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에 가게 될 일이 있을 때마다 묵는 호텔이 있다. 샌프란시스코 금융지구(Financial District)의 서쪽 경계와 이 도시의 상징과도 같은 차이나타운이 만나는 곳에 있는 이 호텔은 인테리어는 약간 낡은 느낌이 들지만 전망과 위치가 더할 나위 없이 좋기 때문에 (텔레그래프 힐의 코이트 타워와 페리 빌딩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 건 물론이고, 좋은 딤섬 식당들이 주변에 있다) 굳이 다른 호텔을 찾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 이곳에 묵으면 몇 년째 변함없이 보는 의아한 풍경이 있다. 아니, 샌프란시코와 실리콘밸리를 포함하는 베이지역(Bay Area) 일대에서 쉽게 보는 풍경이다. 바로 자율주행 차량이다. 그렇다고 차만 돌아다니는 건 아니고, 안에는 많게는 네 명, 적어도 한 명이 앉아 있다. 카메라와 센서가 잔뜩 부착된 차량을 보는 게 낯설지 않은 세상이지만, 내가 의아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웨이모(Waymo), 죽스(Zoox) 같은 몇 개 회사의 시험차량이 같은 도로, 똑같은 지점을 지나는 것을 머무는 동안 하루에도 여러 차례씩, 몇 년 동안 변함없이 보기 때문이다. 같은 길을 수백, 수천 번을 다녀야 할 필요가 있을까?

나는 이들 업체의 차량이 도로 풍경(street view)을 촬영하는–가령, 구글 지도(Google Maps) 같은–지도 서비스 업체처럼 그 도로 상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에 불과하다면, 같은 길을 그렇게 많이 돌아다닐 게 아니라 더 많은 지역을 찾아다녀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