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오스카상을 주관하는 미국의 아카데미가 미국 원주민 배우인 사친 리틀페더(Sacheen Littlefeather)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했다. 리틀페더는 1973년 오스카상 시상식 때 남우 주연상을 받게 되어있었던 배우 말론 브란도(Marlon Brando, 시상식에 참가하지 않았다)를 대신해서 무대에 올라서 상 받기를 거부하고 수상 소감을 대신해서 브란도가 작성한 성명서를 발표한 인물이다.

당시 미국 백인들의 원주민들에 대한 차별은 지금보다 훨씬 더 적나라했고 이를 가장 잘 드러냈던 것이 헐리우드가 만드는 '서부영화'들이었다. 말론 브란도가 자신이 직접 나서서 성명을 발표하기보다 원주민 배우에게 부탁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정확하게 몰라도, 그 때의 일이 불러온 파장을 생각하면 잘못된 판단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행사장에 앉아있던 많은 백인들이 리틀페더에게 야유를 보냈고, 연설이 끝난 직후에는 경비원 두 명이 리틀페더를 데리고 나갔기 때문이다.

아카데미는 이번에 발표한 성명서에서 리틀페더가 1973년 당시 부당한 (unwarranted and unjustified) 폭력을 겪었다고 인정하고 용서를 구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당시의 일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를 9월 17일에 개최하겠다며 리틀페더를 초청했다. (성명서 전문과 행사 초대는 여기에서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