 전문의인 존 무어는 더 직접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화이자는 이스라엘에서 나온 아주 초기의,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undigested) 데이터를 두고 이런 발표를 한 것은 기회를 잡으려는 것처럼 보인다(looks opportunistic)." 아직 동료심사(peer review)도 받지 못한 결과를 두고 잽싸게 부스터샷은 물론, 업그레이드된 백신 개발 계획까지 발표하는 것은 결국 백신을 판매하기 위한 포석처럼 보인 것이다. 참고로, 화이자가 올해 첫 3개월 동안 백신으로 올린 매출액은 우리 돈으로 4조 원, 순익은 수천 억 원에 달한다. 부스터샷을 통해 얻게 될 이익의 규모를 짐작해볼 수 있다.
하지만 부스터샷을 맞아서 나쁠 게 없는데 굳이 화이자의 발표를 비난할 일은 아니지 않느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작년 초 미국에서 있었던 마스크 논란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5) 방역 당국의 고민
작년 봄 코로나19가 미국 내에 확산될 무렵 미국의 CDC와 파우치 박사는 "코로나19 증상이 없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고 발표했었다. 마스크 착용에 익숙하지 않은 미국인들은 그 권고를 따랐지만, 마스크에 익숙한 동아시아(한국, 중국, 일본)계 사람들은 그 권고를 무시하고 고국에서 마스크를 조달해서 쓰고 다녔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파우치 박사는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써야 한다"며 권고 내용을 번복했고, 이를 두고 지금도 일부에서는 '파우치 박사의 실수'라고 공격하고 있다. 이게 정말로 파우치 박사의 실수였을까?
자신이 "말을 바꿨다"는 공격에 대해 파우치 박사는 단호하게 반박한다. 자신은 과학자이고, 과학은 어디까지나 데이터를 통한 검증을 거쳐야 하는데,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고 했었을 때만 해도 무증상 감염자가 바이러스를 퍼뜨린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무증상 감염자도 바이러스를 전파한다는 데이터가 쌓인 후에는 마스크를 쓰라는 쪽으로 권고를 바꿨다고 한다.
여기에서 "하지만 데이터가 발견되기 전에 마스크를 써서 나쁠 게 없는데, 왜 쓰라는 말을 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을 할 수 있다. 파우치 박사는 당시 미국에서는 마스크가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이었고, 당장 코로나19 환자를 돌봐야 하는 의료진들도 마스크가 없어서 같은 마스크를 며칠씩 사용하는 상황이었음을 지적한다. 아직 무증상 전파에 대한 데이터도 없는 상황에서 마스크를 쓰라고 했을 때 사람들이 마스크를 사들이면 정작 의료진들에게는 마스크가 전혀 돌아가지 않는 사태가 벌어진다. 마스크를 용케 구해서 사용하는 개인에게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최악의 선택인 것.
화이자의 발표를 비판하는 의료진과 방역 당국의 견해는 마스크 착용 논란과 다르지 않다. 부스터샷을 맞는다면 개개인에게 나쁠 게 없다. 조금이라도 면역력을 높인다면 그만큼 감염의 확률을 낮추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금 전 세계적으로 백신이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개발된 백신의 생산량을 늘리는 대신 부스터샷을 만드는 쪽으로 화이자의 한정된 생산력과 자원을 쓰는 게 옳은 행동이냐는 것이다. 방역 전문가들은 "부자 나라들이 백신 접종을 마쳐도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접종하기 전에는 안전하지 않다"라고 강조한다. 이미 두 번의 접종을 마친 선진국 사람들이 굳이 필요성도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부스터샷을 맞기 위해 제한된 백신 생산자원을 가져다 쓰는 것은 윤리적으로도 옳지 않고, 팬데믹 대응으로서도 나쁜 선택이다. 의료진과 방역 당국은 바로 이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화이자 백신의 부스터샷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게 인류사회에 우선순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팬데믹을 통해 알게 된 게 있다면 인류사회가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에 그다지 소질이 없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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