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착오 ① 푸틴의 내러티브'에서 이어지는 글)

엘렌 이오아네스 | 우크라이나에서는 자원군을 동원하고 민간인들도 전투에 참여할 뿐 아니라 국민들 사이에 단결해서 싸우려는 의지가 강해 보입니다. 게다가 이 나라 사람들은 지난 8년 동안 이 상황에 대비해 훈련을 받아왔죠. 물론 러시아가 더 큰 군대를 갖고 있지만, 러시아군이 어떤 훈련을 받았는지 궁금합니다. 얼마나 훈련이 잘 된 병력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메이슨 클라크 | 아주, 아주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러시아의 군사 교리의 관점에서 이번 공격이 전개되는 걸 보면 굉장히 기이하기까지 합니다. 저는 지난 몇 년 동안 러시아군이 시리아와 다른 분쟁에서 어떤 훈련을 했고 교훈을 얻었는지 살펴봤거든요. 짧은 답부터 드린다면, (지금 모습은) 말이 안 됩니다. 러시아의 군사 교리(military doctrine)를 따르지도 않고, 러시아군이 가진 절차에 따르면 해야 할 것들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가장 낮은 스펙트럼에서 (러시아는) 압도적으로 징병제에 입각한 군대를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문제가 생기는데 현재 저희가 목격하는 것은 최전방에서 항복하는 부대가 많다는 겁니다. 러시아 병사들이 포로로 잡힌 후에 우크라이나 병사들에게 "우리가 침공한다는 사실을 너희들보다 세 시간 먼저 알았다. 우리는 군사훈련에 동원된 줄 알고 왔는데 갑자기 국경을 넘으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는 보고가 여럿 됩니다.

생포된 러시아 군인

러시아군에도 전투력 뛰어난 병력이 있습니다. 특히 모스크바 주변에 위치한 제1수비대의 탱크부대가 그렇고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도 그런 병력들이 있는 걸 봤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부대들 간의 격차가 크다는 겁니다. 크림반도에서 북쪽으로 향하는 부대들은 우크라이나 북동쪽 국경이나 벨라루스에서 내려온 부대들보다 훨씬 잘 작동합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과 남부 지역인 크리미아에 배치된 부대들만 전투태세가 완료되어 사단과 연대 단위의 대규모 훈련을 하고 있었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저희는 침공이 시작될 때까지 지난 몇 달 동안 지켜보면서 (이런 이유로) 푸틴이 정말로 공격을 감행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우크라이나 북동쪽과 벨라루스에 모인 부대들은 러시아 전역에서 차출한 병력입니다. 저희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태평양 연안에서 대륙을 가로질러 벨라루스까지 온 부대들도 있는데 이들이 우크라이나 북부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제대로 조직할 시간도, 긴밀한 명령체계를 갖출 시간도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키이우로 향하다 병참문제로 멈춘 러시아군의 행렬. 무려 60km가 넘는다.

지금 러시아군이 병참(병력, 물자의 수송, 보급–옮긴이)에 문제가 생겨 연료가 바닥나고, 제대로 된 지도를 갖추지 못하는 등 온갖 문제를 겪고 있는 거죠. 러시아군에게는 큰 부담입니다. 솔직히 이런 모습이 기이한 이유는 러시아군이 원래 이 수준은 아니거든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공격이 시작되기 5일 전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 북동쪽에서 침공을 할 가능성은 절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쪽 부대들은) 전혀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러시아군이 개의치 않고 병력을 전개하는 것을 보고 이게 푸틴의 지시에 의한 것이고, 그가 제대로 된 군사 자문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렸습니다.  

엘렌 이오아네스 | 저는 러시아가 해군력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서 그렇게 느꼈습니다. 뱀섬(Snake Island)에서 일어난 일도 있지만 러시아는 훨씬 더 강력한 해군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화력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외부인으로 지켜보는 저에게는 아주 낯설게 느껴집니다.

