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 변이를 '우려하는 변이(variant of concern)'로 지정했다. 이름은 오미크론(Omicron).

아직 밝혀진 사실이 많지 않지만 확산세를 봤을 때 전 세계 코로나19 방역 국면을 바꿀 수 있을 만한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 시간으로 오늘(금요일) 나온  이 소식은 월스트리트에 큰 충격을 주었고, 증시는 올해 최악의 폭락을 기록했다.

아직 알려진 게 많지 않지만, 현재까지 전문가들이 공식적으로 이야기한 정보를 모았다.

이 소식을 전한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

발생지역은?

오미크론 변이는 아프리카 남부에서 처음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북쪽에 위치한 보츠와나에서 일하고 있는 하버드 대학교의 HIV 연구팀이 유전자를 처음 분석했는데, 비슷한 시점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연구팀이 이 변이가 모인 클러스터를 발견했다고 한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프토리아에서 출발해 전국으로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는 중이다. 한 건도 발견되지 않다가 남아공의 주요 도시들을 점령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2주.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는 주민

한 전문가는 이 변이가 HIV를 가진 환자의 몸에서 만들어졌을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면역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게 HIV 바이러스가 많이 퍼져있는 아프리카 지역에서 이 변이가 발생한 이유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영역이다.

확산 속도는?

WHO가 파악한 바로는 오미크론 변이가 일반적인 코로나바이러스 보다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유전적 형질을 가지고 있고,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퍼지고 있을 수 있다고 한다. 하버드 공중보건학 교수 윌리엄 해니지에 따르면 이 변이는 아주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지만 ("This could be bad. This could be very bad")얼마나 심각할지를 지금 당장 예측할 수는 없다. 코로나바이러스를 연구하던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 분명하지만 그 심각성은 아직 파악하기 힘들다고 한다.

뉴욕 로커펠러 대학교의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항체에 견딜 수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를 만들었는데, 그렇게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변이와 오미크론 변이를 비교해보니 서로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스파이크 단백질(spike protein)을 갖고 있었다.

걱정하는 이유는?

전문가들이 오미크론 변이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빠른 확산 속도만이 아니다. 이 변이(variant)는 돌연변이(mutation)의 수가 다른 변이에 비해 훨씬 많다고 한다. 이게 문제가 되는 이유는 돌연변이가 많이 생기면 이 바이러스의 행동방식이 바뀌기 때문. (아래 영상) 현재 오미크론 변이에는 스파이크 단백질 부분에 돌연변이가 일어난 게 이미 30여 개라고 한다.

얼마나 퍼졌을까?

일단 남아프리카 공화국에는 이미 널리 확산되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앞으로의 문제는 이 변이가 이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느냐다. 오늘 소식을 들은 많은 나라가 이 지역에서 오는 항공편을 금지하기로 했지만, 너무 늦었을 수도 있다. 미국의 경우 월요일부터 이 조치를 시행한다고 하지만 그전까지 확산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오미크론 변이는 홍콩과 벨기에, 보스니아, 이스라엘 같은 지역에서 이미 발견된 상황이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에서도 발견하지 못했을 뿐 이미 퍼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백신의 역할은?

선진국에서는 백신을 맞은 후에 부스터 접종까지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 가난한 나라는 백신도 구하기 힘들어한다는 문제를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들은 백신 접종률이 떨어지는 지역에서는 변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그렇게 해서 발생한 변이는 접종을 완료한 선진국 국민들도 공격할 것이기 때문에 선진국이 모든 나라에 백신을 공급하는 것이 자신들을 위해서도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해왔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접종을 완료한 인구는 1/4이 채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선진국의 이기적인 계산이 결국 오미크론이라는 변이를 낳게 된 걸까? 미국 국립보건원(NIH) 원장인 프랜시스 콜린스는 이 견해에 대해 다소 방어적인 태도를 취한다. 남아공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율이 낮은 건 사실이지만, 백신이 부족해서라기 보다는 그곳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백신 접종을 거부하거나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은 탓이라는 거다.

그런데 왜 오미크론이지?

델타(delta)가 그리스어 Δ를 가리키는 것처럼 오미크론(omicron)은 O를 부르는 이름이다. WHO는 새로운 변종이 등장할 때마다 공식 분류 명칭 외에 쉽게 부를 수 있는 그리스어 알파벳의 순서를 따라 이름을 지정해왔는데, 이번 변이도 공식 명칭은 B.1.1.529이지만 발견된 순서에 따라 오미크론(omicron)이 된 거다. 하지만 바로 직전에 나온 변이는 뮤(mu, M)였기 때문에 이번에는 뉴(nu, N) 변이가 되어야 하는데, 뮤 뒤에 나오는 뉴와 자이(xi)를 모두 건너뛰고 바로 오미크론으로 갔다. 왜일까?

뉴를 붙이면 발음이 "new variant"로 들리기 때문에 사람들이 혼란스러울 수 있고, 그다음에 오는 자이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아파트 이름으로 익숙해서 "자이"로 발음하겠지만, 알파벳 표기로는 중국 시진핑의 성(Xi)과 같다. 가뜩이나 코로나19와 관련해서 중국이 눈총을 받는데 확산속도가 빠른 변이의 이름에 시진핑을 연상시키는 단어를 붙이기 힘들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명칭이야 어떻든 이렇게 우려 대상으로 지정되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추적을 할 수 있게 된다고.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지금 변이가 얼마나 퍼졌는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이미 우리 곁에 이 변이가 퍼졌다고 가정하고 행동하는 게 좋다. 즉,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 지난 2년 가까이 해온 대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을 씻는 일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고, 실내에 들어갈 때는 환기가 잘 되는 곳인지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면 어서 접종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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