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이 로버트 보크를 대법관으로 임명하려다가 크게 실패하는 모습을 부통령의 위치에서 지켜봤던 조지 H.W. 부시는 1990년 자신에게 기회가 오자 보수적인 가치(=여성의 임신 중지 권리를 빼앗을 의도)를 갖고 있으면서도 민주당이 눈치채지 못할 "스텔스 후보"를 원했다. 이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의회의 대법관 인사청문회 때는 후보 판사의 과거 판결 기록은 물론 발언까지 자세히 검토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이비드 수터는 원래 공개석상에 나서서 발언하는 걸 꺼리는 인물이었고, 그가 임신 중지 등에 관해 어떤 의견을 가졌는지는 쉽게 알 수 없었다. 이건 공화당에 유리했다. 단, 그가 정말로 보수적인 어젠다를 갖고 있다는 걸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점에서 부시는 비서실장 존 스누누가 수터를 추천했을 때 그의 판단을 믿었던 것 같다. 스누누는 뉴햄프셔주의 주지사였고, 수터는 줄곧 뉴햄프셔주에서 활동했기 때문이다.
부시가 수터를 대법관 후보로 지명했을 때 기자들은 임신 중지에 대한 수터의 견해를 알고 싶었다. 유명한 백악관 출입 기자 헬렌 토머스(Helen Thomas, 케네디부터 오바마 정부까지 취재했다)는 부시에게 "수터 판사에게 임신중지에 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 물어보셨나요? 적극적 우대조치(affirmative action)를 비롯해 요즘 쟁점이 되는 문제들에 관해 물어보셨습니까?"라고 물었고, 부시는 "아닙니다. 저는 딱 그분을 딱 한 번 만나 뵈었고, 아주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인) 제가 특정 이슈에 대해서 판사님께 물어보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라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