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짧은 버전이 세계일보 '박상현의 일상 속 문화사'에 게재되었습니다.


과거에는 몰랐던 질병을 발견하는 일은 이미 알고 있는 질병의 치료법을 찾는 것만큼이나 길고 험난한 과정이다. 20세기 초에 쓰인 작품들을 보면 ‘폐병’, ‘폐병환자’라는 말을 종종 보게 되는데, 당시 폐병이라 불리던 병에는 각종 폐질환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단순 호흡곤란과 천식, 폐렴, 심하게는 결핵까지 다양한 질병들이 심한 기침이 끊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두 ‘폐병’이라 불렸다. 그렇게 보면 사람들이 흔히 ‘허리를 다쳤다’고 하는 것도 폐병만큼이나 엉성한 표현이다. 단순히 무리해서 생긴 근육 결림부터 디스크, 골절까지 다 포함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