'뱀섬'으로 알려진 이곳을 지키던 소수의 우크라이나 수비대원들이 항복하라는 러시아 군함의 명령을 거부하고 쌍욕을 한 후에 장렬하게 전사했다는 얘기다. 나중에 이들이 죽지 않고 살아서 체포되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메이슨 클라크 |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리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해군을 공격했다는 얘기를 거의 듣지 못했어요. 경비정 몇 척이 관련된 작은 전투가 있기는 했지만 제대로 된 공격은 없었습니다. 러시아 해군, 특히 흑해 함대와 지중해, 멀게는 발트해에서 파견된 함정들이 우크라이나 항구들을 봉쇄하고 우크라이나 해군 함정들이 나오지 못하게 막고 있습니다만, 러시아 함정들이 (전투에) 사용되지는 않고 있어요.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하나는 러시아가 공군의 화력과 공습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과 큰 의미에서 같은 이유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이번 침공을 전쟁으로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규모를 키우지 않으려는 거죠.

두 번째 이유는 계획을 세우지 않았고, 준비가 되지 않은 겁니다. 러시아군은 해병(Marines)에 해당하는 러시안 해군 보병(naval infantry)도 전개하지 않고 있거든요. 침공 전에 많은 사람들이 (이 병력의 작전 투여를) 예상했었는데 (러시아가 하지 않은 건) 가볍게 볼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크림반도에서 지상은 눈에 띄게 많아요. 자신할 수는 없지만 하나의 가설은 러시아가 지상군으로 항구들을 완전히 장악해서 화력을 더해 줄 상륙과 함정 전개에 대비하려 한다는 겁니다. 해안 상륙에 문제가 생기면 위험이 크거든요.

러시아군의 상륙에 대비해 방어진지를 구축 중인 오데사의 시민들

수륙양용 상륙정을 이용한 상륙은 유리한 상황에서 실시해도 위험한 작전이라서, 만약 마리우폴이나 오데사 같은 해안도시에 직접 상륙을 감행할 경우 엄청난 전사자를 낳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군의 가진 능력이 부대마다 차이를 보이는 건 흥미로운 일입니다.  

엘렌 이오아네스 | 그렇다면 앞으로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겠군요.

메이슨 클라크 | 맞습니다. 비관적인 얘기로 인터뷰를 끝내고 싶지는 않지만, 지난 며칠 동안 우크라이나군이 얼마나 잘 싸우고 있는지 보고서를 통해 확인하는 건 흥미로운 일이었고, 러시아군이 많은 실수를 저지른 것도 사실이기는 해도 "그렇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군이 결국 방어에 성공할 것이다"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러시아가 자신들이 가진 자산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그 화력의 크기가 어느 순간에는 우크라이나군을 압도하게 될 겁니다. 러시아가 이번 작전 계획을 엉망으로 수행하더라도 말이죠.

뉴욕타임즈가 정리한 러시아군의 키이우 공략. 생각보다 느리게 진행되었지만 그 강도가 거세지고 있다.

게다가 러시아가 아직 사용하지 않고 있는 자산(assets)이 너무 많아요. 만약 그들이 방침을 바꿔서 이를 사용하게 될 경우 우리는 앞으로 48시간에서 72시간 내에 그걸 보게 될 겁니다. 무엇보다 러시아군이 키이우를 향해 제대로 진격할 경우 그렇습니다. 우리는 러시아군이 장갑차와 중포병(heavy artillery)을 도시지역에 쓰는 걸 아직 보지 못했지만, 그럴 능력이 충분한 군대입니다. 러시아는 지금 사용하는 접근법을 포기할 경우 정보전에서 밀리지 않고, 우크라이나 넓은 지역을 초토화하고, 민간인들을 죽일 능력을 갖추고 있어요.

엘렌 이오아네스 | 마치 옛날에 일어난 전쟁을 보는 것 같은 느낌도 좀 듭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2차 세계대전에서 일어난 전투 같기도 하고, 아주 전형적인 시가전, 전통적인 군사작전처럼 보여요.

메이슨 클라크 | 맞아요, 그런 면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중요한 차이점은 있습니다. 가령 전투의 속도나, 포병과 공중 지원이 그렇고, 이 전쟁이 소셜미디어에서 어떻게 다뤄지고, 내러티브가 중요하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말씀하신 것에 동의하는 건 이런 대규모의 전통적인 전쟁, 기갑부대를 동원한 싹쓸이–물론 러시아군이 제대로 하지 못해서 싹쓸이(sweeping)라고 하기는 좀 힘들지만–를 1991년(사막의폭풍 작전)과 2003년(이라크 침공) 이후로 20, 30년 만에 처음 보는 건 아주 흥미로운 일입니다.

('계산착오 ③ 두 개의 시각'에서 계속..)